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바로가기
“환경이냐 사람이냐”이재현 CJ 회장의 고심은?
페이스북 트위터 네이버
기사입력 2023-11-12 13:45:10   폰트크기 변경      
그룹 매출 정체ㆍ시총 하락 원인 분석에 빠진 이 회장 … 결과 따라 인사 결정


CJ 이재현 회장.

[대한경제=문수아 기자]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2024년 정기 임원인사 방향을 두고 고심에 빠졌다. 올해 CJ그룹은 대표 계열사인 제일제당, ENM 등의 부진으로 주요 그룹 중 시가총액이 가장 많이 빠지는 등 위기를 겪었다. 이 회장이 위기의 요인을 이스라엘-우크라이나 전쟁, 글로벌 인플레이션 등 외부에서 찾을지, 새로운 인물을 교체해서 극복 가능한 내부 문제로 판단할지 재계 안팎의 시선이 엇갈린 상황이다.

12일 재계에 따르면 CJ그룹은 최근 2023년 그룹 임원 평가를 시작했다. 통상 10월 초 시작하던 임원 평가가 1개월 늦어지면서, 평가 결과를 토대로 발표할 2024년 정기 임원인사도 12월께로 늦춰질 전망이다. 신세계그룹이 이례적으로 임원인사를 1개월 앞당기면서 전체 CEO의 40%를 교체하는 등 파격적인 인사를 조기에 단행해 위기를 돌파하는 움직임과 상반된다.

CJ그룹 안팎에서는 올해 인사가 늦어지는 배경으로 주요 계열사의 실적을 꼽는다. 3분기 실적까지 결산한 후 종합적으로 분석해 임원 평가가 필요하지 않겠느냐는 이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내년 3월로 임기가 끝나는 계열사 대표로는 최은석 CJ제일제당 대표이사, 강신호 CJ대한통운 대표이사, 허민회 CJCGV 대표이사 등이 대표적이다.

CJ그룹의 3대 핵심 계열사인 CJ제일제당, CJ대한통운, CJ ENM이 3분기까지 뚜렷한 실적 회복을 보이지 못한 상황이다. 3분기 실적을 발표한 CJ대한통운과 CJ ENM 성적을 살펴보면, 매출 감소는 여전한 가운데 영업이익은 증가하면서 수익 개선은 이뤄냈다. 대한통운의 3분기 매출은 2조937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7%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1248억원으로 15.9% 늘었다. CJ ENM 역시 매출은 5.7% 감소한 1조1109억원으로 집계됐지만, 영업이익은 74억원으로 71% 늘었다. 실적발표를 앞둔 CJ 제일제당 3분기 매출 전망치는 연결 기준 7조6821억원으로 4.12% 줄어들 것으로 관측됐다. 영업이익은 3823억원으로 21.05% 감소할 전망이다.

관건은 3개 계열사의 실적에 외부 환경 영향이 크게 작용했다는 점이다.

CJ대한통운은 글로벌 경기 침체 여파로 교역량이 부진해 매출이 감소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네이버, 알리익스프레스 등 국내외 플랫폼의 택배 사업을 신규 수주하면서 해당 부문의 성장을 이뤄낸 점은 주목할 만한 성과로 꼽힌다. 3분기에만 국내 사업부문에서 전년 대비 38.2% 늘어난 999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린 것도 이커머스 물류 신규 수주 효과가 컸다.

CJ ENM의 실적이 악화한 배경에도 외부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 엔터테인먼트 사업 부문은 2022년 인수한 미국 헐리우드 제작사 피프스시즌(FIFTH SEASON)가 작가ㆍ배우 파업 영향으로 예상돼 있던 40여개 작품 중 상반기 3개 작품만 공급했다. 구창근 CJENM 엔터테인먼트 부문 대표이사는 이 위기를 구조조정을 통해 수익성을 개선하는 방법으로 풀었다.

CJ제일제당 상황도 비슷하다. 식품사업 부문에서는 글로벌 인플레이션 영향으로 소비가 위축된 상황에서도 국내ㆍ외 식품사업에서는 상반기까지 견조한 매출을 유지했다. 상반기 기준 식품사업 매출은 5조4918억원으로 지난해(5조2158억원) 대비 5.2% 늘었다. 반면, 바이오ㆍFNT(Food&Nutrition Tech) 부문 매출은 2조379억원으로 15.17% 감소했다. 제일제당의 바이오 사업은 사료용 아미노산과 조미소재 등 그린바이오가 주력인데, 중국 내수 시장 침체로 축산 소비가 감소하면서 아미노산 수요도 감소한 여파가 크게 작용했다.

이같은 실적 결과를 이재현 회장이 외부 구조 문제로 볼 것인지, 인물 교체로 풀 수 있는 문제로 볼 것인지가 이번 인사의 방향과 폭을 가를 것으로 예측된다. 올해 초 CJ그룹은 신년사를 통해 시가총액을 강조하면서 그룹의 성장 동력이 정체된 것 아닌지를 심각하게 들여다봤다. 그런데도 올해 CJ그룹 내 9개 상장사(CJ, CJ CGV, CJ대한통운, CJ씨푸드, CJ ENM, CJ프레시웨이, CJ 제일제당, CJ 바이오사이언스, 스튜디오드래곤)의 시가총액은 연초 16조4809억원에서 13조1806억원으로 20.02% 감소했다. 구조조정, 마케팅 등으로 당장 매출은 유지하고 수익은 개선됐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새로운 방향 제시가 필요하다고 판단할 수 있는 대목이다.

아울러 오너가 3세인 이선호 CJ제일제당 식품성장추진실장 경영리더(임원)의 거취도 달라질 전망이다. 2013년 CJ제일제당에 입사한 이 실장은 지난해 경영리더로 승진하면서 글로벌 식품사업에 집중, ‘비비고’브랜드로 K-푸드 저변을 확대하는 성과를 냈다. 이 실장이 그간의 성과를 토대로 내년에는 새로운 분야로 자리를 옮겨 폭넓은 경영수업을 경험하는 동시에 그룹 내 입지도 넓힐 필요가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실장이 회의와 대외행사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도, 본인의 위치를 고려해 의견을 개진하기보다는 청취하는 리더십을 발휘하는 등 회사 내부의 평판이 긍정적인 것도 보폭을 넓히는데 우호적인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CJ그룹은 이재현 회장이 ‘성과주의’를 강조하면서 위기마다 과감한 인재 등용으로 돌파구를 마련했는데, 올해 그룹 주요 사업이 처한 환경은 인물 문제로 보기에는 다소 복합적”이라며 “인사 결과가 곧 이 회장이 CJ그룹을 바라보는 관점이기 때문에 사업 방향과 속도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수아 기자 moon@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프로필 이미지
생활경제부
문수아 기자
moon@dnews.co.kr
▶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대한경제i' 앱을 다운받으시면
     - 종이신문을 스마트폰과 PC로보실 수 있습니다.
     - 명품 컨텐츠가 '내손안에' 대한경제i
법률라운지
사회
로딩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