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기만에 반도체 흑자전환했지만
SK하이닉스에 영업익 1조 뒤처져
HBM서 ‘희비’… 격차 좁히기 총력
하반기 HBM3E 12단 제품 양산
올 공급량 전년보다 3배 늘리기로
서버 SSD 출하량도 1.8배로 확대
자료 : 각 사 제공 |
[대한경제=한형용ㆍ이계풍 기자] 삼성전자가 5개 분기 만에 반도체 부문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하지만 축포를 터뜨릴 분위기는 아니다. 1년 넘게 지속된 ‘적자 고리’를 끊어냈지만 고대역폭 메모리(HBM) 시장에서 뒤처진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SK하이닉스보다 1조원가량 적은 탓이다.
‘반도체 양대산맥’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올해 1분기 실적은 AI 열풍으로 수요가 폭발한 HBM에서 승부가 갈렸다. 삼성전자는 올 1분기 디바이스 솔루션(DS) 부문에서 1조91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5분기 만에 흑자 전환했다.
메모리 반도체 감산으로 D램(DRAM)과 낸드플래시 가격 상승이 상승한 데다 생성형AI 확산으로 DDR5 및 고용량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수요 강세가 이어지면서 실적을 견인했다. 특히 1분기 평균 판매가는 D램이 20%, 낸드플래시는 30% 이상 올랐다.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부문의 경우 재고 조정으로 매출 개선이 지연됐으나, 효율적 팹(fabㆍ반도체 생산공장) 운영으로 적자 폭은 소폭 축소됐다.
다만 같은 기간 3조원에 육박하는 영업이익을 달성한 경쟁사 SK하이닉스와 비교하면 아쉬운 성적표다. SK하이닉스는 올 1분기에 매출 12조4296억원, 영업이익 2조8860억원을 기록했다. SK하이닉스의 호실적 배경에는 고부가가치 HBM의 역할이 컸다.
삼성전자의 반격 카드는 차세대 HBM과 낸드플래시 기반 서버용 SSD다. 생성형 AI의 기술 고도화로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지속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는 가운데 첨단 HBM 기술을 앞세워 SK하이닉스와 격차를 좁혀간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1분기에만 시설투자액 11조3000억원을 쏟아부었다. 연구개발(R&D)에도 7조8200억원을 투자해 지난해 4분기 7조5500억원에 이어 역대 분기 기준 최대규모를 기록했다.
5세대 HBM인 HBM3E 8단 제품에 이어 올 하반기에는 HBM3E 12단 제품도 본격적인 양산에 돌입한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올해 삼성전자 HBM 공급 규모는 전년보다 3배 이상 늘려가고 있고, 올해 물량은 이미 고객사들과 협의가 완료된 상태”라며 “하반기 HBM3E으로 전환해 전체 HBM 판매량 중 비중은 3분의 2 이상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삼성전자의 HBM3E 12단 제품이 올 연말 엔비디아가 출시할 예정인 ‘블랙웰’ 기반 차세대 AI 가속기(데이터 학습ㆍ추론 특화 반도체)인 ‘B100’에 탑재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B100에는 HBM3E가 각각 141기가바이트(GB), 192GB 규모로 장착될 예정이다.
서버용 SSD 시장에도 힘을 쏟는다. 2분기에 초고용량 64TB SSD 개발을 마치고, 올해 서버용 SSD 출하량을 작년보다 1.8배 늘릴 계획이다. 김 부사장은 “학습과 추론 두 분야 모두에서 SSD 공급 요청이 급증하고 있다”고 했다.
파운드리 부문도 2분기에는 전분기 대비 두 자릿수 매출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1분기는 역대 최대 물량을 수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재용 회장은 3㎚(1㎚=10억분의 1m, 나노미터) 이하 파운드리 경쟁을 위해 네덜란드 ASML의 EUV 장비에 탑재되는 부품 회사인 자이스(ZEISS)와의 협력 카드를 꺼냈다. 자이스는 반도체 업계에서 ‘수퍼 을’인 ASML의 또다른 ‘수퍼 을’로 불린다.
여기에 AI 추론용 반도체인 ‘마하 1’과 ‘마하 2’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정기 주주총회에서 메모리 병목 현상을 해소할 수 있는 대규모언어모델(LLM)용 AI 칩 ‘마하-1’의 개발 사실을 공개했다. 엔비디아 AI가속기보다 메모리와 GPU 사이 병목현상을 8분의 1로 줄이고 8배의 파워 효율을 갖는 제품으로, 양산 시기는 올 연말이다.
한형용 ㆍ이계풍 기자 je8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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