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130m 상공에서 느끼는 고요함
붉은 노을을 가장 가까이서 만나는 곳
30명 태우고 둥실둥실 15분 여행
지난 2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 상공에 서울달이 시범 운행을 위해 떠올랐다. / 사진 : 서울시 제공 |
[대한경제=박호수 기자] 서울 여의도의 하늘은 땅에서의 모든 분주함이 멈춘 듯 고요했다. 구름 사이에서 마주한 광활한 풍경은 지상에서 받은 여독을 날려버리기 충분했다.
지난 28일 해가 저물어 가기 시작하는 퇴근 시간. 국회의사당역 3번 출구에 내려 여의도공원 잔디마당으로 향했다. 이날은 사람들에게 길을 묻거나 핸드폰을 보지 않아도 쉽게 목적지에 다다를 수 있었다. 서울시의 새로운 계류식 가스기구인 ‘서울달(SEOULDAL)’의 모습을 여의도 일대 어디서나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쟁반같이 둥글고 황금색 빛을 뽐내는 지름 22m의 서울달은 서울시와 서울관광재단이 외국인 관광객 3000만명을 유치한다는 목표로 야심차게 내놓은 새로운 관광 콘텐츠다. 예산은 32억원이 투입됐다. 7월6일부터 8월22일까지 시범운영을 하고 같은 달 23일 정식 운행을 시작한다.
이날 예상보다 많은 바람이 불기 시작하자 조종사는 시범운영에 참여하는 기자단의 탑승 시간을 일제히 앞당겼다. 기구가 탑승 시 흔들릴 수도 있다는 관계자의 지시사항을 숙지하고 서울달에 올라탔다.
“출발할 때 안전봉을 꽉 잡으세요. 핸드폰이 떨어지지 않게 조심하시고요.” 조종사는 출발 전 세심하게 탑승객들의 안전을 살폈다. 무게가 한쪽으로 쏠리지 않을 수 있도록 승객들의 간격도 조정했다. 그는 “상승 첫 단계에서는 살짝 덜컹할 수 있어도 하늘로 올라갈 때는 매우 조용합니다”라고 설명했다.
3~4분에 걸쳐 서서히 130m의 상공으로 올라가자 기구 넘어 보이는 풍경이 시시각각 바뀌는 걸 볼 수 있었다. 아래를 바라보니 순식간에 땅 위의 사람과 자동차가 장난감처럼 작게 보였다.
지난 2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공원에서 서울달을 타고 상공 130m로 올라가자 국회의사당과 한강 위로 노을 빛으로 붉게 물든 하늘을 볼 수 있었다. / 사진 : 박호수 기자 |
앞쪽으로는 한강과 마포대교, 서강대교, 양화대교, 성산대교, 월드컵대교가 모두 한눈에 들어왔다. 그 위로 붉게 물든 노을이 끝없이 이어졌다. 한강 위 윤슬도 덩달아 붉게 반짝였다. 다른 전망대와 달리 이 모든 풍경을 유리창 없이 온전하게 누릴 수 있었다. 특히 서울달은 둥실둥실 놀이기구를 타는 듯한 기분과 함께 경치도 즐길 수 있어 알파요, 오메가다.
고개를 드니 기구 끝 부분에 달려있는 태극기가 눈에 띄었다. 서울관광재단 관계자는 “태극기의 펄럭임 정도를 실시간으로 살피고, 측정 센서를 통해 풍량을 확인한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바람이 거세지자 조종사는 한 번 더 돌아다니며 승객들의 위치를 재배치했다.
이렇게 상공에서는 대략 8분 정도 머물렀다. 하강 시간까지 합쳐 1회 비행에 약 15분이 소요된다. 초속 0.6~0.7m로 상승하고 하강하며 짧은 시간 동안 속이 뻥 뚫리는 경험을 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하강하자마자 ‘다시 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울달은 매일(화~일요일) 정오부터 오후 10시까지 운영한다. 탑승료는 대인(만 19~64세) 2만5000원, 소인(36개월~만 18세) 2만원이다. 기후동행카드 소지자는 10% 할인받을 수 있다. 시간대별로 탑승료가 다르지 않으니 멋진 야경을 즐기기 위해선 해가 질 무렵이나 해가 지고 나서의 시간대에 탑승하는 걸 추천한다.
지난 2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권이 모여있는 빌딩 숲 사이로 서울달이 운행중이다. / 사진 : 서울시 제공 |
서울관광재단 관계자는 “서울달은 비교적 열기구에 비해 흔들림이 적어 안정적”이라고 설명했다. 몸체가 지면과 케이블로 연결돼 정해진 비행 구간을 왔다 갔다 하는 계류식 가스기구이기 때문에 수직 비행만 가능하다.
