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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집 가치 살려 리뉴얼…“과거-현재 잇는 ‘문화사랑방’ 만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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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4-04-03 17:40:28   폰트크기 변경      
[스타트업 스토리] 구자원 고결 대표

지역문화 스테이 설계 ‘고결’

인구절벽 시대 이색 사업


2021년 건축학 동기 3명이 창업

낡고 오래된 가옥 현대적 재해석

프로젝트 1호로 ‘고결 문경’ 탄생

옛 대장간, 숙박ㆍ체험시설 탈바꿈

대들보ㆍ툇마루 등 살려 고풍 연출

서울시 ‘넥스트 로컬’ 3기에 선정


[대한경제=이종무 기자]  저출생ㆍ고령화 문제가 사회 문제로 대두하고 있다. 특히 인구 집중의 편향으로 비수도권의 위기감은 현실화하고 있다. 52%. 전국 시군구 가운데 인구 소멸 위험 지역으로 분류된 비율이다. 228개 시군구 중 2018년 89개(39%)에서 지난해 118개로 확대했다. 이 중 대부분이 비수도권이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우리나라 인구 감소 속도가 유럽 흑사병 창궐 때보다 더 빠르다고 쓰기도 했다.

인구 소멸 위기에 전국에 빈집도 급증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전국 빈집은 약 145만채로 1년 이상 된 빈집만 13만2052채에 달한다. 이 중 절반 가량인 6만1000채가 인구 감소 지역에 있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앞으로도 이런 인구 추세가 계속되면 지방의 빈집은 더욱 흉물로 방치되고 우범 지역이 될 것이란 우려다.


구자원 고결 대표가 서울 광진구 하나소셜스퀘어에서 지역문화 스테이 ‘고결문경’의 설계 도면을 가리키며 설명하고 있다. /사진:안윤수 기자


지난달 서울 광진구 하나소셜스퀘어에서 구자원 고결 대표를 만났다. 구 대표는 지역의 오래된 집(구옥)을 ‘지역문화 복합 공간’으로 탈바꿈시켜 이런 사회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현재는 쓰임새를 잃었지만 유서가 깊고 숨어 있는 가치를 지닌 건물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일종의 지역 ‘사랑방’ 역할을 구축하는 것이다.

구 대표는 이러한 구상을 사업화하기 위해 2021년 고결을 창업했다. 전공을 살린 고결건축사사무소의 ‘지역문화 스테이’ 브랜드이기도 하다. 첫 번째 프로젝트가 지난해 9월 경북 문경에 문을 연 ‘고결문경’이다. 문경새재 고갯길을 넘어가도 잘 드러나지 않던 문경에 과거와 현재를 잇는 첫 숨을 불어넣는 순간이다.

구 대표는 “문경에 그간 잘 알려지지 않은 수많은 지역문화 원형이 잘 보존돼 있었다. 도자기, 한지 등 자원이 많았다”면서 “여기서 우리(고결)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있을 것 같았다”며 문경을 첫 프로젝트로 삼은 배경을 설명했다.

구 대표가 문경에서도 시선이 멈춘 곳은 가은읍이었다. 속리산에서 발원한 물줄기가 흘러 낙동강과 만나는 영강과 조그만 천을 사방의 산이 품으며 고즈넉한 풍경을 간직한 곳이다. 시계를 되돌리면 가은은 1960~1980년대만 해도 활력이 넘치는 마을이었다. 당시 국내 최대 탄광회사였던 은성광업소를 중심으로 우리나라 산업화의 원동력이 된 곳이다. 2만명이 넘던 가은의 인구는 현재 3000명 정도만 사는 한적한 동네가 됐다.

고결문경은 활기찼던 가은에서도 유독 오가는 이가 많았던 옛 대장간이기도 했다. 광부들을 위한 도구나 그 가족의 생활에 꼭 필요한 농기구를 제작하던 곳이었다. 시간이 지나 광산이 폐광되고 사람들이 마을을 떠나자, 대장간도 그 기능을 잃게 되면서 최근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빈집으로 방치돼왔다.

구 대표는 옛 대장간에서 남아 있는 온기를 느꼈다고 했다. 문경 지역문화를 연료 삼아 다시 마을에 활력을 불어넣고자 했다. 실제로 구 대표는 20여명의 문경 지역 장인, 작가 등과 손을 잡았다.

특히 굵고 거침이 없는 대장간의 대들보와 서까래, 툇마루를 살리면서 국가무형문화재 김삼식 문경 한지장이 뽑아낸 한지로 독채 스테이만의 특색 있는 고결문경을 탄생시켰다. 문경 도자기 현암요 등 지역 장인ㆍ작가의 제품도 곳곳에 배치해 공간을 꾸몄다. 구 대표는 “방문객이나 관광객이 고결문경에 머물고 투숙할 때 잘 알려지지 않은 지역 역사와 문화를 몸소 느끼고 가시길 바라는 마음에서 공간을 구성하게 됐다”고 말했다.


경북 문경 독채 스테이 ‘고결문경’의 현재 모습. /사진:고결 제공


체험 프로그램도 구성해 지역 문화와 접점도 넓혔다. 문경의 다예사가 진행하는 티 클래스가 인상 깊다. 90분간 진행하는 티 클래스는 문경에서 직접 재배한 녹차와 간단한 음식으로 일반적인 숙박시설에서 운영중인 조식을 대신한다. 녹차를 담는 도기도 현암요를 활용했다. 구 대표는 “문경의 이야기가 매개체를 통해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했다.

문제는 비용이다. 옛 대장간 건물과 토지를 사들여 리모델링하는 데는 적잖은 예산이 필요했다. 대지 약 330㎡(100평)에 건물은 142㎡(40평) 정도였다. 고결은 서울시에서 지원하는 지역연계형 청년 창업지원 사업 ‘넥스트 로컬’ 3기에 선정돼 자금을 지원받은 뒤 농어촌 민박 사업으로 주택담보대출도 활용했다. 고결 창립 멤버인 구 대표 등 같은 대학교 건축학과 동기 3명도 의기투합했다. 각자 직장 생활로 모아온 자금을 쏟아부었다.


사진:대한경제 DB


고결문경은 지역문화 스테이다. 기준 인원 4명으로 최대 6명이 사용할 수 있다. 예약은 고결 공식 홈페이지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타그램 계정, 파인 스테이(고급형 독채 스테이)를 분류해놓은(큐레이션) 온라인 플랫폼 ‘스테이폴리오’에서 할 수 있다.

이종무 기자 jm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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