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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ur &] 봄따라 강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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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4-03-31 15:01:05   폰트크기 변경      
강가에 부는 봄바람 강변에 핀 봄꽃

한국관광공사가 추천하는 4월 봄맞이 여행


충북 단양 선암골생태유람길 계곡 /사진 : 길지혜 여행작가


[대한경제=김정석 기자] 이맘때쯤이면 옷장을 연다. 겨우내 입었던 두꺼운 옷들을 옷장 깊숙이 넣고 얇은 옷을 꺼낸다. 그러면서 지난 철에 한 번도 입지 않은 옷을 추리고 오는 철에 입지 않을 것 같은 옷은 따로 둔다. 버릴 것을 고르는 작업인데 매번 머뭇거리게 된다. ‘언젠가 다시 입겠지….’ 결국 버리는 옷은 많지 않다. 봄은 그렇다. 시작이라 셀레이지만, 버리고 새로 시작하려니 아쉬움과 미련이 남는다. 그럴 땐 다시 생각해보자. 거창하거나 굳은 결심이 꼭 필요한 건 아니다. 무엇을 버리지 않아도 여전히 무언가 떨쳐버리지 못했어도 상관없다. 봄은 이미 곁에 왔다. 그저 봄이니 가벼운 옷차림과 발걸음으로 떠나보자.


바위 따라 느릿느릿…단양 선암골생태유람길


형상이 미륵같아 ‘불암’ 이후 ‘선암’으로 불린 하선암 / 사진 : 길지혜 여행작가



느림보유람길은 선암골생태유람길과 방곡고개넘어길, 사인암숲소리길, 대강농촌풍경길 등 4개 구간 총 42.4㎞로 구성된 순환형 길이다. 이 가운데 1구간 선암골생태유람길 14.8㎞는 힘들이지 않고 쉽게 걸을 수 있는 길이다.

남한강 지류 단양천을 따라 화강암과 사암이 아름다운 경관을 이룬다. 특히 봄에는 진달래와 철쭉이 풍성하고 길 양옆으로 벚나무가 펼쳐진다.

출발은 단성생활체육공원이다. 우회교를 지나 소선암오토캠핑장과 백두대간녹색테마체험장에서 숲길을 따라 걷는다. 흙길, 아스팔트, 임도길 등 다양한 길이 나타난다. 선암계곡은 상업적인 시설이 거의 없어 대자연 속 트레킹의 묘미를 느낄 수 있다.

한 시간 반 정도 걸으면 하선암을 만난다. 조약돌 탑이 즐비한 계곡의 느린 물 흐름을 바라보는 여행자가 마냥 여유롭다. 너럭바위가 층암을 이루고 그 위에 커다란 바위가 얹혀 있다. 퇴계 이황은 단양군수로 재임하면서 하선암을 두고 ‘속세를 떠난듯한 신선이 노닐던 곳’이라고 극찬했다.

상선암을 향해 오를수록 소나무와 기암절벽이 많아지는데 절벽의 기암은 때론 붉고 때론 검은빛을 띤다.

세차게 흐르는 물소리와 탁 트인 계곡이 나오면 중선암에 다다른 때다. 바위 사이를 뚫고 흐르는 작은 폭포는 쌍룡이 승천했다고 해서 ‘쌍룡폭’이라고 부른다. 중선암에 앉아보려면 출렁다리를 건너 도락산장 매점 뒤편으로 걸어 들어가면 된다. 옥렴대(玉簾臺)라 부르는 바위에는 ‘사군강산(四郡江山) 삼선수석(三仙水石)’이라고 새겨져 있다. 사군은 조선시대 단양, 영춘, 제천, 청풍 4개의 군으로, 이 가운데 상선암, 중선암, 하선암의 물과 돌이 가장 아름답다는 뜻이다.

중선암에서 1㎞ 남짓 걸으면 단양의 명산 도락산과 월악산국립공원 단양분소가 나온다. 우암 송시열 선생이 ‘깨달음을 얻는 데는 나름대로 길이 있어야 하고, 거기에는 반드시 즐거움이 있어야 한다’는 뜻에서 지은 도락산 등산코스도 여기에서 시작한다.

