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이 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 심포지엄 만찬’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 사진 : 대한상공회의소 제공 |
[대한경제=한형용 기자] 재계 총수들의 ‘사법 리스크’가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을 헤쳐갈 내년도 경영 구상과 맞물려 진행되는 주요 그룹 회장들의 민ㆍ형사 및 가사소송은 오너 일가의 경영권과 직결된 사안인 만큼 재계 안팎에서는 산업계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12일 이혼소송 중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을 겨냥해 “마지막 남은 재산분할 재판에서 유리한 결론을 얻기 위해 일방적인 입장을 언론에 이야기해 논란을 일으키고 있어 당황스럽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변호인을 통해 공개했다.
최 회장은 또 “노 관장과의 혼인관계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 훨씬 이전에 이미 완전히 파탄이 나 있었고, 십수 년 동안 형식적으로만 부부였을 뿐 서로 불신만 남아있는 상태에서 남남으로 지내 오다가 현재 쌍방이 모두 이혼을 원한다는 청구를 해 1심에서 이혼하라는 판결이 이뤄진 상황”이라고 밝혔다. 대리인은 최 회장이 현재 외국 출장 중으로, 노 관장의 최근 언론 보도 내용과 관련해 이런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재산분할 재판 과정에서 노 관장의 이른바 ‘여론몰이식 언론플레이’에 대한 비판이자 개인사를 사회적 논란으로 확대하지 말아달라는 지적으로 보인다.
앞서 노 관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 회장의 동거인 김희영 티앤씨재단 이사장을 두고 “남의 가정을 깬 사람은 벌을 받아야 한다”고 발언했고, 지난 9일에는 서울고법 가사2부(김시철 강상욱 이동현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혼 소송 항소심 첫 변론준비기일에 출석한 뒤 취재진과 만나 “30여년 간의 결혼 생활이 이렇게 막을 내려 참담하다”고 언급했다.
지난해 12월 1심은 노 관장의 이혼 청구를 받아들이고,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위자료로 1억원, 재산 분할로 현금 665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으나 양측 모두 불복해 항소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도 고 구본무 선대회장이 물려준 지분 11.28% 등을 놓고 모친 김영식 여사 및 여동생 구연경ㆍ연수씨와 민사소송을 벌이고 있다. 오는 16일에는 하범종 LG 사장이 증인으로 출석하는 2차 변론기일을 진행한다.
하 사장은 구 선대회장 별세 전후로 그룹 지주사인 (주)LG의 재무관리팀장을 맡아 그룹 총수 일가의 재산 관리와 상속 분할 협의 등을 총괄했다. 앞서 하 사장은 지난달 5일 열린 1차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구 선대회장이 장자인 구광모 회장에게 본인의 모든 경영 재산을 물려주라는 유지를 남겼다고 증언했다.
반면 세 모녀 측은 구 회장이 LG 주식을 모두 상속받는다는 유언이 있었던 것으로 기망을 당하고 속아서 협의서를 작성했다며 법정 비율에 따라 지분 재분배를 주장하고 있다.
햇수로 4년 넘게 진행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삼성물산ㆍ제일모직 부당 합병 의혹’ 1심 재판은 막바지를 향하고 있다. 오는 17일 검사와 피고 측의 모든 주장을 끝마치는 결심공판을 앞두고 있으며 이르면 올 연말에는 1심 선고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이날에는 변호인의 최후변론과 피고인의 최후진술이 이어지는 만큼 이 회장 발언에 재계가 주목하고 있다. 재판 결과는 예단하기 어려운 상태다.
재계 한 관계자는 “내년 경영 전략 중 보이지 않는 주요 화두는 사법리스크 해소”라며 “사법리스크를 껴안은 채 신사업을 발굴하는 것부터 급변하는 위기에 대응하는 게 재계의 큰 과제가 됐다”고 말했다.
한형용 기자 je8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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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글 참고
19일 삼성전자 기흥캠퍼스를 찾은 이재용 회장이 차세대 반도체 R&D 단지 건설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제공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지난 5월 2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잔디마당에서 열린 ’2023 대한민국 중소기업인대회’에서 참석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 사진 :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