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현대 화단의 대표적인 작가 베르나르 프리츠(75)는 색채 추상화로 유명하다. 작가는 색채의 조합을 통해 보는 이의 마음을 두드린다. 안료의 성질, 붓의 느낌에 신경을 쓰면서 채색한 부분이 마르기 전에 새로운 물감을 덧입힌다. 모든 손동작과 제스처에서 얻는 우연한 반응이 그림의 본질을 이룬다. 작업의 모든 과정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기 보다 관람객과 소통만을 갈망할 뿐이다. 누군가 발을 멈추고 아크릴 물감과 레진을 섞어 만든 작품을 들여다본다면 아마 거대한 소통이 발현됐을 거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런 사실을 객관적으로 일깨워 준 2019년 파리 퐁피두센터 회고전은 작가를 단번에 월드 스타 반열에 올려놓았다.
프리츠의 그림을 비롯한 김환기의 뉴욕시대 종이 그림, 이우환의 추상화, 단색화의 거장 박서보의 작품, 김창열의 물방울 그림, 국보급 도자기 등 주옥같은 작품들이 봄철 경매시장을 뜨겁게 달굴 예정이다.
국내 메이저 경매회사 케이옥션이 오는 20일 여는 3월 경매잔치를 통해서다. 출품작 98점의 추정가 총액만도 약 75억원에 달한다. 최근 주식이나 코인, 금 등 일부 자산 가치가 급등하는 현상이 이르면 하반기에 그림시장의 밸유업될 것으로 보여 경매에 도전해볼 만하다.
오는 20일 열리는 케이옥션의 기획경매에 출품된 프랑스 미술가 베르나르 프리츠의 'Gawk‘. 사진= 케이옥션 제공 |
케이옥션은 무엇보다도 굵직한 외국 유명화가들의 작품들을 전면에 라인업했다. 단연 눈길을 끄는 작품은 경매도록의 표지를 장식한 베르나르 프리츠의 ’Gawk‘이다. 베틀로 색색의 옷감을 짜듯 미묘하게 색채를 뒤섞인 작품이다. 씨실과 날실을 교차시키는 작업처럼 지극히 기계적이고 반복적이지만 그 결과물에서는 인간적 숨결이 느껴진다. 작품의 추정가는 2억~3원이다.
영국 출신의 세계적인 아티스트 데미안 허스트의 작품 ’Psalm 115‘(2억5000만~4억원), 미국 뉴욕에서 활동하는 스위스 출신의 현대 미술가 우고 론디노네의 작품(1억8000만~2억5000만원)도 시선을 사로잡는다.
국내 유명가들의 작품도 줄줄이 경매에 부쳐진다. 김환기의 뉴욕시대 작품 두 점이 경매에 오른다. 신문지에 유채로 그린 것으로 점화가 완성되기 까지의 과정을 유추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손이천 홍보이사는 “김환기의 종이 그림은 점화가 탄생하는데 밑거름이 된 작품들이라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우환의 '조응' 사진=케이옥션 제공 |
글로벌 미술시장에서 상당한 ’몸값‘을 자랑하고 있는 이우환의 작품은 모두 다섯 점이 한꺼번에 경매에 쏟아져 나온다. 2004년작 ’조응‘은 추정가 3억5000만~5억5000만원에 새 주인을 찾고, ’바람과 함께‘(1억1000만~2억2000만원), ’대화‘(9000만~2억원) 등도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에 입찰경쟁을 벌일 에정이다. 이대원의 작품의 ’산‘(1억8000만~3억원), 한국 기하학적 추상미술의 대표 작가 이승조의 작품 ’핵 87-09‘(2억1000만~4억5000만원), 김창열의 2000년작 120호의 ’물방울 SA0001‘(1억8000만~3억원)도 경매에 오른다.
최욱경의 '풍경 사진=케이옥션 제공 |
특히 한국적 색채 추상의 선구자로 평가받는 최욱경의 작품도 모처럼 입찰대에 모습을 드러낸다. 성숙기 대표작으로 꼽히는 1984년 작 ’풍경‘(8500만~1억5000만원)이다. 한국의 산과 바다에서 느껴지는 율동적인 선과 밝은 색상의 표현이 이채롭다.
한국화 및 고미술 부문에는 조선시대 화가 현재 심사정의’ 계산모정(溪山茅亭)이 추정가 3500~7000만원에 나오고, 북산 김수철의 ‘매화서옥도(梅花書屋圖), 운보 김기창의 ’기우취적도(騎牛吹笛圖), 백범 김구의 글씨 ‘현모양처(賢母良妻), 조선시대 도자기 ’백자청화운룡문호 白磁靑畵雲龍文壺) 등도 출품된다.
출품작 프리뷰는 경매가 열리는 20일까지 케이옥션 강남본사 전시장에서 관람할 수 있다. 관럼료는 없다. 경매가 열리는 당일은 회원가입 여부와 관계없이 누구나 경매 참관이 가능하다.
김경갑 기자 kkk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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