단양분소 주차장을 가로질러 상선암숲쉼터를 지나면 상선암에 다다른다. 옛 선인들은 상선암을 두고 학처럼 맑고 깨끗한 사람이 유람하기에 좋은 장소라고 했다.

상선암출렁다리를 건너 상선암교를 지나 약 1.3㎞를 걸으면 특선암이 위용을 자랑한다. 수직으로 벽을 이룬 기암절벽이 마치 호위무사 같다.

길지혜 여행작가



경춘선 따라 추억 따라…춘천 강촌레일파크


벚꽃 터널을 지나는 가평 레일바이크 / 사진 : 강촌 레일파크 제공



강촌 레일파크는 1939년에 개통돼 2010년 전철화된 새로운 경춘선 철도가 생기기 전까지 사용됐던 옛 경춘선 철로를 이용한 레일바이크다. 경춘선은 수십년 동안 대학생에게 MT 1번지인 대성리와 청평, 가평, 춘천을 잇는다. ‘춘천 가는 기차’라는 노래로도 만들어질 만큼 낭만의 상징으로 사랑받는 길이었다. 이제 옛 경춘선에는 기차가 다니지 않지만, 레일바이크로 달리는 낭만의 기찻길에서 누군가는 젊은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고 누군가는 새로운 추억을 만든다.

강촌 레일파크에는 두 개의 노선과 세 개의 출발역이 있다. 김유정역에서 출발해 옛 강촌역에 이르는 코스, 가평에서 출발해 경강역까지 간 뒤 가평으로 돌아오는 길, 경강역에서 가평까지 간 뒤 다시 경강역으로 돌아오는 코스가 있다.

김유정 레일바이크 탑승장은 경춘선 전철 김유정역에서 도보로 3분 거리에 있다.

자전거처럼 페달을 밟는 수동이지만 생각보다 많은 체력이 필요하진 않다. 마을을 가로질러 논과 밭, 건물이 있는 풍경을 뒤로하며 달리다 보면 어느새 북한강이 시야에 들어온다. 한강 상류지만, 강폭이 상당히 넓어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다.

김유정 레일바이크는 네 개의 터널을 만난다. 첫번째 터널에는 수많은 바람개비가 벽면에 붙어 있다. 두번째 터널은 예쁜 조명과 함께 비눗방울이 날린다. 빨강, 파랑, 초록 등 여러 색으로 바뀌는 세번째 터널의 테마는 은하수다. 달 모양 조형물과 별처럼 작은 조명이 반짝인다. 마지막 터널에서는 클럽을 연상케 하는 현란한 조명과 함께 신나는 음악이 쏟아진다.

김유정역부터 6㎞ 지점에서 낭구마을 휴게소에 도착한다. 남은 2.5㎞는 낭만열차로 갈아타고 유유자적 창밖으로 펼쳐지는 북한강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가평 레일바이크는 왕복 8㎞다. 세 개의 코스 중 유일하게 전동레일바이크를 사용한다. 가평에서 출발하면 곧 북한강철교를 만난다. 30m 높이의 철교는 꽤 아찔하다. 레일바이크로 철교를 건너는 경험도 새롭다. 양쪽으로 펼쳐지는 북한강 풍경이 시선을 빼앗는다.

4월 초순은 가평 레일바이크를 타기 가장 좋은 때다. 느티나무와 벚꽃 터널을 지나며 봄을 느낀다.

오원호 여행작가



피크닉부터 드라이브까지…영천 임고강변공원


꽃비가 내리는 영천의 봄 / 사진 : 영천시 제공


별이 가장 잘 보인다는 보현산천문대를 보유한 청정 도시, 영천에는 맑고 푸른 금호강이 넉넉히 흐른다. 벚꽃, 복사꽃이 만발하는 봄이면 너도나도 영천의 강변으로 모여든다.