언뜻 보면 열기구처럼 생겼지만, 서울달은 헬륨의 부력을 이용해 비행하는 가스기구다. 시에 따르면 헬륨가스는 불활성ㆍ비인화성 기체로 인체에 무해하다. 또 폭발성이 없어 열기구보다 안전하고 소음과 공해가 적다.
한국에선 생소하지만 헝가리 부다페스트 세체니 온천, 프랑스 파리 디즈니랜드와 미국 올랜도 디즈니월드 등 세계적 관광지에서는 이미 서울달과 같은 계류식 가스기구가 운영되고 있다. 서울시는 유럽, 미국 등의 국제 안전 규정을 준수해 기구를 제작하고 설치했다고 밝혔다.
시범운영 기간을 맞아 온ㆍ오프라인 이벤트로 선정된 시민, 자치구별 지역주민 등을 대상으로 탑승 체험도 무료로 제공한다.
이번 서울달 프로젝트는 서울시가 일상 회복 이후 관광 산업을 다시 활성화하기 위한 재건 및 대책 사업을 서울관광재단과 지난해 2월부터 추진한 결과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무너진 여행업의 생태계를 복원할 수 있도록 고용을 되살리고,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한 행사와 콘텐츠 개발을 지원하는 게 핵심이다.
서울달을 운영할 길기연 서울관광재단 대표이사는 “이색적인 체험형 콘텐츠를 선호하는 세계적인 트렌드에 맞춰 특별한 도시 경험을 선사해 줄 서울달이 드디어 공개된다”며 “서울달이 글로벌 관광명소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업계와 지속적으로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늘 위를 수놓는 한강 드론쇼
‘서울 스카이 관광 프로젝트’는 계속된다
서울 잠실한강공원에서 열린 드론쇼에서 1000대의 드론이 서울시 상징 캐릭터 해치를 연출한 장면. / 사진 : 서울시 제공 |
여의도공원 하늘에 서울달이 있다면 잠실과 뚝섬 한강공원 하늘에는 수천대의 드론쇼가 펼쳐진다.
지난 4월 잠실 한강공원에서 오와 열을 맞춰 떠 있던 드론들은 봄 노래로 유명한 ‘벚꽃엔딩’의 도입부가 흘러나오자 꽃들이 음악에 맞춰 피고 지는 모습을 일제히 반복 연출했다.
하늘을 수놓은 드론들이 모여 서울시 캐릭터인 해치와 백호 등 해치 프렌즈를 보여주는 등 서울의 매력을 형상화한 작품으로 하늘을 수놓았다. 해치 캐릭터가 거대한 불판에 삼겹살을 구워 쌈을 싸 먹는 모습과 함께 해치 눈이 반짝이는 다이아몬드 형상으로 바뀌자 여기저기서 “귀여워”라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이날 한강 드론쇼를 보기 위해 한강공원에 모인 사람들만 약 2만명으로 추산된다.
시는 ‘한강드론쇼’가 다른 행사 대비 많은 시민들이 즐길 수 있는 행사라고 판단해 올해 공연 규모를 더 키울 계획이다. 출연 드론 수도 1000대로 늘리고, 10회 공연에 8억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한다.
올 하반기 9~10월 사이 5회 공연이 추가로 진행될 예정이다. 시민들이 드론쇼 전후로도 한강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케이팝 댄스, 재즈 등 공연도 함께 검토 중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드론쇼는 불꽃놀이와 달리 친환경적인 쇼라는 것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불꽃놀이는 화약을 터뜨려 일대가 부연 연기로 뒤덮이고 한강에 소각 잔여물이 떨어지지만, 드론은 공연 후 쓰레기가 남지 않아 환경적이다. 또 한 번 터뜨리면 재사용할 수 없는 불꽃놀이와 달리 드론은 입력 프로그램만 바꿔 계속 사용할 수 있다.
서울링 조감도 / 사진 : 서울시 제공 |
앞으로도 서울시의 ‘스카이(하늘) 관광’ 프로젝트는 계속된다. 2027년 완공 예정인 서울의 랜드마크 ‘서울링’은 두바이의 ‘아인두바이(258m)’ 다음으로 세계에서 두번째로 높은 관람차가 될 예정이다. 세계 최초 두 개의 고리가 교차하는 ‘트윈 휠’ 형태의 관람차라 한 번에 약 1440명이 탑승 가능하다.
서울시 미래공간기획관 관계자는 “완공되면 연간 350만명이 서울링을 이용하면서 서울링이 서울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강조했다.
박호수 기자 lake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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