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최대 주방·욕실 전시회 ‘KBIS 2024’에 참가한 LX하우시스 부스. /사진: LX하우시스 제공

[대한경제=문수아 기자] 국내 건축자재 관련기업들이 유가 하락 효과로 수익성 개선에 성과를 냈다. 건축자재 주요 원재료인 PVC 등은 국제 유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데, 1분기 유가가 안정세에 접어든 덕에 국내 건설ㆍ부동산 시장 침체 영향을 상쇄할 수 있었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주요 건축자재 기업들이 1분기에 수익성 개선에 성공했다.

폴리염화비닐(PVC)을 주요 원재료로 사용하는 LX하우시스, 현대L&C, KCC가 대표적이다. PVC는 바닥재, 창호 등 주요 건축자재 원재료로 쓰인다. PVC 가격은 올해 1분기 t당 평균 770달러로 1년 전보다 7% 하락했다.

현대L&C 매출은 2645억원으로 전년 동기(2283억원) 대비 15.9% 증가했다. 8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전환했다. 국내에서 창호와 인테리어스톤 판매가 늘면서 원자재 가격 안정 효과를 극대화했다.

LX하우시스는 1분기 영업이익 324억원으로 컨센서스(증권사 예상실적 평균치, 195억원)을 크게 웃돌았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2배, 직전 분기와 비교하면 3.5배 이상 늘었다. 이익율이 큰 단열재와 창호 판매가 늘어난 동시에 여기에 쓰이는 원재료 가격이 국제 유가 흐름에 따라 안정세를 찾았기 때문이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당 PVC 가격은 2022년 1627원에서 지난해 1212원으로 25% 낮아졌다. 분기나 반기 단위로 계약하는 것을 고려하면 지난해 PVC 가격이 떨어진 효과는 올 상반기까지 반영될 수 있다.

KCC 역시 연결기준 영업이익 1069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758억원) 대비 41.0%, 전분기(578억원)에 비해 84.7% 증가한 수치다. 컨센서스(767억원)도 훌쩍 뛰어넘었다. 주력인 실리콘이 글로벌 호황 덕에 매출과 수익성 개선 모두 성과를 낸데 더해 도료와 창호에서 유가 안정세의 효과를 본 영향이다.

삼화페인트, 노루페인트 등 주요 도료업체들도 원재료 하락 수혜가 예상된다. 두 회사는 지난해에도 유가가 하락하면서 용제, 수지, 안료 등 가격이 낮아진 효과를 봤다.

건축자재 기업들은 1분기 호실적을 발판 삼아 해외사업과 신사업에 힘을 싣는다. 하반기까지 국내 부동산 시장 전망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LX하우시스와 현대L&C는 미국을 중심으로 인조대리석 영업과 판매에 주력할 방침이다. 7%대 금리에도 기존 주택 가격이 급등하면서 주택 신축 수요가 늘고 있어서다.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3월 신축주택 판매 건수는 69만3000가구로 전월 대비 8.8% 늘었다. 지난해 9월 이후부터 신축주택 판매는 상승세를 보이면서 여기에 쓰이는 인조대리석 수요도 동반 증가 추세다.

도료업체들인 이차전지 소재로 새로운 먹거리를 키운다. 이차전지에 쓰이는 전해액 첨가제, 접착제, 마감재, 난연 우레탄폼 등은 페인트 제조 기술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노루페인트는 연내 이차전지 셀과 모듈, 팩에 적용 가능한 13개 제품 출시를 목표로 막바지 기술 점검 중이다. 배터리에서 화재가 발생할 위험을 줄이는 기능성 제품들이다. 세계 최대 규모 배터리 전시회인 ‘인터배터리 2024’에서 일부 제품을 선보여 관련 기업들로부터 주목 받았다. 삼화페인트는 다수 기술 특허를 확보하면서 차별화에 나선다. 최근에는 리튬 이차전지용 전해액 첨가제 제조 특허를 취득했다. 배터리 성능을 유지하는 전해액 첨가제를 만들 수 있어 주목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부동산 거래와 아파트 신축 전망이 불투명하고 최근에는 환율도 불안해져 하반기까지 해외, 신사업으로 위험을 분산하는데 집중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문수아 기자 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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