상주영천고속도로 영천IC를 빠져나와 포은로를 달리다 보면 곧 자호천과 만난다. 자호천은 보현산 골짜기에서 흘러나와 영천댐에 몸을 담근 다음 영천 시내를 지나 금호강으로 흘러드는 강이다. 전체 길이는 23㎞. 50리가 넘는 물길을 따라 자호천 둑길이 온통 벚나무다. 만발한 벚꽃을 감상하는 사이 임고강변공원이 보인다. 자호천 구간 중에도 가장 멋진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드넓은 강변부지에 자리하고 있다.

임고강변공원은 영천댐에서 빠져나와 몸집을 넓히던 강이 우뚝 선 암벽을 만나 ㄱ자로 꺾는 곳으로, 암벽의 절경에 취해 물도 잠시 쉬어 흐른다. 잔잔히 흐르는 강물과 솟아오른 절벽은 사철 그림 같지만, 봄날의 풍경이야말로 눈이 부시다.

강변을 따라 긴 산책로가 나 있다. 산책로를 따라 강물과 나란히 걷는 길이 무척이나 인상적이다.

이곳은 캠핑 성지다. 텐트 문만 열면 유유히 흐르는 강물이 눈에 들어오니 자연스럽게 커피 한잔을 들고 앉아 물멍을 즐기게 된다. 평일에 하나 둘 보이던 텐트가 주말이면 공원이 거의 꽉 찰 정도다. 자리는 선착순이기 때문에 서두르는 게 좋다. 음수대와 화장실 등 모든 시설 역시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으며 사용료도 무료다. 물놀이장과 인공폭포가 운영되는 여름이면 가족 캠핑족들에게 천국이다.

피크닉을 즐기는 사람들도 많아진다. 돗자리나 의자만 챙겨오면 강바람과 봄 햇살을 맘껏 누릴 수 있다. 피크닉세트를 대여해주는 곳도 있다.

가장 빛나는 주인공은 벚꽃이다. 공원 입구에서부터 공원 끝에 있는 영천시 민간인희생자 위령탑까지 아름드리 벚나무가 이어진다. 양쪽으로 분홍빛 꽃터널을 드리운다. 공원 안에도 우람한 벚나무들이 많아 눈길 가는 곳마다 벚꽃이다. 살랑살랑 강바람이 불어오면 꽃비가 내린다.

유은영 여행작가


신선처럼 누리는 봄날의 정취…임실 사선대


임실 사선대 / 사진 : 장보영 여행작가


상춘 여행에 ‘임실’을 빠뜨릴 수 없다. 한자로 ‘맡길 임(任)’에 ‘열매 실(實)’을 쓸 만큼 비옥한 토지를 자랑하는데, 임실의 산이 구릉처럼 낮고 물이 많은 데서 비롯한다.

산이 많고 물이 많은 임실은 그야말로 봄의 전령사다. 회문산, 나래산, 백련산 등 사방을 에워싸고 있는 산을 통해 변화하는 계절의 모습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1985년 12월 국민관광지로 지정된 사선대는 임실 대표 명승지다. 사선대(四仙臺)를 풀이하면 ‘네 신선이 노닌 곳’이라는 뜻이다.

해발 430m의 성미산과 섬진강 상류인 오원천이 한 폭의 그림처럼 조화를 이룬다.

방대한 잔디광장은 겨우내 움츠러든 몸과 마음을 깨워 각종 여가 활동과 친목 활동을 누리기에 최적이다. 오원천을 끼고 조성된 산책로를 한 바퀴 크게 걷다 보면 왜 과거 이곳에 시선들이 머물렀는지 절로 깨닫게 된다.

고즈넉이 흐르는 오원천 덕분에 사선대는 봄뿐만 아니라 사계절 언제 찾아와도 훌륭하다. 오원천 주변으로 봄이면 노란 봄꽃이, 여름이면 푸른 초목이, 가을이면 붉은 단풍이, 겨울이면 하얀 눈길이 저마다의 색채를 진하게 드러낸다.

