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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서울 남산에서 내려다 본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연합뉴스 |
[대한경제=김수정 기자] 전국 아파트 매물이 역대 최대 수준으로 쌓이고 있다. 매도를 위해 내놓은 집만 52만가구가 훌쩍 넘어선 실정이다. 지난 몇 년간 이어진 부동산 활황과 초저금리를 뒤로하고, 고금리 장기화와 정부의 가계대출 조이기로 부동산 수요가 위축되면서 이에 따른 아파트 매물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지난 18일 기준 전국 아파트 매도물량은 52만7730건으로, 아실의 해당 데이터 집계(비교날짜 시작일 2020년 1월 6일~) 이래 최대 수준이다. 다음날인 19일 기준 52만2494건으로 줄었으나 매물 적체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고점 대비 빠른 집값 회복세를 보인 서울도 지난 3일 8만452건의 매물 적체를 기록한 후 최근에도 7만8000~7만9000건 수준의 매물이 쌓여있는 모습이다. 아실이 인터넷 매물자료를 바탕으로 일별 매물현황을 집계하는 것을 고려하면, 온라인에 등록되지 않은 매물까지 포함하면 더 많아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시장침체와 고금리 장기화로 실수요자와 투자자가 매수 시점을 계속 미루면서 매물 적체 현상이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매수자와 매도자의 ‘가격 줄다리기’도 원인이다. 특히 서울의 매물 적체가 집값 하락으로 이어질지 두고 볼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지만, 민간통계상 크게 보면 보합 수준에서의 집값 하락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실제로 KB국민은행(KB부동산)이 발표한 ‘주간KB주택시장동향’ 자료에 따르면 11월 셋째 주(조사기준일 11월13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0.01% 떨어져 7월 넷째 주(-0.02%) 이후 15주 만에 하락 전환됐다.
서울의 집값 하락은 외곽지역뿐 아니라 강남권에서도 일부 감지된다. 일례로 서초구 대장주 아파트인 잠원동 아크로리버뷰신반포 전용면적 78㎡는 지난달 20일 31억원에 계약이 체결됐는데, 동일면적 최고가(2022년 6월, 43억8000만원) 대비 약 30% 하락한 가격이다.
전문가들은 지방의 경우 수도권보다도 매물 적체 속도가 더욱 가팔라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대구를 포함한 지방 도시들에 최근 몇 년간 초과공급이 되면서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도 많은 데다 구축 매물까지 쌓이고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초보다 비싼 가격에 아파트를 팔려는 매도인과 고금리와 대출규제 강화에 따른 대출이자 부담이 커진 매수자 간 희망 가격 차이가 벌어지면서 매물 적체 현상이 더 심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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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셋째 주(조사기준일 11월13일)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 |
김수정 기자 cryst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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