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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주로 칼럼] 빚 권하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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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4-01-15 18:24:06   폰트크기 변경      

[대한경제=심화영 기자] 지난해 말 기준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0.8%다. 국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100%를 넘는 국가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연 3.50%의 기준금리를 1년 내내 유지했지만, 작년 말 기준 은행권 가계대출잔액은 1095조원으로 사상 최대치다.

우리나라 가구 빚을 폭증시킨 원인은 바로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이다. 주담대를 끌어올린 일등공신은 정부의 ‘정책금융 대출상품’이다. 지난해 1월 주택금융공사가 출시한 특례보금자리론은 9억원 이하 주택을 대상으로 연 4%대 금리로 최대 5억원까지 대출해줬다. 소득 제한도 없었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적용되지 않은 이 상품은 지난해 43조원 공급됐다.

올해도 정부는 이른바 ‘영끌(최대한 대출을 받아 집을 사는 것)’을 부추길 정책을 내놨다. 이번에 꺼내든 카드는 ‘신생아특례대출’이다. 올해 1월부터 출산만 하면 연 1.6~3.3%대로 최대 5억원의 주택자금을 빌려준다. 여기에 무주택 청년이 분양 받을 경우 최대 80%까지 빌려주는 ‘청년주택드림 대출’도 선보인다. 두 개를 합한 공급 규모만 수십조원에 달한다.

정책금융을 가장 활발하게 이용한 세대는 청년층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ㆍ30 청년들이 2022년 하반기부터 2023년 상반기까지 1년간 낸 빚은 133조8093억원에 달한다.상환능력이 낮은 청년층에게 무조건적으로 대출을 확대한다면 결국 부실이 될 소지가 크다.

가계부채 문제는 전 정권부터 누적돼 왔다. 문재인 정부 때 주담대를 받은 청년들은 올해부터 순차적으로 5년 고정금리 기간이 끝나고, 변동금리로 바뀌게 된다. 이번에 나오는 1.6~3.3% 금리의 신생아특례대출 역시 현재의 파격 금리는 5년 후에는 변동금리로 바뀐다. 금리인상시 매달 갚아야 하는 대출 상환액은 급격하게 늘 수 있다. 빚을 내는 데 더욱 신중해야 하는 이유다.

최근 부동산 거래 위축으로 정부 세수가 크게 줄었다. 정책금융 확대는 재정 확대로 이어지므로, 정부가 부동산 거래 활성화에 더 무게를 뒀다고 보여진다. 아울러 4ㆍ10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포퓰리즘 금융정책’에 대한 우려도 크다. 당정은 총선을 앞두고 역대급 ‘신용사면’을 선언했다. 금융업 최대 리스크는 ‘연체’인데, 이에 대한 리스크는 고스란히 금융권에 떠넘겨졌다.


금융당국이 늘 주장하는 대로 ‘갚을 수 있는 만큼 빌리고 처음부터 나눠 갚는 원칙’이 정부의 가계대출관리에 반드시 안착돼야 할 것이다. 가계가 빚을 내지 않으려면 기본적으로 가계소득이 늘어야 한다. 물가상승률을 한참 밑도는 임금상승률이 지속되고, 각종 세금만 해마다 늘어난다면 빚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된다.


이런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는 오히려 빚을 권하는 ‘적극적인 대출정책’에 나선단 지적이 많다. 이보다는 불필요한 규제철폐 및 세금 혜택 등 기업활동을 장려하는 각종 당근정책을 펼칠 때다. 민간기업 주도의 경제성장을 통해, 고용창출 및 가계소득 상승의 선순환을 유도하는 보다 근본적인 산업 활성화 정책으로 민생을 살리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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