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이종호 기자]SK그룹이 신규 투자를 보수적으로 바꾸고, 비핵심 계열사를 내다파는 등 ‘몸집 줄이기’에 나선다. 지금까지의 공격적인 인수합병(M&A) 전략과 대비되는 이른바 ‘내실 다지기’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체감하는 위기감의 수위가 그만큼 높다는 반증이다.
28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최근 매각한 SK매직의 가스 및 전자레인지·전자 오븐 사업 영업권 외에 11번가도 매각을 진행 중이다. 여기에 SK지오센트릭의 나프타크래킹센터(NCC)도 잠재매물로 거론되고 있다.
이는 그동안 공격적 M&A를 해온 SK그룹이 몸집 줄이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M&A 투자를 이끌며 ‘투자형 지주회사’ 역할을 해온 SK㈜는 지난해 인사를 통해 투자 분야를 대폭 줄이는 동시에 인력을 재배치했다. 당시 SK㈜는 약 300명 규모의 조직을 3분의 1(약 100명)로 축소하기로 원칙을 정하고, 직원들을 계열사로 이동시켰다.
이어 조직개편도 단행했다. SK㈜는 4대(첨단소재·그린·바이오·디지털) 투자센터를 그린 부문과 바이오 담당, 첨단소재 담당으로 개편했다. 그린 부문 산하에는 그린1·2 담당, RE TF가 있다.
아울러 그간 SK수펙스추구협의회(수펙스)와 SK㈜로 분산돼 있던 투자 기능은 모두 SK㈜로 집중됐다. 수펙스 소속이던 미국, 중국, 일본 등 글로벌 오피스도 SK㈜로 조직을 옮겼다.
수펙스에 남아있던 투자 조직과 기능을 모두 물려받았지만 SK㈜의 직접 투자는 그린과 디지털 영역으로 제한된다. 앞으로 SK㈜는 초기 단계 기업에 대한 관리만 집중하고 첨단소재와 바이오 등 굵직한 포트폴리오 관리·운영은 해당 회사가 진행한다.
몸집 줄이기도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올 초 SK매직은 가스 및 전자레인지·전자 오븐 사업 영업권을 경동나비엔에 팔았다. 앞서 지난해에는 반도체 부품 및 소재 자회사인 SK엔펄스의 파인세라믹스 사업부를 사모펀드(PE) 한앤컴퍼니에, 폴리우레탄 원료사업 자회사인 SK피유코어를 글랜우드 PE에 매각했다. 11번가도 최근 재무적투자자(FI)의 동반매도요구권이 발동돼 매각을 추진 중이다.
이는 세계 경기침체라는 대외요인도 있지만, 그동안 SK㈜를 중심으로 계열사 투자 포트폴리오 확대에 집중한 후폭풍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SK㈜의 부채비율은 161.85%로 2011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잇단 투자에 재무여력이 바닥난 것이다.
이에 따라 올해 SK그룹은 M&A뿐 아니라 사업에 대한 투자도 보수적으로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지난해 실적을 발표한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업황 회복에도 올해 투자 증가분은 최소화하며 수익성 위주의 사업으로 내실을 다지는데 집중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 외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등 주요 계열사도 보수적 운영이 불가피해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최태원 회장이 신년사에서 ‘내실’을 강조한 만큼 올해 SK그룹은 ‘외형확대’보다는 ‘지속가능’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며 “주요 그룹 중 가장 공격적인 투자를 해왔지만 당분간 거대 빅딜에서 SK를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호 기자 2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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