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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경 초대석] “공공시설 26곳 통폐합 血稅 69억 절감…문래동, 신경제 거점 육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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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4-01-23 06:40:21   폰트크기 변경      
최호권 영등포구청장 인터뷰

‘희망ㆍ행복ㆍ미래도시’ 슬로건 앞세워

1년6개월간 주민 목소리 귀담아


경로당 지원 급식비 1인당 520원

학생 무상급식의 12~13%에 불과


영등포 공공시설 운영현황 분석

서비스 중복ㆍ세금낭비 막아


도시정비개발사업도 직접 나서

문래 기계금속단지 통이전 ‘속도’



최호권 서울 영등포구청장은 “주민과의 소통을 통한 정책으로 지방자치 수준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 안윤수기자 ays77@ 


[대한경제=서용원 기자]“중앙정치와 생활자치는 별개입니다.”

최호권 영등포구청장은 스스로를 ‘지방자치주의자’라고 말한다. 풀뿌리 민주주의가 튼튼하면 주민의 삶과 안전을 지키고 지역발전으로 이어진다는 것이 그의 신념이다. 그러면서 그는 자치 최일선에서 주민과의 소통과 주민으로부터 나온 정책을 통한 ‘직접 민주주의’를 지향한다.

최 구청장은 최근 〈대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지방자치 수준을 끌어올려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1995년 기초 자치단체장 직선 이후 지방자치가 29년가량 시행됐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유는 주민은 뒤로하고 자신에게 공천을 준 당에 헌신하는 지자체장들이 많기 때문이다. 지역발전에 불균형이 생긴 탓도 이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최 구청장은 “중앙정부는 더 이상 지역 발전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며 “지자체장이 주민과 지역을 위해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1992년 영등포구청에서 공무원 생활을 시작해 민선8기 영등포구청장에 오른 그의 30여년 공직 생활도 이런 가치관을 실현하는 여정이었다.

△주민 목소리 경청…현장 복지 실현

최 구청장은 민선8기 슬로건으로 ‘희망, 행복, 미래도시 영등포’를 내세우고 지난 1년6개월여간 발로 뛰었다.

당선 직후 그는 주민과 지역을 위한 정책을 고민했다. 먼저 경로당으로 향했다. 현장 목소리를 듣기 위해서다. 영등포에는 170여 곳의 경로당이 있다. 구에서는 경로당에 일주일에 두번씩 급식비 지원을 하는데, 1인당 지원 금액은 학생 무상급식의 12∼13%에 불과한 520원 수준이었다. 최 구청장은 “지원금액이 부족하니까 어르신들이 집에서 반찬을 들고 와 경로당에서 식사를 했다”며 “지난해 학생들 무상급식비의 60% 수준으로 경로당 급식비 지원 금액을 올렸고 올해도 추가로 인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방재정 건전성 확보에도 소홀하지 않다. 그는 행정 서비스의 중복ㆍ비대화로 인한 혈세 낭비 문제를 해결하고자 영등포 공공시설 운영현황을 분석해 이용률이 저조하거나 기능이 겹치는 26개 공공시설을 통폐합했다. 그 결과 연간 총 69억원의 운영비 절감 효과를 거뒀다. 기부채납지를 활용한 동청사 신축 추진으로 세금 340억원을 절약하기도 했다. 이 성과로 ‘2022 회계연도 결산검사’에서 ‘건전재정 우수사례’로 선정되기도 했다. 최 구청장은 “낭비되는 세금을 아껴서 필요한 곳에 써야 한다”고 말했다.

△문래동 기계금속단지 수익ㆍ성장 한계 

최 구청장은 도시 정비ㆍ개발 사업에도 힘을 쏟고 있다. 정부가 신경 쓰지 않는 지역발전 현안을 지자체장이 직접 개선하겠다는 의지다.

특히, 문래동 기계금속단지 통이전을 추진하고자 ‘문래동 기계금속 집적지 이전 타당성 검토 및 기본계획 수립 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이후 타당성 조사 등 종합적인 검토 후 적정한 후보지를 선정할 계획이다.

우리나라 산업화 시대 효자로 꼽히는 문래동 기계금속단지에는 1279개 공장이 있지만, 최근 임대료 상승과 시설 노후 등으로 수익성과 성장의 한계에 부딪혔다.

최 구청장은 “문래동 기계금속 단지 공장들은 서로 협업시스템이 갖춰져 있어 A공장에서 제품을 만들면 옆의 B공장에서 가공하는 식이었지만 현재는 임대료 상승 등으로 인근 공장들이 문을 닫아 안산 등까지 왔다갔다하며 생산을 이어가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구 직원들이 업체들을 직접 만나 현장 목소리를 듣고 있다”라고 전했다.

