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바로가기
[창간 60주년 인터뷰]정성장 센터장 “北核 대응 한계…南韓도 ‘핵무장’ 고려해야”
페이스북 트위터 네이버
기사입력 2024-03-12 06:00:29   폰트크기 변경      
“北 NLL 도발 가능성 높아…美 의존보다 ‘자강’ 실현 중요”

정성장 세종연구소 한반도전략센터장이 <대한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안윤수 기자

[대한경제=강성규 기자] 정성장 세종연구소 한반도전략센터장은 남북 군사충돌과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해선 우리 정부의 ‘단호하면서도 절제된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 센터장은 11일 <대한경제>와 인터뷰에서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중심으로 북한의 군사 도발 가능성이 높고, 자칫 전면전으로 비화될 수도 있다며 이같이 제언했다.

특히 역설적으로 ‘자체 핵무장’을 비롯한 군사적 ‘자강’을 실현하는 것이 한반도 군사 충돌 확산을 막을 수 있는 궁극적인 해답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이 연초부터 신형 무기를 비롯한 각종 군사도발에 나서고 있다.


하나는 서해 NLL(북방한계선) 무력화를 위한 시도라고 할 수 있고, 또 하나는 유사시 남한 평정 준비다. 특히 1953년 정전협정 체결 후 한미연합사령부가 일방적으로 그어 놓은 NLL 무력화 의지를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물론 북한이 처음부터 전면전을 시도하진 않겠지만 NLL을 무력화하기 위해 나서면 우리도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고, 무력 충돌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그 과정에서 확전으로 갈 수도 있다.

NLL 무력화 선언 등 북한의 태도가 강경해진 배경은.


작년부터 북한이 군사 분야에서 상당한 진전을 보였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아직 초보적 단계이긴 하겠지만 마침내 남한 영토를 들여다볼 수 있는 위성을 갖게 됐고, 북한은 올해 3개를 더 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또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에도 성공했다. 북한이 ICBM을 갑자기 쏘게 되면 미국 입장에서도 대응 능력이 떨어지고 상당한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니까 ICBM 개발은 유사시 미국의 개입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다. 한반도에서 남북한만 붙으면 자신들이 핵무기가 있기 때문에 남한은 게임이 안 된다고 보는 것이다.
이외에도 북한은 작년에 상당히 중요한 진전 하나를 더 이뤘다. 바로 전술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잠수함을 진수한 것이다. 시간은 더 걸릴 수 있겠지만 3∼5년, 5∼10년 내 동해 바다에 핵무기를 탑재한 잠수함이 20척 정도 돌아다닌다고 상상을 해보자.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 이는 일본한테도 상당히 심각한 위협이다. 유사시 일본의 개입도 어려워지는 것이다.

군사 위협과 더불어 ‘주적’ 규정, ‘민족’ 개념 폐기 등 대남 발언 수위도 격해지고 있는데.


그동안 금기시했던 남한에 대한 핵 사용까지 정당화하기 위해서라고 해석된다. 그 이전, 작년까진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의 담화 등을 보더라도 ‘동족이기 때문에 핵무기로 남한을 공격하진 않을 것’이라는 주장을 일관되게 펼쳐 왔다. 그러나 동족이 아니라 적으로 본다하면 달라질 수 있다.

지난해 기정사실화되던 제7차 핵실험은 끝내 하지 않았다. 올해 이를 강행할 것으로 보는지.


작년 9월쯤 핵실험을 하는 게 당연한 수순으로 여겨졌지만, 그해 9월 김정은 위원장이 러시아를 전격 방문했다. 북한으로선 방러가 굉장히 중요한 행사였기 때문에 혼란을 피하기 위해 핵실험을 미룬 것으로 보인다. 마찬가지로 올해 푸틴의 방북이 예상되는 만큼, 그전에 북한의 핵실험 가능성은 낮지만 올해 9월쯤엔 강행하지 않겠나 전망한다. 다만 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 등 다른 변수가 등장할 수도 있다.

우리 정부와 군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지금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남북한 모두 상대방이 도발할 경우 압도적인 대응을 하겠다고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압도적 대응이라는 개념이 왜 위험하냐면 내가 상대방을 향해 1발 쏘면 상대방은 나에게 10발을 쏠 것이고 이것이 100발, 1000발로 급격히 늘어나 순식간에 걷잡을 수 없이 확전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지전이 전면전으로 비화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가장 강조하는 점은 북한의 도발에 대한 ‘단호한 비례적 대응’, 그러니까 1발을 쏘면 2∼3발 정도, 2∼3발 쏘면 4∼5발 정도, 즉각 대응은 하되 저쪽의 도발보다 약간 우위 수준으로 절제되면서도 단호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한반도전략센터장이 <대한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안윤수 기자

북러 군사협력도 가속화되고 있는 분위기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9월 김 위원장의 방북 당시 북한이 군사분야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정찰위성 발사를 도와주겠다고 노골적으로 말했다. 그리고 나서 북한이 위성발사에 성공했다. 러시아가 북한의 위성 발사를 도와줬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보인다.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로선 북한을 도와주는 게 결코 불리하지 않다. 예컨대 북한이 러시아의 도움으로 원자력 추진 잠수함을 진수해 미국 본토 앞까지 은밀히 진입할 수 있게 되면 미국은 엄청난 충격에 빠지게 된다. 러시아의 침공으로 우크라이나에 쏠렸던 미국 정부와 시민들의 관심이 북한 쪽으로 이동하지 않겠나.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 다음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관심이 약화된 것과 유사하다. 그러면 러시아로선 편안하게 (전쟁을) 수행할 수 있게 된다.

