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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 옥죄는 배임죄… 기업 활동까지 위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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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3-12-20 05:00:23   폰트크기 변경      
①기업인 길들이기 ‘처벌죄’ 논란

성립요건 지나치게 추상적

경영진 고의성 입증 어려워


[대한경제=이승윤 기자] #. 검찰은 2016년 롯데피에스넷의 유상증자와 관련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기소했다. 롯데피에스넷의 회생을 위한 유상증자 과정에서 그룹 내 3개 계열사가 340억원을 지원했는데, 검찰은 신 회장의 지시로 계열사들이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롯데피에스넷을 지원한 게 배임죄에 해당된다고 봤다. 하지만, 1ㆍ2심에 이어 2019년 대법원도 ‘그룹의 공동이익에 부합한다’는 경영 판단을 근거로 신 회장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그래픽: 이인식 기자 fever@


배임죄와 관련해 ‘기업의 경영 판단에 대한 과도한 처벌’이라는 목소리가 재계를 중심으로 점점 커지고 있다.

기업의 경영상 판단에는 항상 위험이 따를 수밖에 없을 뿐만 아니라 경영진의 신중한 판단에도 불구하고 예상치 못한 손해가 발생할 수도 있는데, 그 판단이 틀렸다는 이유로 처벌하면 결국 기업 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우리 형법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 배임죄로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시 말해 기업 경영진이 일신상의 이익을 얻기 위해 고의로 회사에 손해를 입히면 처벌하겠다는 뜻이다.

문제는 배임죄의 성립요건이 지나치게 추상적으로 규정돼 있을 뿐만 아니라 경영진의 고의성도 입증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구성요건이 명확하다면 기업이 비교적 수월하게 사법 리스크에 대비할 수 있겠지만, 어디까지가 배임죄에 해당되는지 명확치 않아 기업 수사 전문가들조차 판단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입을 모은다.

검사장을 지낸 A변호사는 “법원 판례는 사익을 편취하기 위한 목적 등 배임죄의 고의를 제한하고 있지만, 실무적으로는 검찰 등 수사기관이 배임죄를 적극 적용하다 보니 결국 다른 형사범죄에 비해 불기소율도 높을 뿐만 아니라 무죄율도 높은 실정”이라고 전했다.

이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회사의 성장 등을 위해 빠른 경영 판단이 필요하더라도 배임죄 이슈 때문에 주저하는 경우가 많다는 게 재계 안팎의 지적이다.

게다가 합리적인 경영 판단조차 배임죄로 처벌받는 등 불안 요소가 남을 수밖에 없다 보니 ‘배임죄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법조계에서도 기업의 경영 판단에 대해 국가권력이 형사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검장을 지낸 B변호사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의 경영 판단이 적절했는지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시장과 주주들이 평가할 문제”라며 “배임죄 폐지 주장도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고 했다.

이승윤 기자 lee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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