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익경 편집위원 |
[대한경제=장익경 기자] 국내 연구진이 파열 위험이 높은 취약성 동맥경화 환자에게 예방적으로 스텐트 치료를 하는 것이 약물치료에 비해 더욱 효과적이라는 대규모 임상연구 결과를 심장 분야 최고 권위의 미국심장학회에서 발표됐다.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박승정 석좌교수, 박덕우·안정민·강도윤 교수팀은 파열 위험이 높은 취약성 동맥경화 환자 1606명을 대상으로 약물치료집단과 약물치료에 더해 예방적 스텐트 시술을 함께 받은 집단으로 나누어 치료 결과를 최대 7.9년간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2년 내 사망·심근경색을 포함한 주요 임상사건 발생 위험이 약물치료집단에 비해 스텐트 치료를 함께 받은 집단에서 약 8.5배 더 낮았다.
이에 따라 그동안 취약성 동맥경화는 파열 가능성이 있어도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이 발생하기 전에는 동맥경화가 쌓이는 속도를 늦추는 약물치료가 유일한 치료법이었는데, 이번 연구를 바탕으로 고위험 취약성 동맥경화 환자를 신중하게 선별하여 적극적인 스텐트 시술을 시행하면 장기적인 치료 성적이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동맥경화의 한 종류인 취약성 동맥경화는 혈관 막의 두께가 얇고 염증이나 지질 성분도 쉽게 쌓여 갑작스런 파열 위험이 크다. 이러한 취약성 동맥경화가 파열되면 혈관 내 혈전이 생겨 심장으로 가는 혈관이 갑자기 막히는 급성 심근경색 및 돌연사가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취약성 동맥경화는 심각해질 때까지 특별한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고, 관상동맥조영술이나 초음파, 심전도 등 기본적인 검사로 발견되기 어렵다. 기본적인 검사에서 고위험군으로 추정되는 경우에 다양한 혈관 내 영상장비를 이용한 정밀 검사를 시행해 취약성 동맥경화 환자를 선별한다.
연구팀은 2015년부터 2021년까지 한국, 일본, 대만, 뉴질랜드 등 4개국 15개 기관에서 혈관 내 영상장비를 이용해 취약성 동맥경화를 진단받은 환자 1606명을 무작위 배정한 뒤, 약물치료를 시행한 집단 803명과 약물치료에 더해 예방적 관상동맥 중재시술을 함께 받은 집단 803명으로 나누어 치료 결과를 비교 분석했다.
관상동맥 중재시술은 취약성 동맥경화 위치에 스텐트를 삽입해 혈액이 자유롭게 흐를 수 있도록 혈관을 넓히는 시술이다. 통상적으로 관상동맥 중재시술은 혈류 장애가 심한 중증의 관상동맥 협착에서 시행되지만, 이번 연구는 중증의 혈류 장애가 없는 취약성 동맥경화 환자들을 대상으로 예방적 스텐트 시술을 시행한 것이다.
치료 결과는 심장 원인에 의한 사망, 급성 심근경색, 재시술, 불안정형 협심증으로 인한 입원 등 주요 임상사건 발생률을 평가했다.
그 결과 예방적 관상동맥 중재시술을 받은 환자군의 2년 후 주요 임상사건 발생률은 0.4%로, 약물로만 치료받은 환자군의 주요 임상사건 발생률 3.4%에 비해 발생 위험이 약 8.5배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평균 4.4년(최대 7.9년)간 장기 추적 관찰한 결과, 예방적 관상동맥 중재시술 집단의 주요 임상사건 발생률은 6.5%로, 약물치료 집단의 주요 임상사건 발생률 9.4%에 비해 발생 위험이 약 1.4배 더 낮았다.
장익경 기자 king@ps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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