그는 “단지 이전으로 공장들의 생계 활성화를 도모하고, 현 단지 부지에는 4차 산업혁명 관련 단지를 조성해 문래동을 신경제 중심지로 육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준공업지역 용적률 최대 400% 상향 대비

영등포는 서울 25개 자치구 중 준공업지역이 가장 많다. 서울시 전체 준공업지역 중 25%에 달한다. 준공업단지 내 공동주택 용적률은 250% 제한을 받아 사업성이 많이 낮다. 이 탓에 영등포에는 원룸, 오피스텔이 많이 조성됐다.

최 구청장은 “서울시 준공업지역 총량제 정책으로 용도변경도 쉽지 않아 영등포에 난개발이 이어졌다”며 “이 탓에 차량 정체, 주차 공간 부족, 보행환경 악화 등 부작용이 생겼다”고 말했다.

최근 영등포 개발에 청신호가 켜졌다. 서울시의회가 준공업지역 내 국민임대 주택, 행복주택 등을 포함한 공동주택을 건립하면 최고 400%까지 용적률 인센티브를 주는 조례를 추진하면서다.

이에 맞춰 최 구청장도 지난해 10월 ‘준공업지역 일대 발전방안 마련’ 용역을 시작했다. 과업에는 △영등포의 도심기능 강화 위한 용도지역 조정 제안 △역세권 중심 개발 유도 △대규모 부지를 활용한 4차 산업혁명 거점 개발 △양질의 직장ㆍ주거 복합 공간 창출 등이 담겼다.

최 구청장은 이 외에도 “재건축ㆍ재개발 시 아파트 단지 내에 경로당과 단지 간 띠녹지를 조성하면 용적률을 올려주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며 “정치인들의 입김이 없는 제대로 된 지방자치를 영등포에서 실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명실상부한 주민자치, 주민이 주인이 되는 영등포를 만들고자 앞으로 더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호권 영등포구청장이 교육정책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담당할 ‘영등포구 미래교육재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안윤수기자 ays77@ 


“영등포 교육정책 컨트롤타워… 과학인재 양성 메카로 발돋움”


△‘미래교육재단’ 출범


“영등포가 첨단산업의 주역이 될 것입니다.”

최호권 구청장은 최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오픈AI’ 본사에 다녀왔다. 오픈 AI는 챗GPT로 유명한 회사다. 그는 “오픈AI 직원 중에 아시아인이 많은데 한국인은 8명에 불과했다”며 “첨단 과학인재 양성의 중요성을 느꼈다”고 말했다.

최 구청장은 과거 산업화 시대 ‘한강의 기적’의 주역이었던 영등포가 앞으로는 AI,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위한 과학인재 양성의 메카로 발돋움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근거로 ‘영등포구 미래교육재단’을 언급했다. 

이달 출범한 미래교육재단은 영등포 교육정책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담당한다. 기존 자치구 차원의 교육 정책은 장학금 지급, 대학 입시설명회와 같은 일회성 행사라는 한계가 있었다.

최 구청장은 “지자체가 만든 환경재단, 복지재단은 많은데 교육재단은 한 손에 꼽는다”라며 “미래교육재단은 지금과는 다른 차별화되고 체계적인 형태의 교육정책 실행기구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재단은 먼저 4차 산업혁명 첨단 일자리에 대비할 미래과학인재 양성 역할을 맡는다. 영등포는 지난해 5월 국립과천과학관과 업무협약을 맺어 과학관의 인프라를 활용하고 있다. 지난해에만 영등포 초등학생 600명과 중학생 800명이 과학관을 방문해 첨단 시설로 과학의 원리를 체험했다. 최 구청장은 “재단을 통해 영등포 초ㆍ중학생들이 언제든지 과학관을 방문하고 체험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해외 선진 과학문화 체험 프로그램과 미래유망 신기술 분야의 전문 강의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재단은 국내 대학과 협력해 전문적인 과학 관련 프로그램도 개발한다.

‘약자와 동행하는 교육’도 실현한다. 영등포는 ‘성인문해학교의 8학군’이라고 불릴 정도로 배움의 때를 놓친 어르신들을 위한 학교가 6곳 운영되고 있다. 구에서 직영하는 ‘늘푸름학교’는 초ㆍ중등 졸업 학력이 인정되는 기관으로 총 139명의 어르신이 재학 중이다. 서울에서 유일하게 발달장애학생 대안교육 기관인 ‘꿈더하기 학교’도 운영하며 발달장애인이 지역사회 일원으로 자립ㆍ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최 구청장은 “재단이 이런 정책들을 확대ㆍ발전시키는 일을 담당해 사회적 약자도 풍요로운 교육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며 “재단 출범을 계기로 영등포가 명품교육도시로 성장하는 데 심혈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최 구청장은 “취임 후 현장을 돌아보고 주민과 소통하며 느낀 것은 주민들과 함께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이라며 “영등포의 미래와 후대를 위해 씨앗을 뿌리는 구청장이 되고자 미래 청사진을 그리면서 임기 동안 젊은 ‘영(Young)등포’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서용원 기자 an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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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용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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