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바로가기
[데스크칼럼]1ㆍ3기 신도시 이후를 준비하자
페이스북 트위터 네이버
기사입력 2024-03-07 06:00:23   폰트크기 변경      
김국진 부동산부장

“새로 개발될 3기 신도시와, 재건축될 1기 신도시를 30년 후 또 부수고 재건축해야 하나?” 최근 만난 이한준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의 반문이다. 3기 신도시 공급주택만 약 24만호, 1기 신도시 40만호의 재정비와 맞물리면 미래세대는 경기권에서만 64만여호의 노후아파트를 떠안아야 한다. 초고층 위주로 고밀개발될 이들 단지를 30년 후 다시 재건축할 수 있을까? 재건축이 힘들어진 외곽 아파트들이 대거 슬럼화돼 각종 도시 문제를 일으킨 일본의 전철을 따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치솟는 공사비가 최대 걸림돌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자잿값, 인건비가 폭등하면서 최근에는 서울 강남의 중층 재건축단지 중에서도 치솟은 공사비와 직결되는 분담금 탓에 표류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장수명주택은 공사비가 3∼6% 더 든다. 특단의 인센티브 없인 민간건설사 참여를 기대하기 어렵다. 2014년 12월부터 1000가구 이상 공동주택의 장수명 주택성능등급 인증이 의무화됐지만 100점 만점의 4개 등급(최우수ㆍ우수ㆍ양호ㆍ일반) 중 60점인 양호등급 이상 단지가 13곳에 그친 이유도 마찬가지다.

당정이 두려워하는 ‘주택공급 절벽’이 몰려오는 점도 고민이다. ‘주택 270만호+알파’를 공약한 정부로선 주택의 질보다 양이 우선순위다. 올해 시행될 예정이었던 제로에너지 건축물 인증 의무를 내년으로 미룬 게 그 단면이다. 반면 작년 착공ㆍ분양ㆍ인허가량은 반토막 수준이고 올해 공급 전망마저 암담하다. 60개 대형주택건설사들의 모임인 한국주택협회가 집계한 바에 따르면 작년 주택공급실적이 계획 대비 60%에 머문 데 이어 올해 계획량은 작년 계획량보다 20% 더 적다. 그마저 불투명하다고 한다.

서울시와 SH공사가 고품질 건축에 불충분한 정부의 기본형건축비를 버리고 ‘서울형 건축비’를 운용하듯이 정부 차원에서 공사비 체계를 바꾸거나 고품질 장수명주택에 과감한 용적률 인센티브를 부여해야 한다. LH의 접근법도 다르지 않다. 과다한 녹지와 상업시설을 조정해 토지조성원가를 낮추고 용적률을 높이는 방식으로 국민들이 체감할 분양가를 낮추되, 미래세대를 위한 장수명화와 층간소음 등 주택품질에는 아낌없이 투자하겠다는 의지다. 지난달 말 이한준 사장이 국토부 기자단 간담회에서 이례적으로 부채비율 목표를 거론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당정이 우려하는 공급대란이 부동산가격 급등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품질 제고 노력이 조금이라도 더 확산하지 않을까? 변수는 적지 않다. 세계 1위의 초저출산율과 급격한 인구구조 변화에 주택 소비트렌드마저 급변하고 있어서다. 공교롭게도 이 사장이 지난 2008년 최초로 제안한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도 부동산가격 상승세를 꺾는 솔루션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A노선을 시작으로 속속 개통될 GTX는 수도권 외곽지역까지 ‘30분 직주근접 생활권’으로 만들 것이다. 파주나 동탄에 살아도 서울 강남의 직장까지 30분 내에 간다면 강남 등 서울아파트만 찾던 수요의 변화를 이끌고 과거식 강남발 집값 폭등세를 완화하지 않을까. ‘우리가 지금 짓는 아파트가 100년, 200년간 불편 없이 쓰이도록 주택문화를 바꾸고 싶다’는 이 사장의 소망과 LH의 전사적 혁신 노력이 국민들을 위한 결실을 하나하나 맺어가길 기대해 본다.

김국진 기자 jinny@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대한경제i' 앱을 다운받으시면
     - 종이신문을 스마트폰과 PC로보실 수 있습니다.
     - 명품 컨텐츠가 '내손안에' 대한경제i
법률라운지
사회
로딩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