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바로가기
尹대통령, ‘채상병 특검법’ 거부권 행사…극한대립 장기화 우려
페이스북 트위터 네이버
기사입력 2024-05-21 16:28:42   폰트크기 변경      
정부 임기내 10번째 사례…野, 폐기시 22대 국회서 재추진 예고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주한대사 신임장 제정식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대한경제=강성규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해병대 채상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현 정부 들어 10번째 거부권 행사다.

윤 대통령은 21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재의요구안을 재가했다고 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밝혔다. 이에 앞서 정부는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어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재의요구안을 의결했다.

정 실장은 ‘헌법정신 위배’를 거부권 행사의 핵심 사유로 꼽았다. 그는 “입법부와 행정부 간 견제 균형을 통해 법치와 인권을 보장하는 (헌법의) 원칙”이라며 “특검은 중대한 예외로 입법부 의사에 따라 특검에 수사와 소추 권한을 부여한다. 따라서 이러한 행정부 권한 부여는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이 소속된 여당과 야당이 합의할 때만 가능하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거부권 행사가 현실화되며 22대 국회가 개원하기도 전에 극한 대립이 펼쳐지는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22일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현실화되자 사실상 모든 수단을 총동원한 투쟁에 나설 태세다.

특히 민주당은 국회로 다시 넘어온 특검법이 28일 본회의에서 부결돼 폐기될 경우 22대 국회에서 ‘1호 법안’으로 다시 발의, 본회의 의결 절차를 밟겠다고 밝히며 ‘채상병 정국’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윤 대통령은 지난 2일 국회 본회의에서 특검법이 통과된 직후 ‘선 수사ㆍ후 특검’ 원칙을 견지하며 거부권 행사 뜻을 일관되게 시사했다.

다만 야권의 반발과 여론 악화를 의식한 듯 곧장 거부권 행사에 나서지 않고 상당 기간 ‘고심’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거부권 행사도 윤 대통령이 직접 국무회의를 주재해 의결하는 것이 아닌 한 총리 주재의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재의요구안을 수용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정 실장은 거부권 행사 이유와 취지에 대해 △삼권분립 원칙상 보장된 대통령의 특검 임명권 배제 등 헌법 위반 △이미 수사를 진행 중인 공수처 등 무력화 △특검 제도의 근본 취지인 수사의 공정성과 중립성 훼손을 들었다.

한 총리도 이날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이번 특검 법안은 절차적으로 야당 단독으로 강행 처리했고, 내용상으로 특별 검사 후보 추천권을 야당에 독점적으로 부여함으로써 대통령의 인사권을 침해하고 헌법상 삼권 분립에 위배될 소지가 크다”며 거부권 행사의 정당성을 재차 부각했다.

그러나 야권의 반발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인 모양새다. 보수ㆍ진보 진영을 막론한 야 7당이 한목소리로 반대하고 있으며, 일각에선 ‘탄핵’이라는 표현까지 나오며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 등 야당 의원과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채상병 특검법'' 재의요구 규탄 야당·시민사회 공동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야6당 공동 기자회견에서 “특검을 거부하는 자가 범인이라고 윤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말했다. 범인임을 자백했으니 이제 범인으로서 그 범행에 대해서 책임을 물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따졌다.

이어 “군주민수(君舟民水)라 했다”며 “우리 국민들이, 야당이 힘을 합쳐서 윤석열 정권의 이 독주와 오만을 심판하고, 채상병 특검법을 반드시 재의결하겠다”고 예고했다.

황운하 조국혁신당 원내대표도 “대통령의 빈번한 거부권 행사는 위헌 소지가 크다”며 “대통령 자신과 배우자의 수사를 막기 위해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은 헌법적 한계를 넘어선 위헌적 권한 행사로 탄핵 사유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해식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전날 거부권 행사 후 민주당의 대응으로 △거부권 행사 직후 국회 본청 앞 규탄대회 △민주당 당선인 워크숍에서 규탄 성명 채택 △25일 야7당과 시민사회 공동 범국민대회 개최 △28일 본회의에서 특검법 재표결 △부결될 경우 1호 법안으로 재발의 등 ‘총력 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이 국회에서 재의결되려면 재적 의원(296명)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21대 국회에는 현 재적 295명 전원 출석 시 197명이 찬성해야 하는데 야권 의원(180명)에 국민의힘 의원 17명의 ‘이탈표’가 더 필요하다. 그러나 22대 국회에는 야권이 192석을 점하고 있는 만큼, 여당에서 8명의 이탈표만 나와도 재의결 할 수 있게 된다.

윤 대통령의 이번 거부권 행사가 ‘권한 무력화’와 ‘조기 레임덕’ 가속화를 자초하는 악수가 될 수 있다는 견해도 나온다.

야당에서는 벌써부터 이탈표 확보를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박주민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제가 개인적으로 뭔가 (재의결 동참이) 좀 가능해 보일법한 (여당) 의원님들 한 7∼8분을 선정해서 지금 데이트 신청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28일 본회의에 대해서도 “국민의힘 의원들 중에 낙천하거나 낙선한 분들이 50분이 넘는다. 이분들은 뭔가 당이 바뀌어야 된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계실 가능성이 많다. 그분들을 설득하는 작업이 우선돼야 하지 않을까 한다”고 전했다.

반면 22대 국회 재논의 과정에서 극적 합의 가능성도 거론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특검법의 입법 취지와 헌법 정신에 부합하지 않는 법안에 대해 재의요구를 당연히 할 수밖에 없고 저는 오히려 대통령이 재의요구하지 않으면 직무유기라 생각한다”면서도 “독소조항 (삭제) 등 여야가 합의해 넘어온 특검법안이라면 (윤 대통령이) 수용하리라 믿는다”고 전했다.


강성규 기자 ggang@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프로필 이미지
정치사회부
강성규 기자
ggang@dnews.co.kr
▶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대한경제i' 앱을 다운받으시면
     - 종이신문을 스마트폰과 PC로보실 수 있습니다.
     - 명품 컨텐츠가 '내손안에' 대한경제i
법률라운지
사회
로딩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