[대한경제=김호윤 기자] 올해 들어 수 백 명의 제약기업 임직원들이 회사를 떠나는 등 구조조정이라는 찬바람이 불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전통제약기업들이 실적 부진과 경영 악화, CSO(외부 대행업체)로의 영업방식 전환 등, 다양한 이유에 인력 감축 카드를 만지는 모습이다.
직장인 / 사진: 연합뉴스 제공 |
GC녹십자는 임직원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키로 했다. 20년 이상 재직한 임직원에게는 1년 치 급여를, 20년을 채우지 못한 임직원에게는 6개월 치 급여를 주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통해 조직의 10%가량을 통폐합 할 계획이다.
GC녹십자의 구조조정은 실적 부진이 주된 원인으로 분석된다. GC녹십자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32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2.8% 급감했다.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58.7% 줄어든 428억원이다. 1년 새 실적이 반토막이 난 것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주력 제품인 헌터증후군 치료제 ‘헌터라제’의 수출이 크게 줄었고, 면역글로불린 혈액제제(IVIG-SN)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가 지연되는 것도 실적 악화의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 8월 유유제약도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영업조직을 축소하는 등 몸집 줄이기에 나섰다. 의원급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한 조직은 정리 순서를 밟고 있으며 약국 대상 영업조직도 지난 7월 말 조정이 끝났다. CSO(외부 대행업체)로 이 조직에 속했던 직원들을 대체한다는 계획이다.
의원사업부는 의원급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전문의약품(ETC) 영업활동을 하는 직원 60∼70명이 속해 있는 조직이다. 조정에 따라 전체 영업 조직 인원 120여명 가운데 종합병원사업부 20여명만 남게 됐다.
지난 5월에는 일동제약도 구조조정 카드를 꺼내 들었다. 경영 환경이 어렵고 제대로 된 매출을 올리지 못하는 상황에서 비용 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워서다. 일동홀딩스와 일동제약은 희망퇴직을 통해 임원의 20% 이상을 감원했고, 남은 임원은 급여의 20%를 반납하기로 했다.
구조조정의 찬바람은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에게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코로나19 예방 백신과 치료제로 매출 고공행진을 이어갔던 미국계 다국적 제약기업 화이자도 대규모 구조조정에 돌입할 것으로 예고됐다.
올해 5월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사태가 종료된 이후 코로나19 치료제 품목을 포함한 전체 매출 실적이 전년 동기 대비 반토막이 나면서 불가피한 결정으로 보인다.
최근 화이자 본사는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품목의 수요가 급감해 전사적인 비용 절감 조치를 진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통해 내년 말까지 최소 35억 달러(4조5479억 원)의 비용을 줄일 것이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 회사는 지난주 3분기 실적 발표 이후 글로벌 시장에 공급 중인 제품군의 시장 수요를 검토한 뒤 구조조정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화이자가 공개한 매출 실적은 어두웠다. 발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전체 매출액은 작년 226억3800만 달러(29조4180억원)에서 42% 급감한 133억3200만 달러(17조3182억원)를 기록했다.
이러한 행보는 코로나19 백신 ‘코미나티’와 항바이러스제 ‘팍스로비드’의 매출이 두드러지게 쪼그라든 것이 주요 원인으로 풀이된다. 코미나티의 매출은 13억700만 달러(1조6971억 원)로 전년 동기 대비 70% 감소했으며, 같은 기간 팍스로비드 매출 또한 97% 감소해 2억200만 달러(2622억 원)까지 쪼그라들었다.
더욱이 올해 매출 전망치를 보면, 팍스로비드와 코미나티 백신의 매출 전망치는 각각 70억 달러, 20억 달러 감소할 것으로 분석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올 들어 수 백 명의 제약기업 임직원들이 회사를 떠나고 있다”면서 “이는 실적 부진과 경영 악화에 못 이겨 임직원을 내보내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호윤 기자 khy2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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