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자기 입이 꽃입처럼 활짝 벌어져 있다. 가느다란 목 아래 어깨에는 동물의 귀처럼 생긴 좌우 장식물이 이채롭다. 파초와 모란이 피어있는 정원을 산책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청화로 세세하게 그린 후 뒷 배경을 금으로 도색했다. 원나라 시대 제작된 궁궐도자기 ‘금련천막부 청화 유금 인물문 화구병’이다. 굽 바닥을 들여다보니 '금련천막부(金莲川幕府)'라고 쓰여 있다. '금련천막부'는 중국 군사 및 문무를 관장하는 원나라의 최고 관청이다. 칭기즈 칸의 손자인 쿠빌라이(1215~1249)가 ‘천하의 모든 인재를 기용하겠다(征天下名士而用之)’는 취지로 금련천막부를 설치했다. 이곳에서 원나라 여섯 황제가 즉위식을 치른 만큼 이 도자기는 궁궐에서 사용한 귀중한 유물임을 짐작케 한다.
.남송 호전요 영청 줄무늬 연잎개관. 사진=다보성갤러리 제공 |
중국 원나라 때 제작된 도자기를 비롯해 남송시대 연잎형 뚜껑이 있는 항아리, 명나라 시대 보월병(宝月瓶)과 포도송이 모양의 주전자, 복숭아 형태의 연두색 먹, 호박으로 만든 관음보살 좌상, 꽃바구니 모양의 법랑 코담배(비연호) 등 다양한 중국 문화유산 42점이 경매에 오른다. 다보성갤러리가 지난 2일 시작해 오는 9일까지 진행하는 제6회 중국 문화유산 온라인 경매를 통해서다.
최근 고금리와 고유가 현상으로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금이나 골동품 같은 안전자산에 뭉칫돈이 몰리고 있는 만큼 화교권의 큰손 컬렉터들이 지속적으로 고서화와 도자기를 구입하는 추세여서 국내에서 유통되는 중국 유물을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에 응찰 할 수 있는 기회다.
김종춘 다보성갤러리 회장은 “다보성은 반세기 동안 인류의 중요 문화유산을 수집하여 국·공립박물관 및 국내 유수의 사립박물관에 보급해왔다”면서 “이번 경매에서는 시작가를 저렴하게 설정했기 때문에 많은 애호가들의 응찰 경쟁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분채 화접문 걸상 청대' 사진=다보성갤러리 제공 |
다보성갤러리는 전략 상품으로 명나라 시대 ‘명만력 청화 백록도매병’을 비롯해 원나라 문화재 ‘금련천막부 청화 유금 인물문 화구병‘, 남송시대 ’호전요 영청 줄무늬 연잎개관‘을 전면에 내세웠다.
가장 눈길을 끄는 작품은 남송시대 도자기 ‘호전요 영청 줄무늬 연잎개관’. 추정가 300만~500만원에 출품된 이 도자기는 연잎형 뚜껑이 있는 호전요 항아리다. 호전요는 경덕진의 저명한 가마다. 작은 연꽃 모양 손잡이가 달린 뚜껑과 항아리에 청백유를 덧칠했다. 사선 무늬를 따라 빛이 반사되는 산란현상이 이채롭다.
'청건륭 요태화법랑 꽃바구니 비연호' 사진=다보성갤러리 제공 |
명나라 시대 도자기 ‘요변유 쌍이보월병(窑变釉双耳宝月瓶)’ 역시 추정가 500만원~1000만원에 새 주인을 찾는다. 보월병은 둥근 보름달을 닮아 지어진 이름이다. 푸른색 유약이 칠해져 있고 요변(窑变)자기의 특징인 흑반이 드러나 있다. 요변(窑变)은 도자기 가마 속에서의 온도 변화로 인해 유약의 변색이 일어나는 것을 말한다. 푸른색과 흑반이 섞인 색감이 오묘해 마치 달 속에 우주가 담겨있는 듯한 착가을 일으킨다. 응찰은 200만원부터 시작된다.
장수를 상징하는 소나무 사이로 하얀 사슴 100마리가 뛰어 모습이 담긴 도자기 ‘명만력 청화 백록도매병’도 추정가 500만~1000만원으로 입찰대에 오른다. 도자기에 담겨진 백록(百鹿)은 ‘온갖 복록을 누리라’는 뜻이다. 사슴마다 모습이 서로 달라 감상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구연부가 작고 목이 짧으며, 어깨는 넓고 아래로 내려갈수록 살짝 좁아지며 안정감 있다. 어깨를 들여다보니 '대명만력년제(大明萬曆年製)'라는 관지가 있다. 궁궐에서 사용한 귀중한 유물임을 짐작케 한다.
명나라 건문 시기 청화 유리홍 범문 도자 6점 세트(1500만~2000만원)을 비롯해 명 홍유 포도형 주자(300만~500만원), ‘분채 화접문 걸상청대’ 등도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에 경매에 부쳐진다.
출품작들은 경매 당일 9일까지 서울 종로구 경운동 다보성갤러리 4층 전시장에서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김종춘 회장은 "올해 말에 고가의 진귀한 중국 유물 20~30점들을 엄선해서 오프라인 경매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경갑 기자 kkk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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