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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발 디딘 ‘남품단가 연동제’…건설산업 특성 맞춰 보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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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3-12-03 11:13:06   폰트크기 변경      

건산연, ‘납품대금 연동제 시행에 따른 건설업 피해 최소화 방안’ 보고서
건설업 내 혼선 발생 가능성 높아…원재료 개념 놓고 품목ㆍ규격 협의 난항


[대한경제=정석한 기자] 납품대금 연동제가 올 10월 4일 첫발을 내디딘 가운데, 건설업 내 혼선과 분쟁을 피하기 위해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 현재 3개월로 설정된 짧은 계도기간(10월 4일∼12월 31일)을 늘리고 피해 최소화를 위한 행정지원도 시급하다고 분석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원장 이충재)은 3일 내놓은 ‘납품대금(하도급대금) 연동제 시행에 따른 건설업 피해 최소화 방안’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납품대금 연동제란 하도급계약 기간 중 원재료 가격이 변동될 경우 원도급자가 하도급자에게 변동분을 납품단가에 반영해 주는 게 골자다. 2008년부터 입법 논의가 있었으나 원ㆍ하도급 시장 효율성을 왜곡시킬 수 있다는 반발로 무산되었다가 올 10월 4일부터 시행됐다.

건산연에 의하면 건설업은 주문생산에 의한 수주산업으로, 수많은 공종의 수직적인 원ㆍ하도급도 일반적일 수밖에 없다. 이에 정부에선 원ㆍ하도급자 간 대등한 지위에서 균형있는 발전을 꾀하기 위해 건설산업기본법, 하도급법 등으로 다양한 규제를 운영하고 있다.

건산연은 한국의 건설업 하도급 규제는 전 세계 최고 수준으로, 원ㆍ하도급자 거래관계에서 원도급자의 우월적 지위 남용을 방지하고 하도급자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가 두텁게 마련돼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하도급대금 지급과 관련해서도 여러 규제가 운영 중임에도 불구하고, 유사 규제 간 종합적인 고려 없이 연동제 적용을 시행해 건설업 내 혼선 발생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했다.

건산연은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으로 △주요 원재료의 개념 및 대상ㆍ범위 모호 △하도급 내역에 대한 신뢰성 분쟁 심화 △건설업 계약조건ㆍ특성 미고려로 인한 혼선 발생 △서면 기재사항 관련 쟁점 △연동제 미적용 합의 시 원도급자 일방의 피해 발생 우려 △연동제 위반 시 벌점부과 및 처벌수준 적절성 논란 등을 지적했다.

일례로 연동제 적용의 기본단위에 대한 분쟁 발생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주요 원재료의 기본단위(품목 혹은 규격)에 대한 하위법률이 규정돼 있지 않은 채, 계약당사자 간 자율 합의하도록 하고 있는 탓이다.

하도급자는 연동제 적용 시 이익 극대화를 위해 ‘품목’을 기준으로 협의에 나설 가능성이 큰 반면, 원도급자는 연동제 적용 축소를 위해 ‘규격’을 기준으로 할 확률이 높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주무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와 공정거래위원회는 건설업에서 연동제 관련 여러 공식 문건에서 ‘품목’과 ‘규격’을 혼돈해 명시하시는 등 혼선의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아울러 건산연은 △계도기간(3개월) 연장 △연동제 운영 주무부처의 적극적 유권해석 등 피해 최소화를 위한 행정지원 강화 △연동제 지원본부를 통한 기업단위 ‘(가칭)납품대금ㆍ하도급대금 연동제 준수 인증제’ 도입 등을 대안으로 내놨다.

전영준 건산연 미래산업정책연구실장은 “연동제는 법 위반에 따른 처벌이 원도급자에 국한되기에 하도급자의 허위ㆍ왜곡 신고 시 보호받을 수 없다”며 “아울러 국내 건설공사에만 국한돼 적용되는 게 아니라 국내 건설기업이 진출한 해외공사에서 하도급자가 국내 기업인 경우에도 적용되기에 국내 건설기업의 해외 수주경쟁력 저하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석한 기자 jobi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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