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화가 서안나와 키츠는 한국 현대미술의 ‘MZ세대(밀레니얼+Z세대)대표작가군'에 꼽힌다. 201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활동한 두 사람은 한국의 급격한 선진화에 따른 사회적 현상을 정교하게 작품 속에 녹여내 주목받았다. 서안나가 자신과 함께 생활하고 있는 반려동물을 따스한 정서로 위트 있게 담아내 현실을 은유했다면 키츠는 현대인의 작은 행복을 작품의 에너지 원천으로 삼는다. 두 작가의 그림값은 직장인 누구나 부담없이 소장할 수 있는 합리적인 가격 때문에 MZ세대 컬렉터들의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서안나와 카츠가 색다른 ‘회화 대결’을 벌이는 전시회가 마련됐다. 국내 대표적인 미술품 경매회사 케이옥션의 자회사 아트떼케이가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서울 강남구 본사에서 지난달 26일 시작해 오는 17일까지 펼치는 ‘모든 것이 제자리에(Everything in its Right Place)’전이다. 부모 세대가 겪은 암울한 이데올로기를 확 벗어던지고 젊은 세대들의 취향을 죽어라 파고드는 1987년, 1990년생 작가들이다. ‘모든 것이 제자리에’는 작가, 예술, 현실 사회의 관계성을 파악하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서안나의 '읽을 줄 몰라' 사진=아르테 제공 |
두 작가가 어떻게 현실을 바라보고, 어떻게 예술로 확장했는지 유쾌하게 풀어낸 회화 35점이 걸렸다. 예술가로서 현실을 마주하고 인식하면서 그 안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작업해온 이들의 기발한 열정과 유머러스한 작품을 비교하며 감상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1970~80년대 민주화 이후 한국적 자본주의가 급격히 자리를 잡은 시기를 겪어온 서안나는 생기발랄한 애완동물의 몸동작을 스냅 사진처럼 잡아낸 작품을 내놓았다. 기성세대와 구분되는 젊은층의 속내를 강아지나 고양이 등 으로 승화한 점이 흥미롭다.
실제로 서씨는 화단에 입성한 초기에는 추상화에 빠졌다. 그러나 코로나를 계기로 작업의 방향을 구상 쪽으로 전환했다. 당시 하루의 대부분 시간을 강아지와 고양이와 함께한 그는 캔버스에 애완동물을 담기 시작했다. 급속한 선진화 과정에서 현대인의 욕망을 애완동물에 풍자해 관람객과의 농익은 소통을 끌어내기 위해서다. 테니스 공을 입에 가득 물고 있는 강아지, 책 위에 올라앉은 고양이, 식탁 위에 컵을 건드는 고양이 등 일상에서 매 순간 마주하는 반려동물의 귀엽고 사랑스러운 모습을 명징한 미감으로 되살려냈다. 물감을 얇게 여러 번 올려 특유의 질감으로 표현한 그의 작품들은 브르쉘 아트페어와 2019년 스페인 마드리드 반고흐갤러리 개인전에서 대히트를 첬다.
키츠의 '노란 꽃과 레몬을 준비하면' 사진=아르테 제공 |
성균관대에서 시각디자인과 프랑스어문학을 공부한 키츠는 일상에서 늘 마주치는 평범한 풍경을 화면에 끌어들여 ‘행복바이러스’를 퍼뜨리는 작품들을 걸었다. 각박한 현실을 겪어내는 사람들의 고단한 삶이 행복한 감성으로 치환된 작품들이다. 작가는 계절과 날씨에 따라 변화하는 일상의 풍경에서 느껴지는 역동성과 아름다움을 캔버스에 담아내는 데 집중했다. 인상파적 색채와 질감으로 현대사회의 행복한 단면을 온화하고도 오묘한 색채로 표현했다. 작가의 상상력과 아크릴 물감이 만나 말랑한 형태와 몽글몽글한 경계의 그림이 이채롭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이채린 아르떼 과장은 “현대인들의 일상을 파고든 두 작가들의 작품에서 생전에 ‘예술은 하모니’라고 한 쇠라의 말이 실감 난다”며 “현실에 대한 작가들의 다채로운 시각과 유연함을 관람객에세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김경갑 기자 kkk10@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