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매입한 서울 중랑구 아파트가 지난주 팔렸다. 계약서를 쓰기 위해 만난 신혼부부 매수자와 중개사가 전한 부동산시장이 확 달라졌다. 강남3구, 마용성(마포ㆍ용산ㆍ성동구)을 지나 외곽인 중랑구까지 온기가 퍼지면서 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고 호가를 올리고 있다는 전언이다. 집값이 오를 때는 가장 늦고, 내릴 때는 가장 빠른 서울 외곽지에도 볕이 들기 시작한 것일까. 지금 살고 있는 노원구 분위기도 다르지 않다. 중랑구 중개사와 같은 얘기를 한다.
수치로도 확인된다. 국토교통부가 지난달 28일 발표한 ‘5월 주택통계’를 보면 5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5182건으로 전월 대비 7.1%, 작년 5월 대비 39.3% 늘었다. 문재인 정부 때 부동산경기가 들썩이기 시작한 2021년 2월(5435건) 이후 가장 많다.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5월까지 생애 첫 주택 매수자는 16만9935명으로 작년 동기보다 32.6% 늘었고, 서울의 증가폭은 49.7%였다. 1년여간 이어진 서울 아파트 전셋값 상승랠리에 지친 임차인들이 경기ㆍ인천에서 집을 사고 있다는 통계 수치도 속속 나오고 있다.
현 부동산시장이 2009년의 ‘데드캣 바운스’일까, 2016년의 확고한 반등기일까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적지않은 주택소비자들은 2016년과 흡사하다고 느낀다. 전셋값 급등세 때문이다. 빨리 아파트를 사야겠다는 고민이 적지 않다. 정부 고민도 깊을 듯하다. 현 시장상황이 2009년과 비슷하다면 규제완화 드라이브를 더 강하게 걸어야 한다. 하지만 2016년으로 판단하면 그해 11ㆍ3대책처럼 부동산 정책기조를 규제로 선회해야 할 수도 있다. 임기말 주택공급난으로 인한 시장 불안을 두려워하는 정부 사정상 규제로 급선회할 가능성은 적지만 투기지역 해제 등 추가규제 완화책은 물건너갔다고 봐야 한다.
30일 발표된 생산ㆍ소비ㆍ투자의 트리플 감소세 등 실물경기 위축상황 속에 프로젝트파이낸싱 구조조정으로 인한 건설사의 줄부도 사태까지 시장 향방을 가를 변수는 많지만 지금 가장 커보이는 건 단연 공사비다. 2009년, 2016년과의 두드러진 차이점도 공사비 인플레이션이다. 정부와 서울시가 지난 1년여간 쏟아낸 재건축ㆍ재개발규제 완화책만 해도 시장을 과열시키지 않은 핵심적 이유는 공사비가 아닐까. 서울 강남의 알짜재건축도 공사비 탓에 표류하고 수조원대 국책프로젝트마저 시공사를 못 구해 안달이다.
공사비가 천정부지로 뛰었지만 1분기 건설공사 계약액(63조1000여억원)이 전년 동기보다 7.9% 줄었다고 한다. 공사비 상승폭까지 고려하면 실제 건설사들이 느끼는 감소폭은 최소 20∼30%대로 봐야 한다. 올해 4월 누적 건설공사 수주액도 49조원으로 2022년 동기(71조원)는 물론 2023년 동기(58조원)보다 급감했다.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빠듯한 공사비로 제때 제대로 지어질지 걱정이다. 제값 주기는 공기손실과 금융비용 절감을 통해 생애주기 차원에선 예산을 줄일 첩경이다. 공사품질과 근로자 안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나아가 PF 위기 사업장을 되살리고 실물경기 회복세를 견인할 방법도 마찬가지다. 분양가, 국민 세금과 직결되는 공사비 인상의 불가피성을 국민과 국회가 납득하도록 설득하는 것이 관건이다. 당정이 어떻게든 묘수를 짜내야 주택공급도, 인프라 연결도, 실물경기 회복도 가능하다.
김국진 기자 jin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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