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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행위미술, 국내 경매시장에 처음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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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4-04-21 15:59:48   폰트크기 변경      
서울옥션 23일 제1 78회 메이저 경매....이건용 퍼포먼스 등 총 113잠 출품

2007년 인천 부평역사박물관. 한국-터키수교 50주년 기념전에서 무명의 아티스트는 맨발로 쪼그리고 앉아 분필로 좌우로 손을 휘저어 바닥에 선을 그리고, 두 발바닥으로 지워가며 조금씩 앞으로 움직여 나갔다. 삐죽삐죽 그려진 8m에 가까운 판지 위에 작가의 흔적을 만든 뒤 일어나서 “끝났다”고 말했다. 관람객들이 직접 적은 메시지가 남아 있어 보는 사람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바뀔 수 있다는 상황을 몸으로 연출한 그는 이 작품 제목을 ‘달팽이 걸음’으로 붙였다.


이건용의  ' 달팽이 걸음'                                         사진=서울옥션 제공


1970년대 한국사회에서 ‘불온미술’로 간주하던 행위미술의 ‘물꼬’를 터 준 이건용의 행위미술 ‘달팽이 걸음’이 국내 경매시장에  처음 나왔다. 미술품 경매의 ‘맏형’ 서울옥션은 이달 23일 여는 제178회 메이저 경매에를 통해서다.

서울옥션은 이건용의 작품 외도 단색화 거장들의 대표작, 조선시대 채색 장식화 병풍, 일본 인인기작가 아야코 록카쿠 그림, 프랑스 유명화가 로베르 콩바스의 작품, 사료적 가치가 높은 고지도 등 국내외 미술품과 문화유물을 줄줄이 입찰대에 올린다. 총 출품작은 113점이며, 낮은 추정가 총액만도 72억원에 달한다.

최근 이란과 이스라엘 간 충돌로 지정학적 긴장이 커진 데다 계속되는 인플레이션 우려 등으로 금이나 미술품 같은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추세여서 경매에 도전해 볼만한 기회다. 더구나 최근 미술시장이 조정을 받고 있는 상황이어서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입질’할 수 있다는 게 미술시장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아야코 록카쿠의 2018년 작 ‘무제(Untitled)’                     사진=서울옥션 제공


서울옥션은 이달 경매에 국내외 근현대미술품을 폭넓게 내놓았다.


국내 경매시장에 처음 등장한 이건용의 행위예술 퍼포먼스 10세트 작품은 추정가 2억~3억원에 새 주인을 찾는다.  1979년 상파울루 비엔날레에서 처음 선보여 화제가 된 작품이다. 한국 사회의 비논리적인 상황과 행동들에 대한 ‘처방’을 추구한 작가의 의도가 잘 드러나 있다.  더구나 삶과 예술적 실천이 분리돼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확인하려 애썼던 이건용의 실험미술을 소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한국 1세대 전위미술가 이건용의 시선은 이처럼 전위적이고 실험적이었다. 황해도 사리원에서 태어나 홍익대 미술대를 졸업한 그는 1969년 결성돼 현대미술에 대한 이론적 탐구와 실제 작품을 긴밀히 연결하고자 한 ‘공간과 시간’(ST)을 이끌었다.


‘아방가르드 그룹’(AG)에도 주도적으로 참여한 그는 1973년 파리비엔날레에 ‘신체항’을 발표해 국제 화단에서 호평을 받았다. 1975년 ‘동일면적’을 시작으로 5년간 40편이 넘는 작품을 내놓으며 1970년대라는 한국 상황의 암울함을 행위예술로 승화하려는 그의 외로운 분발은 놀라웠다.


박서보의 '묘법'                         사진=서울옥션 제공 


단색화 거장들의 수작들도 대거 경매에 부쳐진다. 하종현의 ‘접합’ 연작과 박서보의 ‘묘법’ , 정상화의 작품이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에 출품됐다. 

국제 미술시장에 주목을 받고 있는 해외 작가들의 작품들도 줄줄이 입찰대에 오른다. 화사하고 역동적인 봄 기운 느낄 수 있는 아야코 록카쿠의 2018년 작 ‘무제(Untitled)’가 추정가 5억~8억원에 나와 있고, 프랑스 화단에서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한 로베르 콩바스의 ‘마이떼(Maïté)’, 앙드레 마송의 몽환적인 분위기가 인성적인 ‘목욕하는 여인’이 눈길을 끈다.

사료적 가치가 높은 고미술품 작품들도  경매한다. 1955년 일본에서 제작된 ‘신정만국전도‘ 는 동해를 ‘조선해(朝鮮海)’로 표기하고 있는 대표적 고지도이다. 지난해  KBS ‘TV쇼 진품명품’에서 소개돼  감정가 5000만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번 경매에서는 3000만원부터 입찰을 시작한다.


 백범 김구가 1948년 4월, 평양 방문을 앞두고 남긴 글귀 ‘답설’ ,  임진왜란이 발발한 이후의 국내 정세를 담은 송강 정철의 ‘간찰’,  조선 전기 초서의 대가로 평가받는 고산 황기로의 ‘시고’ 등도  미술애호가들의 응찰을 기다린다. 


출품작은 경매 당일 23일까지 서울 강남구 신사동 서울옥션 강남센터에서 만나 볼 수 있다.


김경갑 기자 kkk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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