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국책사업 지역사 참여 배제
생산체계 개편으로 업체 수 폭증
저가 수주 부추겨 품질·안전 문제
사진: 안윤수 기자 @ays77 |
[대한경제=최지희 기자] 건설사가 우후죽순 늘어나며 무한경쟁 시대에 돌입한 가운데 고물가ㆍ고금리ㆍ고환율에 따른 경기 침체는 지역 중소 건설사는 유례없는 위기에 처했다. 정형열 대한건설협회 부산광역시회장은 “1997년 IMF 금융위기 때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최악의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현재 지역 건설업계의 위기는 어느 정도 수준인지?
최근 1년 간 폐업한 부산의 종합업체만 46개사로 전년 기준 28개사에 비해 64%나 늘어났다. 심지어 위기는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작년 부산 회원사 기성액 합계액은 6조2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0.06%(40억원) 감소에 그쳤지만, 사실 전국구 건설사에 해당하는 상위 5개 업체의 기성액이 4000억원이 증가한 데 따른 통계의 착시였다. 특히 올해 부산시의 발주 물량이 전년대비 29.7%나 감소하기 때문에 보릿고개를 거쳐 내년에 더 심각한 위기에 처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덕도신공항 건설사업은 초기 준비단계에 지역업체를 배제한다는 비판을 받았다는데?
지역업체 참여를 위해 협회 차원에서 공동수급체 구성원 수 제한 확대와 지역업체의 최소 참여지분율 기준 삭제를 강력하게 건의했고, 이 부분을 국토교통부가 수용해주며 지역업체 참여는 어느 정도 확보가 됐다. 다만, 대형 국책사업에서 해당 지역업체의 참여를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보완이 부족하다는 점이 대단히 아쉽다.
건설사 급증이 지역 중소 건설사들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2019년만 해도 부산의 종합건설업체 수는 700개사였는데 생산체계 개편 이후 현재 960개사로 늘어났다. 가뜩이나 발주 물량이 줄어든 시점에 이러한 업체 수 증가는 낙타가 바늘 통과하기보다 어렵다는 낙찰 확률을 한층 더 떨어 뜨렸다. 심지어 민간공사에서도 과도한 경쟁 유발로 인해 저가 수주를 부추켜 완성물의 품질 저하와 안전에 큰 위협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지역 건설산업의 위기를 타개하려면 어떤 정책이 필요한가?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점은 적정 공사비 확보다. 특히 현재 요율 방식으로 적용되고 있는 현장관리 기술자의 비용은 직접공사비로 반영해 공사비를 현실화해야 한다. 이어 지역 SOC산업을 활성화를 위한 근본적인 정책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국책사업에서 공사 중 일정 부분을 분할해 지역 건설사가 직접 수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금융규제 완화도 필요하다.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사업장을 위한 신규 자금 지원을 확대하고, 일반분양 수요자에게도 대출기준을 완화해 유동성을 완화하는 등의 다각적인 정책을 펼쳐야 한다. 지역에서 건설산업은 고용과 경제활성화의 주요한 견인차다. 지역 건설이 살아야 국가 경제가 살아날 수 있다는 점을 정부가 알아줬으면 한다.
최지희 기자 jh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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