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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주로칼럼]떠나는 이와 드는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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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4-05-29 06:00:19   폰트크기 변경      

[대한경제=조성아 기자] 21대 국회가 오늘로 마무리되고 내일부터 22대 국회 임기가 시작된다. 4ㆍ10 총선에서 낙선한 이들은 이미 의원회관에서 방을 뺐다. 당락에 따라 의원실 공기의 온도마저 달라지는 느낌이다. ‘썰렁’했던 의원회관은 새 방주인들의 이삿짐으로 북적인다. 4년마다 총선이 끝나고 나면 마주하게 되는 모습이다.

금배지를 한 번 더 달게 된 의원들은 빈방 중 좋은 방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을 치렀다. 새 당선인들의 방을 배정하기 전 우선권을 주는 것이 관례이기 때문이다. 전망 좋은 높은 층은 다선 의원들이 주로 먼저 차지한다. 앞서 방을 썼던 이가 탄탄한 정치적 입지를 다진 경우여도 ‘명당 방’으로 통한다. 4년간 사용하게 될 방이니 마음에 드는 방을 고르기 위한 경쟁도 이해는 간다.

떠나는 이들과 새로 들어오는 이들을 바라보며 어딘가 씁쓸한 기분이 드는 건 왜일까. 여전히 국회와 국민을 위해 애쓰는, 진흙밭 속에서도 옥구슬처럼 빛나는 정치인들이 물론 있다. 하지만 점점 찾아보기 어려워지는 게 현실이다.

새 인물로 채워지는 22대 국회에 새로운 바람이 불지 기대되는 마음보다 21대 국회보다 정쟁과 이전투구가 심해질 것이란 우려가 크다. 거대양당 중심의 정치 구도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곧 임기를 마치는 김진표 국회의장은 퇴임 기자회견에서 “기계적 중립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야당 내 지적에 대해 “편파적 의장의 역할을 하면, 그 의장은 꼭두각시에 불과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여야가 대립하는 법안마다 합의를 우선하며 중립을 내세웠던 김 의장은 임기 내내 민주당으로부터 비판받았다. 그러나 국회의장으로서 중립은 헌법적 가치 이상의 무게감으로 지켜내야 할 임무이며 책임이다. 정쟁을 타협과 조정으로 이끄는 것이 국회의장의 역할일 것이다.

몇 년 전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몰입해 읽은 책이 있다. 노르웨이의 작가 칼 오베 크나우스고르의 ‘나의 투쟁’이라는 책이다. 꽤 두툼한 이 책은 선뜻 손대기 어려웠지만 한번 읽기 시작하니 다음 권을 읽지 않을 수 없었다.

책 속에 등장하는 커다란 나무가 있는 공원 풍경이 궁금해 구글 위성지도를 열심히 뒤져 그 나무를 찾아내기도 했다. 당시 한글판으로 나왔던 1∼3권을 다 읽고, 다음 번역본을 기다리다가 지쳐 출판사인 한길사에 전화해 4권이 언제 나오느냐고 물어보기도 했었다.

책에는 중년을 넘어선 한 남자의 인생 서사가 유년기부터 아주 세밀히 담겨 있다. 작가는 어느 페이지에서 자신의 삶에 있었던 일들을 회고하며 이렇게 말한다. “수도 없이 많은 일이 일어나는데, 그 수많은 일은 거의 비슷하다.”

며칠 전 이 글을 다시 읽으며 여의도에서 벌어지는 상황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치권에서도 수없이 많은 일이 일어나지만, 거의 비슷한 일이 반복되는 것 같다. 22대 국회도 21대 국회에서와 비슷한 일이 반복될까. 누구는 떠나고 누구는 새로 들어온 것처럼 국회도 달라지기를 바랄 뿐이다.


조성아 기자 j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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