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혜화서 1위… 대구 수성서 ‘꼴찌’
[대한경제=이승윤 기자] 변호사들이 형사사건을 담당하는 전국 일선 경찰관들을 평가한 결과 강압적인 수사가 여전히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최대 규모의 지방변호사회인 서울지방변호사회(회장 김정욱)는 3일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2023년도 사법경찰관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서울변회는 지난 2008년 법관 평가를 시작으로 2015년에는 검사, 2021년에는 경찰까지 평가 범위를 확대했다. 소속 회원들이 한 해 동안 피의자나 피고인ㆍ고소인 등의 변호인ㆍ대리인을 맡았던 형사사건의 담당 경찰관을 평가하는 방식이다.
평가 항목은 도덕성 및 청렴성(10점), 독립성 및 중립성(10점), 절차 진행의 공정성(10점), 인권 의식 및 친절성(15점), 적법절차의 준수(15점) 등이었다.
지난해의 경우 1명 이상의 변호사로부터 평가를 받은 경찰관은 모두 2550명으로, 평균 점수는 78.13점을 기록했다.
특히 경찰관 개인 점수를 전국 213개 경찰관서별로 평균을 낸 결과, 가장 우수한 평가를 받은 곳은 서울 혜화경찰서(95.05점)로 조사됐다.
광주경찰서(94.38점), 충북경찰청(92.73점), 인천 부평경찰서(92.61점), 파주경찰서(91.82점), 서울 은평경찰서(91.77점)가 그 뒤를 이었다.
혜화경찰서 A경찰관은 청각장애가 있는 피의자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강압하거나 압박하지 않고 부드러운 분위기에서 조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시흥경찰서 B경찰관의 경우 복잡한 형사고소 사건에 대해 고소인들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고소인들이 확보하기 어려운 증거를 수사 협조를 통해 확보했다는 호평을 받기도 했다.
반면 대구 수성경찰서(42.99점)는 가장 낮은 평가를 받았다. 이어 인천 계양경찰서(50.63점), 서울 동대문경찰서(61.94점), 제주 서부경찰서(62.22점), 서울 종암경찰서(62.27점), 부산경찰청(62.64점) 등이 낮은 점수를 받았다.
문제사례 중에서는 피의자를 모욕하기 위해 반말이나 조롱을 하고, 책상을 내려치는 등 강압적으로 수사를 진행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피의자가 이미 질문에 답변을 했는데도 자백을 유도하기 위해 단순한 질문을 반복하거나, 같은 내용의 유도 신문을 반복하는 등 전반적으로 피의자의 방어권이나 인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C변호사는 “고소인의 대리인으로 피고소인들을 특정경제범죄법 위반(횡령) 혐의로 고소했으나 경찰관이 제대로 수사도 하지 않고 무혐의 처분을 내려 검찰에 이의신청을 냈다”며 “검찰에서 보완수사 결정을 했으나 2년이 훨씬 지난 지금까지 전혀 수사도 하지 않고 아무런 연락이 없다”고 지적했다.
서울변회 관계자는 “평균 점수와 순위 등 결과를 관계 기관에 전달할 방침”이라며 “변화된 형사사법 절차를 발전적으로 안착시키고 올바른 수사문화 형성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승윤 기자 lee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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