올해 11월 미국 대선, 특히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할 경우 한반도를 비롯한 국제 정세가 급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동맹을 경시하는 트럼프가 집권한다면 그야말로 각국이 각자도생으로 가게 될 가능성이 높고, 그래서 지금 세계가 불안에 떨고 있는 것이다. 오죽하면 유럽, 탈원전을 추구했던 독일에서도 자체 핵보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왜 미국이 한국을 지켜줘야 되느냐라는 말이 나오고, 한미연합훈련이나 전략자산을 전개할 때마다 청구서를 내밀고 하면 우리가 진정한 동맹으로 생각할 수 있겠나.
한미동맹은 계속 유지하겠지만 우리의 자강, 스스로의 힘에 의해서 우리를 지키고 부족한 부분을 동맹으로 채운다고 생각해야 한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동맹에만 전적으로 의존하다가 미국이 동맹을 경시하게 되는 상황에 처하게 되면 우리는 엄청난 충격과 혼돈에 빠질 수밖에 없다. 그 틈을 타서 북한이 도발을 할 수도 있는 것이다.

트럼프 재집권시 북한의 대미 대응도 변화할까.


사실 북한으로선 바이든이나 트럼프나 다 일장일단이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신들에게 우호적이긴 하지만, 자신들을 더 많이 지원해 줄 수 있는 러시아와 밀착관계가 형성된 마당에 굳이 만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또 트럼프는 당선 후 대 우크라이나 지원을 끊겠다고 공공연하게 이야기한다. 그렇게 되면 북한으로선 포탄 제공 등 러시아의 고전으로 누렸던 ‘특수’도 사라지게 된다.

최근 북일 정상회담 가능성도 제기됐다.


한미일 정상 중 김정은 위원장에게 만나고 싶다고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사람은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유일하다. 지금 낮은 지지율로 고전하고 있는 기시다 총리가 북일 접촉을 통해 반전을 마련하겠다는 포석으로 읽힌다. 북한 또한 일본 정부가 요구하는 납북 일본인 문제에 대해 해법을 제시하고, 상당한 정도의 경제적 보상을 받을 수 있다면 굳이 하지 않을 이유가 있냐는 입장이다. 하지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등 제약이 많기 때문에 북한이 생각하는 실익을 챙길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래서 성사 가능성에 대해선 ‘49%’ 정도로 예측한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한반도전략센터장이 <대한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안윤수 기자

자강론의 핵심으로 ‘자체 핵무장’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셨다.


북한 핵 위협에 대한 가장 효과적인 대응은 한국이 독자핵을 갖는 것이다. 북한과 핵전쟁을 하자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핵이 있으면 북한 또한 핵을 갖고 있어도 사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금은 북한이 핵으로 위협해도 우리가 없으니까 대응하는 데 명백한 한계가 있다. 우리가 핵을 갖게 된다면 국지전이 아예 사라지게 되는 건 아니지만 서로 자제할 수밖에 없다. 큰 전쟁의 위험이 사라지는 것만 해도 우리에게는 큰 안정을 주는 것이다.

보수 성향인 윤석열 정부에서도 자체 핵무장론에는 선을 긋고 있다.


저는 우리 사회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진보 세력의 상당수는 북한의 선의에 의존하고, 보수 세력의 상당수는 미국의 선의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선의는 언제든지 깨질 수 있다. 당장 미국 국민들은 전쟁 피로감으로 인해 우크라이나에 너무 많은 돈을 쓰고 있다라는 말이 나오지 않나.
윤석열 정부가 자체 핵무장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 또한 보수진영의 대미 의존적인 심리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트럼프가 당선되면 현 정부의 입장도 달라질 수 있다고 본다. 미국이 동맹을 중시하지 않고 세계 경찰 역할을 더이상 하지 않겠다는 데 우리 정부가 매달릴 수 있겠나. 불가능하다. 그러면 현 정부의 정책도 바뀔 것이라고 생각한다.

문재인과 윤석열, 두 전ㆍ현 대통령에 대한 북한의 평가가 흥미롭다.


문재인 대통령보단 윤석열 대통령이 ‘상대하기 쉽다’는 게 북한이 보인 입장이다. 평화와 협력을 강조하면서 핵개발과 ICBM 시험발사를 중단하라는 이른바 문 전 대통령의 ‘평화공세’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게 북한의 평가다. 그래서 문 전 대통령을 ‘교활한 인물’이라고 비난하는 것이다. 반면 윤석열 정부는 북한을 아예 적으로 간주하니까 북한으로서도 고민할 필요가 없다. 상대하기 ‘편하다’는 게 북한의 입장인 것이다. 하지만 문 정부가 북한을 노련하게 상대했느냐 하면 그렇게 보긴 어렵다. 당시 핵실험은 포기했지만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은 그후 계속 고도화됐고 북한이 협상 테이블에서 이탈하는 것도 막지 못했기 때문에 결국 실패하고 만 것이다.


강성규 기자 ggang@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관련기사
프로필 이미지
정치사회부
강성규 기자
ggang@dnews.co.kr
▶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대한경제i' 앱을 다운받으시면
     - 종이신문을 스마트폰과 PC로보실 수 있습니다.
     - 명품 컨텐츠가 '내손안에' 대한경제i
법률라운지
사회
로딩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