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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한 線에 禪사상 응축...인간-자연-작품의 知行一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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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4-05-08 14:00:40   폰트크기 변경      
서체추상의 거장 오수환 화백, 이달 25일까지 아트사이드템포러리에서 개인전


“나는 계곡이나 시냇물 소리에서 ‘화음(畫音)’의 깨달음을  얻는다. 언제나 인간과 자연, 작품과 내가 분리되지 않는 지점을 파고 든다. 바로 인간·자연·작품의 지행일치(知行一致)영역이다. 작품에는 이데올로기나 연상작용 같은 게 끼어들 자리가 없다. 항상 엉뚱함, 확장, 수축의 비설명적 순수회화만이 오롯이 존재할 뿐이다.”

역동적인 서체 추상으로 유명한 오수환 화백(78)은 평생 이같은 화두를 내걸고 몸부림치며 한국회화의 새로운 확장을 꽤했다. 해방 후 혼란한 사회와 전쟁, 독재와 민주화 시대, 아날로그와 디지털 시대를 차례로 겪은 그는 지금도 소년 같은 순수함과 감수성으로 작업에 매달리고 있다.

오순환 화백의     '대화'                                                사진=아트사이드갤러리 제공


팔순을 앞둔 오 화백의 미학적 족적과 예술세계를 입체적으로 조명하는 전시회가 마련됐다. 서울 통의동 아트사이드갤러리 3층 전시장 ‘아트사이드 템포러리’에서 지난 3일 시작해 이달 25일까지 여는 개인전이다. 미국 마이클 파세오넥 감독의 1996년 영화 ‘바이브레이션(Vibrations)’에서 전시 제목따와 예술 인생과 철학을 한눈에 보여줄 작품 10여점을 엄선해 내놓았다.

전시장에서 만난 오 화백은 “50여년에 걸친 작업은 일방통행식 서양미술에서 벗어나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미학 세계에 대한 아름다운 도전”이라고 설명했다.
 전통 서예와 추상화의 경계를 넘나드는 오 화백은 50년의 화업을 ‘선(線)과 선(禪)의 통합 과정’이라고 압축했다. 서울대에서 회화를 전공한 그는 베트남 파병군인 출신이다. 1970년대에 5년간 구상작업을 하던 그는 사회 현실이 마뜩잖아서 그림보다는 포스터가 더 필요하다고 보고 군사독재를 비판하는 참여미술 작업에 몰두했다.

오수환 화백의 2024년 작  '대화'                                                                             사진=아트사이드갤러리 제공


하지만 이데올로기의 허무함을 느끼고 곧바로 추상의 세계로 돌아왔다. 그는 검은 필선에 선(禪)을 응축하는 데 주안점을 둔다. 필획에서 느껴지는 기운생동과 에너지, 모든 형식, 생각까지도 무한대로 헤엄치는 대로 내버려 둔다. 붓질은 단순하지만 힘이 충만하고 그야말로 자유자재의 경지를 일필휘지로 내닫는다. 바탕 색감도 강약을 주면서 예전보다 한층 밝아진 느낌이다.


서울 수유동 작업실에서 하루 8시간 정도 작업한다는 그는 “내 그림의 궁극적인 고향은 직관적인 표현, 알 수 없는 기호적 표현, 의미 없는 기호를 보여주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전시장에는 디스플레이가 먼저 눈길을 잡아당긴다. 자연을 배경으로 한 전시장 중앙에 거대한 작품을 바닥에 설치해 지행일치(知行一致)의 시각적 상황을 연출했다. 또한 벽에는 율동적인 대작들을 걸어 강인한 에너지와 색채 음율을 뿜어내게 했다. 관람객들이 자연과의 조화, 에너지의 존재를 경험하여 자유롭고 긍정적인 기운을 가득 채워 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오 화백의 작품에서는 강렬한 색선과 다이내믹한 움직임을 느낄 수 있다. 마치 힘이 터져 나오는 듯한 강한 시각적 충격과 활력이 새어 나온다. 그는 “인간과 자연, 작품과 작가가 분리되지 않는 세계에서 예술이 가능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젊은 시절 신내림을 받은 사람이 병을 앓듯 온 몸짓으로 캔버스를 장악했던 게 생생합니다. 몸 안에 있는 신비한 현상들이 자연의 색깔을 통해 분출하는 게 신기하기도 했고요. 아마 그때 누군가(인간)가 저에게 ‘색내림’을 해준 것 같았어요.”

자연을 닮은 선명한 붓의 흔적과 끊임없는 움직임, 그리고 생동감이 넘쳐 흐르는 작품은 단순한 표면적 표현을 넘어서 감정과 상상력을 자극한다. 무의식적 자연스러움을 추구하는 태도는 기존의 관념을 벗어어나려는 변화의 산물이다.

아트사이드갤러리 3층 아트사이드템포러리 전시장                                         사진=아트사이드갤러리 제공 


그는 전통적인 한국미술에서 돋보이는 여백의 미학에도 집착한다. 작가는 “무저건 단절하고 비워야 한다”며 “확정된 것이란 애당초 없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실체적 현실과 허구는 인위적 조작에 의해서 작위적인 것으로 타락합니다. 예술적 창조는 인간을 개혁하는 것이며 부단한 자기 초극을 지향하는 것이죠. 또한 그것은 비작위적 자연성과 갇히지 않은 무의식적 사유와 행동양식 그 자체입니다.“

그에게 그림은 거대한 우주이자 열심히 살아가는 방식이다. 그래서인지 화면 구성도 형태와 짜임새를 의식하지 않고 그냥 생각나는 대로 써 그려나간다. 자유로움과 가장 친화적인 속성을 지닌 것은 자연이라는게 그의 지론이다.

이동재 아트사이드갤러리 회장은 ”무위적 자연성을 주목하면서 인위적인 것을 경계하며 반세기 넘게 자신만의 화법을 축적해온 오수환 선생의 작품을 통해 관람객들에게 역동적인 에너지를 보여주고자 한다“고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김경갑 기자 kkk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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