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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타이어 경영권 분쟁 재발…공개매수 성공은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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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3-12-07 14:55:31   폰트크기 변경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왼쪽)과 조현식 한국앤컴퍼니 고문./사진: 한국앤컴퍼니그룹 제공

[대한경제=강주현 기자] 한국앤컴퍼니그룹(옛 한국타이어그룹)에서 경영권을 둘러싼 ‘형제의 난’이 약 3년만에 재발했다.

조양래 한국앤컴퍼니그룹 명예회장의 장남 조현식 한국앤컴퍼니 고문과 차녀 조희원 씨가 국내 최대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MBK파트너스와 손잡고, 조 명예회장의 차남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의 경영권을 뺏겠다고 나선 것이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MBK파트너스의 공개매수 특수목적법인(SPC) 벤튜라는 5일 공시를 내고, 이날부터 오는 24일까지 1주당 2만원에 한국앤컴퍼니 지분 20.35∼27.32%를 공개 매수한다고 밝혔다. 공개 매수는 경영권 확보를 목적으로 특정 기업의 주식을 주식시장 외에서 매수하는 적대적 인수ㆍ합병 방식을 말한다.

조 고문은 한국앤컴퍼니 지분 18.93%를, 조 씨는 10.61%를 각각 보유 중이다. 현재 두 사람의 합산 지분율은 29.54%이다. 공개매수가 성공하면 자사주를 제외한 발행주식의 49.89∼56.86%까지 늘어나게 돼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다.

현재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 측 지분은 42.03%다.

다만 업계에선 조 고문 측의 공개매수가 성공할 가능성이 극히 낮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공개매수 규모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한국앤컴퍼니의 유통 주식 수는 소액주주 지분을 포함해 27% 수준에 그친다. 공개매수에 성공하려면 유통 주식 거의 전부를 사들여야 한다.

한국앤컴퍼니 주가가 이미 공개매수 인수 단가를 넘어섰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지난 4일 한국앤컴퍼니 주가는 종가기준 1만6820원으로 공개매수 단가 보다 18.9% 낮았지만, 소식이 알려진 5일엔 2만1850원까지 치솟았다. 이후에도 주가는 2만원을 웃돌고 있다.

게다가 조 회장 측은 지분 8%만 더 확보하면 경영권 방어가 가능하다. 한국앤컴퍼니 측도 현재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문제가 없으며, 추가 지분매입에 나설 여력도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설령 경영권을 확보해도 회사 운영은 MBK가 주도하기로 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이사회에 과반 이상의 이사를 선임할 권리도 MBK가 갖기로 했다.

이렇다보니 조 고문 측의 목적이 경영권 확보가 아닌 ‘조현범 체제’ 흔들기에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과거 경영권 분쟁에서 패한 후 기회를 엿보고 있던 조 고문이 횡령ㆍ배임 혐의 등 사법리스크를 겪고 있는 조 회장의 경영권 등에 흠집을 내려한다는 분석이다. 조 회장이 조사를 받을 때 그룹 내부 사정에 밝은 인물이 제보했을 가능성이 거론됐다는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당시 수사는 조 회장 개인 영역까지 철저하게 이뤄졌다.

조 고문은 2020년 조 명예회장이 갖고 있던 한국앤컴퍼니 지분 전부(23.59%)를 조 회장에게 넘기자 크게 반발했고, 2021년 주주총회에서 맞붙기도 했지만 끝내 경영권을 가져오지 못했다. 한국앤컴퍼니 대표이사 부회장직에서도 물러났다.

일각에선 이번 경영권 분쟁이 시장 질서를 어지럽힌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달 23일 1만3270원이던 한국앤컴퍼니 주가는 공개매수 발표 전까지 7거래일 동안 1만6820원으로 26.8% 상승했고, 공개매수 발표 이후엔 곧장 상한가를 기록했다. 거래량도 10만주 수준에서 40만~50만주 수준으로 크게 뛰었다.

이를 두고 주가 흐름이 수상하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금융당국도 한국앤컴퍼니의 공개매수 과정에서 선행매매가 있었는지를 들여다 볼 방침이다.

공개매수 발표가 있던 5일 hy(한국야쿠르트)가 한국앤컴퍼니 주식 수십억원 어치를 매입한 점도 관심을 모은다. 조 회장 측 우호 지분으로서 공개매수 성공률을 낮추기 위해 지분을 매입했을 것이라는 의혹과 함께, SM엔터테인먼트 공개매수 중 일어난 기타법인 지분 매입 행태와 유사하다는 평가가 나왔기 때문이다.

다만 hy측은 지분 매입이 단순 투자목적이라며 선을 그었다. 금융당국도 관련 내용을 살펴볼 방침이나, 시세조종 가능성 등은 낮게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주현 기자 kangju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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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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