사선대 위쪽 언덕에는 운서정(雲棲亭)이 자리 잡고 있다. 남쪽의 완만한 경사면을 따라 축대를 쌓아 단을 만든 뒤 가정문과 좌우로 동재와 서재, 그 위에 누각을 올렸다. 이곳에서 한눈에 굽어보는 사선대 절경이 일품이다.

운서정 주변의 덕천리 가침박달 군락은 생태적으로 중요한 가치를 지니는 천연기념물이다. 가침박달나무가 중부 이남 지역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희귀한 야생 수목이다. 가침박달 군락을 사선대에서 볼 수 있는 까닭은 관촌면 덕천리가 남방한계선에 위치하기 때문이다. 가침박달나무는 5월에 하얀색 꽃을 피우며 9월에 열매를 맺는다.

장보영 여행작가



영산강에 샛노란 봄이 오나 봄…나주 영산강둔치체육공원


영산강둔치체육공원의 유채꽃밭과 둑길의 벚꽃 / 사진 : 나주시 제공


영산강은 담양의 가마골 용소에서 발원해 광주와 나주 등을 거쳐 목포에서 바다로 흘러든다. 남도의 구석구석을 지나는 셈이다. 강의 이름은 나주 영산포에서 기인한다. 영산포라는 이름은 신안 흑산도 동쪽 섬 영산도에서 왔다는 말이 있다. 고려시대 왜구의 노략질이 잦자 섬사람들을 내륙으로 이주해 살게 했다. 영산도 사람들이 사는 포구라고 해 영산포라 불렀다고 한다. 그리고 바다까지 뱃길로 이어지는 교역의 중추인 영산포를 따서 영산강이 됐다 전한다.

홍어거리가 영산강둔치체육공원 강변에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영산포 사람들이 고향의 홍어 맛이 그리워 가져다 먹던 게 나주 홍어의 명성을 만들었다.

봄에는 유채꽃이 홍어에 맞서 영산강의 주인공을 다툰다. 오감 가운데 제일 오래가는 건 후각이지만 가장 먼저 반응하는 건 역시 시각이다. 홍어 맛보러 왔던 이들조차 식후경을 놓치지 않는다.

유채꽃은 영산교 상류 공원 북단이 주무대다. 영산교나 영산대교 위에서 내려다보면 온통 노란빛이다. 물론 다리 위보다 곁에 두고 보는 게 한층 아름답고 다정하다. 이를 모르지 않는 이들은 유채꽃 사이를 거닐며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다.

행여 유채꽃이 만개하는 시기를 놓쳤다 해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영산강 황포돛배 체험과 자전거 타기를 빼놓을 수 없다. 황포돛배는 1977년 이후 자취를 감췄다가 2008년부터 관광 목적으로 부활해 운영 중이다. 영산교 남쪽 영산포선착장에서 출발해 한국천연염색박물관선착장까지 왕복 50분을 유람한다.

왕복 약 10㎞로 백제 아랑사와 아비사의 전설을 간직한 앙암(仰巖)바위, 영모정과 기오정 등 강변의 유적을 곁에 두고 지난다. 3인 이상이 모여야 출발하며 탑승 인원에 따라 운행하는 배가 다르다.

영산포 선창의 영산포 자기수위표도 옛 정취를 전한다. 영산포등대로 불리며 일제강점기인 1915년에 건립한 우리나라 유일의 강변 등대다. 강 수위를 측정하는 용도로도 쓰였기 때문에 공식 명칭은 영산포 자기수위표다.


박상준 여행작가



강은 흐르고 봄은 다시 온다. 삶처럼 또는 삶과 상관없이 흐르고 반복된다. 그렇다고 ‘춘래불사춘(春來不思春)’할 이유는 없다.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했던가. ‘춘래(春來)’했으니 ‘사춘(思春)’하자. 나풀거리는 얇은 옷을 입으면 봄바람에 나와 꽃잎이 함께 흩날린다. 봄꽃을 보고 맡으면 내 마음에도 봄이 온다.

정리=김정석 기자 j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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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부
김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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