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료비조정단가 +5원/kWh 유지
필요조정단가 –6.4원…과거 미조정액 손실 보완
연간 이자 4조~5조원…“정공법으로 전기료 인상해야” 시각도
자료:한전 |
[대한경제=신보훈 기자] 연료비 변동분을 소비자 전력 가격에 반영하기 위해 2021년 도입된 연료비연동제가 한국전력의 재무구조 개선에 뜻밖의 역할을 하고 있다. 작년까지만 해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폭등한 글로벌 연료비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많았지만, 연료비가 안정된 올해 들어서는 그동안 미조정액으로 인한 손실분을 충당하는 장치로 활용되고 있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전력은 직전 3개월간 유연탄, LNG, BC유(중유) 무역통계가격에 따라 필요조정단가를 –6.4원/kWh로 산출했지만, 정부는 3분기 최종 연료비조정단가를 최대치인 +5원/kWh로 유지했다. 글로벌 연료 가격의 하락으로 전기료 인하 여지가 생겼지만, 이를 반영하지 않고 지난 분기 가격을 유지하겠다는 결정이다.
전기료는 기본요금, 전력량요금, 기후환경요금, 연료비조정요금으로 구성된다. 이 중 연료비조정요금은 ±5원/㎾h 범위에서 결정되는 연료비조정단가에 사용 전력량을 곱해 결정된다. 한전은 분기별로 연료비 변동에 따른 필요조정단가를 산출하고, 정부가 한전의 재무 상황과 과거 연료비 미조정액 등을 고려해 최종 조정단가를 결정한다.
글로벌 연료비가 급등한 2022~2023년에는 30~50원/㎾h의 인상이 필요함에도 상한치인 5원/㎾h 밖에 반영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한전은 원가보다 못한 가격에 전기를 판매하는 역마진 구조에 빠졌고, 누적적자가 43조원까지 늘어났다. 하지만 지난해 4분기를 기점으로 필요조정단가가 마이너스(-)로 돌아섰고, 올해 3분기까지 4개 분기 연속 계속되고 있다. 3분기 연료비조정단가도 +5원/kWh를 유지하면서 필요조정단가와의 차이가 11.4원이나 나게 됐다.
서울 주택가의 전기 계량기./ 사진:연합 |
3분기 연료비조정단가 유지가 3분기 전기료 동결을 의미하진 않는다. 변동 시기를 정해두지 않은 전력요금을 조정해 전기료를 인상 또는 인하할 수 있다. 다만 정부 입장에서는 글로벌 연료가격이 안정된 상황에서 연료비조정단가를 최대치로 유지하는 현재와 같은 상황이 이상적이다. 국민적 저항이 큰 전기료 인상 없이 한전의 재무구조를 개선할 수 있는 방향이기 때문이다.
한전 관계자는 “재무 상황 및 과거 미조정액이 상당한 점을 고려해 정부로부터 연료비조정단가를 그대로 유지하도록 통보받았다”고 말했다.
한전의 부채가 203조원을 돌파한 상황에서 상한선이 정해진 연료비조정단가만으로 경영을 정상화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매년 이자로 지출되는 비용만 4조~5조원에 달하는 만큼 전기료를 인상해 부채 문제를 해소하고, 미래 전력망을 위한 투자를 시작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전력 업계 관계자는 “연료비조정단가를 계속 최대치로 유지하면 어느 정도 재무 개선 효과가 있겠지만, 정공법은 아니다”라며 “정부가 전기료 인상을 결정하는 모습을 보여야 국민에게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 이것이 한전 경영 정상화에 대한 의지를 보이면서 국가적 손실인 이자 비용도 빠르게 줄이는 유일한 방법이다”라고 말했다.
현실적으로 전력 사용량이 급증하는 여름철에 전기료를 인상하긴 쉽지 않다. 정부도 에어컨 사용으로 전기료 부담이 늘어나는 시기에 전기료 인상은 어렵다는 뜻을 직간접적으로 밝힌 바 있다. 결국 전기료 인상을 본격적으로 논의하는 시기는 9월 이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연제 서울과기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지난 2년간 쌓인 한전 적자를 고려하면 전기료의 점진적 인상은 불가피하다. 여름이 지나고 4분기부터 최소 10원/kWh 정도는 인상해야 한다”며 “한전 부채에 따른 이자 비용은 국가적 손실이다. 누군가는 갚아야 할 비용에 대한 부담을 미래 세대에 떠넘기면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신보훈 기자 b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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