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천일이 도림보도육교 붕괴와 관련해 억울하다는 입장을 표명했다죠?
백= 천일은 우선 건일과 프로젝트 포괄적 양도양수계약을 맺는 등 양사 통합을 추진하는 데 대해 도림보도육교 붕괴에 따른 행정처분과는 별개의 사안이라고 일축했습니다. 전략적으로 양사 간 시너지를 내려는 차원이란 기존 입장 그대로입니다. 나름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수익을 극대화한다는 것인데, 업계 상위권인 도화엔지니어링, 한국종합기술, 유신 등도 엔지니어링 분야 수익이 갈수록 제자리걸음을 하는 상황에 설득력이 떨어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시기상 이 같은 의혹이 불거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죠.
안= 서울시 감사위원회의 감사 결과에 대해서는 비상식적이란 입장입니다. 쟁점 중 하나가 특허공법을 제안한 천일이 이를 지키지 않고 일반공법을 적용해 성과품을 납품했다는 것인데요. 천일의 설명은 정반대입니다. 일단 해당 특허공법을 선정하는 데 있어 발주처인 영등포구청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는 주장입니다. 천일에 따르면 과업 착수단계 회의 때 발주처와 어떻게 과업을 진행할지를 논의하는데, 이때 해당 특허공법을 갖고 있는 업체 대표가 동석했다고 합니다. 굉장히 이례적이라고 생각했다는데요. 이후 세 차례에 걸쳐 공법 관련 논의가 진행됐고, 1~2차 회의에서는 해당 특허공법의 구조 검토가 충실하지 않아 확인이 필요하다는 견해가 다수여서 결론을 내지 못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최종 심의 때는 앞선 회의와 달리 위원들이 다수 바뀌었고, 결국 해당 특허공법이 채택됐다고 하는데요. 천일의 주장은 특허공법 선정은 교량형식선정위원회의 몫으로 설계자와 관계없이 채택됐고, 그 과정도 투명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백= 설계도서 등 납품 과정에서는 일반시방서 외 특별시방서를 제작해 영등포구청에 제출했다고도 밝혔는데요. 특별시방서에는 해당 특허공법에 대한 내용이 상세히 반영돼 있는 만큼, 오히려 이 내용을 제대로 살피지 못한 잘못이 더 크다는 입장을 피력했습니다. 감리를 수행한 서울시설공단 등과는 특허공법 관련 이야기를 나눈 적도 일절 없었다고 덧붙였습니다. 특히 이번 감사 결과는 도림보도육교 붕괴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은 서울시설공단의 검토ㆍ분석 결과를 인용해 객관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도 강조했습니다. 이를 두고는 현재 영등포구청이 천일과 책임기술자 A씨를 형사고발한 상황이어서 어떤 결론이 날지 지켜봐야 할 대목입니다.
채= 지난주 기획재정부 민간투자사업심의위원회(이하 민투심)가 개최됐는데 생각보다 이른 시기죠?
백= 민투심 개최 일정을 따로 규정해두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통상 분기별 마지막 달에 열렸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이기도 했습니다. 안건에 오른 대장홍대선과 춘천공공하수처리시설, 광명-서울 고속도로 모두 시급하게 추진돼야 할 사업인 점이 우선적으로 고려됐을 테지만, 시장 안팎에서는 기재부 민간투자정책과가 달라졌다는 고무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습니다. 이전에는 민간사업자와 만나는 것조차 꺼린다는 볼멘소리가 나올 정도였지만, 이제는 분위기가 180도 바뀌었다는 견해가 많습니다. 이번 민투심도 그 일환으로 해석하는 일각의 평가도 나오고요. 이를 계기로 관련 제도 개선 등에 대한 논의도 활발히 이뤄져 적극 반영되길 바라는 분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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