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18일 발표한 2024년 국가경쟁력 평가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는 67개국 중 20위로 역대 최고순위를 기록했다. 2021년 23위에서 2022년 27위, 2023년 28위까지 내려갔다가 이번에 8계단 상승한 것이다. 4개 분야 중 기업효율성(23위)과 인프라(11위) 순위는 전년도보다 5∼10계단 올라 종합순위 상승을 견인했으나 경제성과(16위)와 정부효율성(39위)은 1∼2계단 하락했다.
문제는 정부효율성이 2018년 29위 이후 하향세로 올해까지 10계단 떨어져 40위 문턱까지 왔다는 점이다. 기업효율성이 같은 기간에 20계단 상승한 것과 너무나 대조적이다. “정치는 4류, 관료와 행정조직은 3류, 기업은 2류”라고 했던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발언을 새삼 떠올리게 한다.
특히 눈에 띄는 지표는 ‘관료주의’다. 전년도보다 6계단 오른 54위였지만 여전히 바닥권을 맴돌았다. 복지부동으로 대변되는 행정의 비능률과 각종 규제가 기업환경을 저해하고 국가경쟁력을 갉아먹는 최대 요인임을 방증한다.
실제로 윤석열 정부는 출범 초부터 우파정부의 정체성을 살려 규제 혁파에 힘썼지만 여태 별 진전이 없다. 10개월 전 ‘규제혁신전략회의’에서 산단 입지규제, 화학물질 규제, 외국인 고용규제 등을 킬러규제 혁파 과제로 선정했으나 대부분 법 개정 사안이어서 여소야대 장벽에 막혀 결실이 없다. 총선 전에는 22대 국회를 기대하며 첨예한 여야대결에 편승해 손놓고 있다가 막상 총선이 여당 참패로 끝나자 입법 추진 동력은 완전 ‘방전’ 상태에 가깝다.
의대 증원 추진 과정에서도 뻔히 예견된 의사단체의 강한 반발에도 ‘비장’의 대책 없이 밀어붙였다가 시종 끌려다니며 수세를 면치 못하는 정부의 무기력은 관료주의의 또다른 단면이다. 개각을 속히 단행해 공직사회를 일신하고 국정효율을 끌어올리는 것만이 조기 레임덕을 막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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