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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발 지하공간 ‘빅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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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4-03-04 08:05:44   폰트크기 변경      
경인선, 경부선, 도시철도 등 지하화 봇물…‘언더그라운드 콤플렉스 시티’ 현실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 기관사가 이달 말 수서-동탄 구간(34.9㎞) 개통을 앞두고 실제 운영 상황을 가정한 영업 시운전을 하고 있다. GTX-A 나머지 구간인 운정~서울역 구간도 올해 하반기 개통될 예정이다. 개통 후에는 수서-동탄 19분, 운정-서울역 구간은 20분으로 단축된다./ 안윤수 기자 ays77@

[대한경제=박경남 기자] 대한민국의 땅밑, 거대한 지하공간에서 말그대로 ‘빅뱅’이 일어날 태세다.

기존에 지상에서 가로, 세로의 굵은 획을 그으며 국토·도시 공간을 동서, 남북으로 단절했던 철도 인프라를 지하 깊은 곳으로 내리고, 공간구조 혁신을 견인할 수 있는 신규 철도를 지상이 아닌 처음부터 아예 지하에 뚫는 이슈에 정부와 정치권이 동시에 불을 댕기면서다.

철도발 지하공간 빅뱅은 공간경제의 무한한 확장과 기존 국토·도시 공간을 재설계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며 국가경쟁력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하기에 충분하다.

그 출발점은 누가 뭐래도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다.

GTX A노선은 경기 파주 운정~서울역~삼성~동탄 구간을 불과 43분만에 주파할 수 있고, GTX B노선과 C노선은 인천대입구에서 마석까지, 덕정에서 수원까지 채 1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GTX가 수도권 교통혁명으로 불리는 것은 아무도 손대지 않은 대심도 지하공간을 그대로 뚫고 지나가도록 그려졌기 때문에 가능한 시나리오다.

지하공간 빅뱅의 포문을 연 GTX의 굵은 획은 여기서 끊기지 않는다. GTX A노선은 평택까지, GTX B노선과 C노선은 각각 춘천, 동두천·아산까지 연장해 초연결 광역경제생활권의 영역을 확장할 예정이다.

여기에 GTX D·E·F 노선이 수도권 지하공간을 가로지는 철도 인프라의 바통을 이어받는다.

GTX D노선은 김포 장기·인천공항~팔당·원주 구간을 연결하고, GTX E노선은 인천공항~덕소 구간을, GTX F노선은 교산~수원~대곡~의정부를 연결하는 선을 새로 그리게 된다.

GTX는 기존 철도 지하화의 불쏘시개로 작용했다.



철도 지하화는 4·10 총선을 앞두고 그야말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여당과 야당이 철도 지하화 공약을 앞다퉈 내놓으면서다.

국민의힘은 경부선 등 지상철도 지하화와 상부 공간, 주변 부지의 통합개발을 통해 미래형 도시 공간으로 재창조하겠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경인선 △경원선 △경의선 △경의중앙선 △경춘선과 도시철도 2~4호선, 7~8호선 등을 지하화 대상에 포함했다. 민주당의 철도 지하화 구간만 총 259㎞에 달한다.

여야가 철도 지하화를 ‘묻고 더블로’식으로 주고 받으면서 과연 현실가능성이 있는지 물음표가 따라붙기도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철도 지하화에는 무려 130조원을 웃도는 막대한 예산이 필요한데, 여야가 민간투자를 통한 재원 조달이라는 그림을 너무 쉽게 얘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철도 지하화는 여느 때보다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 1월 ‘철도 지하화 및 철도 부지 통합개발에 관한 특별법’이 국회 문턱을 넘어서며 제도적인 기반이 선제적으로 마련됐다.

특별법은 지상의 부동산 개발로 발생하는 이익을 철도 지하화에 필요한 재원으로 쓸 수 있도록 통합개발 개념을 도입했고, 국가가 사업시행자에게 철도 부지를 출자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또한 지하화에 필요한 비용을 우선 조달할 수 있도록 사업시행자가 채권을 발행하는 새로운 사업 모델을 추가했다. 지상 개발 때는 기반시설 지원, 용적률 완화 등의 다양한 혜택을 제공해 사업성을 높일 수 있도록 했다.

내년 1월 특별법 시행을 앞두고 정부의 시계도 빨라지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이달 중 철도 지하화 통합개발 종합계획 수립에 나설 계획이다.

철도 지하화 통합개발 대상 노선을 선정하고, 최적의 지하화 공법 검토, 기존 지하 노선 연계 방안, 지하 통합역사 마스터플랜 등 철도 네트워크 재구조화 구상안을 제시한다. 또한 선도사업을 선정하기 위한 지자체의 사업제안 가이드라인을 검토할 예정이다. 특별법 시행령 등 하위법령도 만들고, 철도 지하화 전담조직과 지원센터를 설치하는 방안을 마련한다. 철도 상부부지 개발 구상과 사업화 방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철도 지하화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에 그치지 않고, 속도감 있게 추진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피어오르는 대목이다.

철도 지하화는 단순히 교통 혁명에 그치지 않고 지하공간을 활용한 ‘언더그라운드 콤플렉스 시티’ 등장의 촉매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GTX A·C노선이 지나는 영동대로는 복합환승센터를 넘어서 공공·상업시설 등과 어우러진 새로운 지하도시의 선도적인 모델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GTX가 처음 민간제안됐을 때도 반신반의하는 분위기가 컸지만, 지금은 GTX 시대가 바로 눈앞에 다가왔다”며, “철도 지하화와 따른 지하공간 인프라와 지상공간의 재설계에 대한 시나리오도 현실화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경남 기자 k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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