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추상 미술가이자 세계적인 건축가 리차드 마이어(90)는 ‘백색의 마술사’라고 불릴 정도로 흰색을 엄청나게 선호했다. 빛과 백색, 벽의 볼륨감을 이용해 대부분의 건축물을 하얀색으로 디자인했기 때문이다. 자연 채광을 활용한 공간 조성과 기하학적 설계 역시 꽤 심플하고 합리적이어서 많은 팬들을 확보하고 있다.
국내 초대형 하이엔드 주거 시설 ‘더 팰리스 73’ 사진=서울옥션 제공 |
= 서울옥션 제공
르 코르뷔지에의 정통 후계자인 그는 1970년대 초 뉴욕에 기반을 둔 건축가 피터 아이젠만, 마이클 그레이브스, 존 헤이덕, 찰스 과스메이와 함께 ‘다섯개의 건축(Five Architects)’을 출판해 주목을 받았다. 1984년 ‘건축계의 노벨상’ 프리츠커상을 최연소로 수상하며 국제적 명성을 쌓았다. 세계적 랜드마크로 각광받고 있는 바르셀로나 현대미술관을 비롯해 로스앤젤레스의 게티 센터, 산호세 시청 등이 그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또한 미국 미시건주 ‘더글라스 하우스’, 플로리다주 '누게바우어 하우스', 롱아일랜드 '살츠만 하우스', 뉴욕 '165 찰스 스트리트 아파트' 등 그가 설계한 최고급 주거시설들은 모더니즘의 추상적인 조형과 독특한 공간 구성법 때문에 아직도 세계적인 부호들이 가장 살고 싶은 집으로 입방아에 오르내린다.
국내에서는 프리미엄 주거 프로젝트 ‘더 팰리스 73’와 강릉 경포대에 2015년 신축된 씨마크 호텔(구 호텔현대 경포대),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2025년 들어설 송도 롯데몰 등이 마이어의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마이어가 직접 설계에 참여한 국내 초대형 하이엔드 주거 시설 ‘더 팰리스 73’ 의 오피스텔 분양권이 미술품 경매시장에 처음 나온다.
김창열의 '물방울' 사진=서울옥션 제공 |
서울옥션은 25일 서울옥션 강남센터에서 열리는 제179회 미술품 경매에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 옛 강남호텔 자리에 건축될 예정인 ‘더 팰리스 73’ 안에 오피스텔 1개 호실 분양권을 출품했다. 경매 시작가는 160억원으로 알려졌다. 원래 분양가는 210억원 수준이다.
‘더 팰리스 73'는 최고 35층 높이의 2개동으로 아파트 58가구와 대형 오피스텔 15실을 갖췄다. 시공은 삼성물산이 맡았다.
응찰자들이 치열한 입찰경쟁을 통해 이 오피스텔을 낙찰 받을 경우 마이어 파트너스가 내부 인테리어 디자인을 진행할 뿐만 아니라 서울옥션의 아트컨설팅도 별도 제공될 예정이다.
서울옥션 관계자는 “세계적 건축가인 리차드 마이어의 건축 철학이 주거 공간 내부 구석구석까지 두루 적용된다는 점에서 희소성과 예술적 가치가 담겼다”며 “서울옥션은 앞으로도 예술 애호가들이 예술을 만나고 향유할 수 있는 더 다양한 형태의 상품을 발굴하고 소개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서울옥션은 이날 오피스텔 분양권 외도 국내외 유명 미술가들의 작품들도 줄줄이 입찰에 부친다.
김창열이 프랑스 파리에서 물방울 작품으로 첫 개인전을 열었던 1973년에 제작된 '물방울 ABS Nº 2'은 추정가 11억원에 새 주인을 찾는다. 세로 2m 달하는 큰 화면을 장악한 물방울에서 새어 나오는 특유의 영롱한 아름다움이 돋보인다.
단색화의 거장 박서보의 '유전질' 시기 작업인 1969년작 '무제'는 추정가 3000만∼5000만원에 출품됐다. 박서보의 인물 미학의 무게감을 엿볼수 있는 작품이다.
서정 추상의 대가 이세득의 구상회화 작품도 눈길을 끈다. 1950년대 서울 시내 풍경을 200호 크기의 화폭에 사실적으로 담아낸 대작이다. 추정가 9000만∼1억5000만원이다.
추정가 10억원대의 야요이 쿠사마의 ‘모자(Hat)’. 사진=서울옥션 제공 |
해외 작가 작품으로는 추정가 10억원대의 야요이 쿠사마의 ‘모자(Hat)’가 입찰대에 오른다. 6호 크기의 화폭 가운데 크게 모자를 그려 넣고 검은색과 노란색 두 가지 조합으로 채색한 희귀작이다. 작가의 호박 작품에서 보이는 패턴을 비롯해 점과 네트를 입체적이고 다채롭게 조합해 시각적인 즐거움을 선사한다.
해외 경매시장에서 관심도가 높은 이탈리아 작가 살보가 말년에 그린 ‘Primavera’, 아야코 록카쿠의 ‘무제’도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에 경매한다.
고미술 섹션에서는 조선시대 후기에 제작된 ‘백자청화진사투각고사인물문필통’이 출품됐다. 고사인물문을 투각 형태로 고사인물을 묘사한 작품으로, 조선총독부가 펴낸 '조선고적도보'에 국무총리를 지낸 장택상의 소장품으로 수록됐다. 이밖에 추사 김정희와 동생 김명희, 김상희, 그리고 아버지 김노경의 간찰(편지)을 모은 간찰첩도 새 주인을 찾는다.
부동산 분양권을 뺀 미술품 전체 경매 규모는 낮은 추정가 기준 약 78억원이다. 출품작은 경매 당일인 25일까지 서울옥션 강남센터에서 볼 수 있다.
김경갑 기자 kkk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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