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에 러시아 고립, 우회경로 주목
亞-유럽 잇는 전략적 위치 ‘강점’
현지 정부 도로ㆍ운송 인프라 사활
中 투자 집중… 韓 PPP 적극 활용을
[대한경제=김승수 기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서방국가들로부터 러시아가 고립되고 있는 가운데 이를 발판으로 ‘카자흐스탄’이 새로운 운송 허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카자흐스탄 정부 역시 이 같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도로와 운송 인프라, 지역개발에 대해 국가 프로그램을 추진하면서 사활을 걸고 있다. 한국 건설기업 등이 서둘러 나서야 한다는 조언이 잇따르는 이유다.
29일 코트라의 ‘2024 카자흐스탄 진출전략’에 따르면, 카자흐스탄 정부는 정부 인프라 개발 프로그램인 ‘누를리 졸 2020-2025’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각 지역의 인프라와 지역을 잇는 운송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으로, 효율적인 물류ㆍ운송 인프라 개발을 통해 수출 정책을 실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를 포함해 국제 금융기관과 만관합작투자사업(PPP), 민간투자를 통해 예산을 조달할 예정이고 총 규모액은 132억 달러에 달한다.
공교롭게도 카자흐스탄의 이 같은 정책은 세계정세 덕택에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가 서방국가들의 제재로 고립되면서 우회 경로인 카자흐스탄이 새로운 운송 허브로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의 지리적 중심에 위치하고 있어 운송 인프라 투자가 집중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카자흐스탄은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전략적 위치에 있는데, 중국의 투자가 집중되면서 운송 인프라 부문은 향후 10년간 건설시장의 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도로와 철도 등 관련 프로젝트 수주 기회를 집중적으로 공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로 알마티 순환도로 건설사업에 터키 건설사와 SK에코플랜트, 한국도로공사가 구성한 컨소시엄이 참여했고 현재 완공과 개통이 완료됐다. 앞으로도 운송 인프라 분야의 후발 프로젝트 수주가 쏟아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 기회를 포착한 진출전략 구상이 필요한 것이다.
카자흐스탄 정부는 낙후된 도로와 운송 인프라의 구축 재건을 목표로 2025년까지 5.5조 텡게(약 130억 달러) 규모, 112개의 인프라 관련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총 2만1000㎞의 도로를 건설하거나 수리할 예정이기도 하다.
세계적인 신용평가회사인 피치(Fitch)는 이 같은 대형 프로젝트들이 잇따르는 카자흐스탄의 2021년∼2029년 건설업 연평균 성장률을 5.4%로 전망했다. 카자흐스탄에서 건설업은 가장 많이 투자가 이뤄지는 산업이기도 하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건설업은 카자흐스탄 GDP의 5%를 차지했고, 주택 및 지역개발 프로그램을 통해 국가 주도의 대규모 건설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중이다.
게다가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전략적 위치이기 때문에 중국의 운송분야 집중투자 등이 곁들여지면서 같은 기간 동안 운송업 연평균 성장률은 7.3%까지 달할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따라 코트라는 카자흐스탄 진출을 위해 높은 기술력을 활용한 에너지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건설 및 기술 서비스로 인프라 개발에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한류를 활용한 한국 브랜드와 제품의 시장점유율을 확대하고, 기존에 진행되거나 진행 예정인 프로젝트의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컨소시엄 구성을 통한 현지 입찰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여기에 더해 우리 기업의 카자흐스탄 내 프로젝트 실적을 활용한 기술력 홍보와 신뢰성 확보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가 중점적으로 공략하고 있는 PPP를 잘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카자흐스탄 정부가 PPP 활용을 강조하고 있고 PPP 관련 법안이 채택된 2015년부터 2023년 1월까지 총 1055건, 약 37억7000만 달러 규모의 PPP 계약이 체결됐기 때문이다.
이처럼 인프라 프로젝트의 붐이 일고 있는 카자흐스탄을 잘 공략한다면 해외건설 시장의 새로운 텃밭을 발굴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러시아의 고립으로 카자흐스탄 등 주변국이 반사이익을 얻고 있어 교통 인프라 호재가 기대된다”면서 “우리나라 건설기업은 도로와 운송 인프라 등에 높은 기술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경쟁력이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김승수 기자 s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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