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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지 줍는 어르신 “딱하다고요? 정식 근로자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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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4-03-27 16:11:45   폰트크기 변경      
“깨끗한 길거리 보면서 자부심 느껴”

은평구, 256명 어르신과 시장형 일자리 사업

수익과 정부보조금을 더해 1인당 최대 월 31만원

산재보험 가입과 안전교육도 필수


26일 오전  서울 은평구의 한 고물상에서 은평시니어클럽 직원이 ‘모두의 자원’ 사업에 참여 중인  어르신에게 안전 물품을 지급 중이다. / 사진 : 안윤수 기자


[대한경제=박호수 기자] “깨끗하게 치워진 거리를 보면 자부심을 느껴요.”

서울 은평구에 거주하는 김미숙(가명ㆍ66)씨는 이른 아침 폐지를 줍기 위해 거리를 나선다. 경광등과 반사 테이프가 붙어 있는 안전손수레를 끌고, 안전 조끼와 방한 잠바, 일회용 장갑도 잊지 않는다.

흔히 볼 수 있는 폐지 줍는 어르신과는 조금 다른 모습의 김 씨는 구청과 정식으로 계약을 맺은 은평구의 ‘노인일자리 시장형 사업’ 참가자다. 


김 씨는 한파에도, 비가 매섭게 내리는 날씨에도 어김없이 매일 거리로 나온다. 무거운 짐들을 옮기고, 더러운 쓰레기를 만져야 하는 일이지만, 그는 “일할 기회가 있어서 감사하죠”라고 말하며 웃음을 보였다.

김 씨처럼 은평구 일자리 사업에 참여한 어르신들은 모두 근로계약서를 통해 고용된 노동자 신분이다. 산재보험도 가입되어 있고, 1년에 6시간은 안전 교육과 무료로 진행되는 결핵검사도 받는다. 

김 씨는 “쓰레기 주우러 다니면 자식들 보기 부끄럽지도 않냐는 말을 들은 적이 있어요”라고 속상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하지만 김 씨에게 이 일은 단순 생계형 일자리가 아니다. 김 씨는 “공식적으로 채용된 근로자의 일환이라는 마음으로 책임감을 갖고 매일 일터로 나선다”고 말했다. 



‘모두의 자원’ 사업에 참여 중인 어르신이 은평구의 한 고물상에 폐지를 정리하고 있다. / 사진: 안윤수 기자


사업의 공식 명칭은 ‘모두의 자원’이다. 구청과 연계된 은평시니어클럽에서 운영하고 있는 이 사업은 현재 관내 256명의 어르신들과 계약을 맺고 진행 중이다. 60세 이상 신체 건강한 어르신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어르신들은 하루 평균 6~8시간 동안 거리를 돌아다니며 폐지, 병, 알루미늄 등을 수집한다. 이후 이들은 고물상(자원업체)에 폐자원을 납품하고, 고물상은 무게(kg)와 가격을 계산해 기입한 후 장부를 시니어클럽에 넘긴다.


최종적으로 구청에서는 수익과 정부보조금을 더해 급여를 지급한다. 이 사업으로 어르신들은 1인당 월 최대 31만 원의 급여를 받을 수 있다.

‘모두의 자원’ 사업은 단순 일자리 사업을 넘어 복지서비스와도 연계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은평시니어클럽 복지사들은 주 1~2회 200명이 넘는 어르신들 모두에게 안부 전화를 돌린다. 이를 통해 어르신들의 건강상태, 애로사항 등을 상시 점검할 수 있어 복지에 빈틈이 없도록 한다. 

이동언 사회복지사는 “병원에 입원하시는 등 몸이 안 좋으셔서 가끔 연락이 안 되는 어르신들이 있다”며 “고물상 사장님께도 연락 드리고, 주변에도 사정을 물어 어르신들이 위기상황에 놓이지 않을 수 있도록 꼼꼼하게 살피고 있다”라고 말했다.

구청에서는 어르신들이 일하는 데 필요한 여러 장비를 지급하고 있다. 우비와 방한 잠바, 핫팩 90개, 일회용 장갑 등 동계와 하계 물품을 받을 수 있다.

이에 더해 폐지를 주우며 끌고 다니는 손수레 타이어를 무료로 교체 받고, 경광등이 붙어 있는 ‘안전손수레’도 제공된다.

앞서 구는 지난달부터 이달 말까지 관내 거주하는 폐지 수집 노인을 대상으로 ‘생활실태 전수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구는 폐지 수집 노인의 규모와 생활실태를 더 자세히 파악해 보건복지서비스와 노인일자리 연계를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박호수 기자 lake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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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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