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외 동향을 고려할 때, 원자력 이용 확대는 불가피하다. 심화하는 기후위기, 국제정세 변동에 따른 에너지 수급 불안, 인공지능과 반도체 등 4차 산업 육성 등에 따른 안정적 전력공급의 필요성 증가 등이 원자력 이용을 부추기고 있다. 이 추세는 원자력을 대체할 에너지원이 나오기 전까지는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국내 원전산업 생태계를 장기간 그리고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 지난 정부 때 중지된 신한울 원전 3, 4호기 건설사업을 재개하고, 원전 설비 수주 노력을 반짝하는 것만으로는 국내 원전산업 생태계의 지속적 유지와 발전을 담보하기는 어렵다. 이런 차원에서 산업통상자원부가 자체 해결할 수 있는 3가지 핵심과제가 있다.
첫째, 신규원전 건설계획을 앞당길 필요가 있다. 현재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을 수립 중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전기본에 신규원전을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규원전 건설은 부지확보부터 건설 완료까지 10여 년이 걸린다. 실질적인 탄소배출 저감과 미래 수요에 맞춘 적시 전력공급을 위해서는 2035년을 전후하여 신규원전이 운영되어야 한다. 부지확보 절차를 처음부터 한다면 무리일 수도 있으나, 이미 한국수력원자력(주)이 보유한 부지를 이용한다면 충분히 달성 가능한 일정이다. 더구나 지난해 울산시 서생면 주민들께서는 신규원전 유치를 적극적으로 희망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러한 지역주민 의사를 반영해서라도 전기본에 신규원전 운영 시점을 가능한 한 앞당겨 반영할 필요가 있다.
둘째, 사용후핵연료 지하연구시설(URL) 건설계획을 앞당길 필요가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원전 운영으로 발생한 사용후핵연료를 원전 부지에 임시저장하고 있다. 이 임시저장 시설의 저장용량이 점점 차고 있다. 사용후핵연료를 영구 처분하기 위한 부지확보를 위해 특별법안 3개가 국회에 제안돼 있으나 여야 이견으로 계류 중이다. 이 때문에 부지확보 절차를 개시조차 못 하고 있다. 그렇다고 마냥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다. 부지를 확정하고, 그곳에 사용후핵연료 처분시설을 건설‧운영하기 위해서는 URL에서 먼저 기술들을 실증하고 처분 안전성을 확인해야 한다. 이 URL은 사용후핵연료 처분시설 건설‧운영 전에 반드시 확보해야 하는 시설이다. 그런데 3개 부처가 공동 지원하는 사용후핵연료 처분 기술개발 사업이 2029년 완료될 예정이다. 여기서 개발된 기술들이 지체 없이 실증되고, 처분시설 건설‧운영에 적용되기 위해서는 2030년을 전후하여 URL이 운용돼야 한다. 이는 국제 추세에 맞춰 2050년 전에 사용후핵연료 처분시설을 확보하기 위해 꼭 필요하다.
셋째, 미국과의 원전 협력을 조속히 회복해야 한다. 그간 우리나라와 미국 웨스팅하우스사 간 원전 지재권에 대한 갈등으로 우리나라의 원전 건설사업 수주 활동에 지장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달 초 체코 신규원전 건설사업 입찰에서 미국 웨스팅하우스사가 탈락하고 우리나라와 프랑스의 2파전으로 좁혀졌다는 언론보도가 있었다.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시사하는 바가 크다. 대형원전 시장에서 미국 웨스팅하우스사 단독으로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미국 협조 없이는 원전 건설사업 수주 활동의 길이 험난할 것이다. 따라서 과거의 갈등을 해소하고, 향후 세계 원전 시장에 양국이 공동 진출하기 위한 협력체계 구축을 시작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소형모듈원자로, 농축우라늄 공급, 사용후핵연료 처리 등 양국의 원자력 기술 현안에 공동 대처할 수 있는 실질적 협력체계도 구축할 필요가 있다.
문주현 단국대학교 에너지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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