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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광장에 ‘100m 태극기’ 재검토…“시민 의견 수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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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4-07-11 13:57:16   폰트크기 변경      
“선거 의식 아냐, 추진 일정 앞당길 것”

100m 아닌 30mㆍ70m 태극기 예시

오세훈 “꼭 태극기 아니어도 돼”
무궁화 포함 5개 국가 상징물도 가능
시민ㆍ전문가 등 다양한 의견 수렴

2025년 5월 착공ㆍ12월 준공 목표



오세훈 서울시장이 11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광화문광장 국가상징공간 건립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 사진 : 안윤수 기자 


[대한경제=박호수 기자] 서울시가 광화문광장에 100m 높이의 태극기 게양대를 설치하려던 계획을 재검토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지난달 25일 ‘광화문광장 국가상징공간 조성 계획’을 발표한 지 약 2주 만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11일 기자브리핑을 열고 “광화문광장 국가상징공간 건립에 대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시민과 전문가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국민의 바람과 뜻이 담긴 의미 있는 장소로 조성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광화문광장에 100m 높이의 태극기 게양대와 ‘꺼지지 않는 불꽃’ 상징물을 세운다는 기존 계획은 철회하되, 이곳에 국가상징공간을 조성하는 사업 자체는 계속 추진하겠다는 게 오 시장의 설명이다.

앞서 지난달 25일 오 시장은 제74주년 6ㆍ25를 맞아 광화문광장에 ‘국가상징공간’을 조성하고 100m 높이의 태극기 게양대와 불꽃 상징물을 세우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미국 워싱턴DC 내셔널몰의 ‘워싱턴 모뉴먼트’(워싱턴 기념탑), 프랑스 파리 샹젤리제 거리의 ‘에투알 개선문’처럼 광화문광장을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상징성을 보여주는 랜드마크로 만들겠다는 구상이었다.

그러나 정치권과 시민사회계를 중심으로 지나친 국가주의적 발상이며, 디자인 면에서도 광화문광장에 어울리지 않고, 발표 전 충분한 의견 수렴이 없었다는 등의 비판이 잇따랐다.

이에 오 시장은 “마음을 열어 놓고 의견을 수렴하겠다”라며 한발 물러섰다. 이날 오 시장은 “이렇게 관심이 많은 사안인 줄 알았다면 처음에 제가 직접 나서서 발표를 했어야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광화문광장은 서울 도심의 심장부이자 역사와 문화, 시민정신이 공존하는 명실상부한 대한민국의 국가상징공간”이라며 “우리 민족의 고유한 정체성을 상징하는 이순신 장군, 세종대왕 동상과 함께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장소가 필요하다는 의지에서 시작한 사업”이라고 추진 배경을 강조했다.


광화문광장 국가상징공간 예시도 / 사진 : 서울시 제공 

광화문광장 국가상징공간 예시도 / 사진 : 서울시 제공 


그러나 오 시장은 예상과 다르게 태극기 게양대 설치 반대 의견이 많아 놀랐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저는 이번에 정말 깜짝 놀랐다. 태극기에 대해서 선입견이 형성돼 있다는 사실을 굉장히 놀랍게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 시장은 “꼭 태극기가 아니더라도 행정안전부 의전편람에 소개된 대한민국 상징물인 국기ㆍ국가ㆍ국화ㆍ국장ㆍ국쇄 등을 상징물로 삼아도 상관없다”고 강조했다. 이때 언급된 5가지 국가상징은 태극기, 애국가, 무궁화, 나라문장, 나라도장이다. 오 시장은 이들을 포함해 모든 것을 검토할 수 있단 입장이다.

이날 오 시장은 만약 태극기를 설치하게 될 시 구현할 수 있는 다양한 예시도 설명했다. 오 시장은 약 5m짜리 기둥에 국기 깃대를 숨겼다가 전기 장치나 유압 장치를 활용해 높이를 10∼70m까지 위로 뽑아 올릴 수 있는 가변형 게양대 방식도 소개했다. 


그는 “만약 국기라면 높이가 어떻게 돼도 좋다. 100m를 고집할 이유도 없다. 30m도 좋고 70m도 좋다”고 말했다. 이어 오 시장은 미디어 화면(파사드)으로 태극기를 보여주는 장치, 태극기 외에도 무궁화를 주제로 한 조형물과 조경도 예시로 들었다.



서울시가 11일 발표한 광화문 국가상징물 태극기 게양대 예시도 모습. 5m짜리 기둥에 국기 깃대를 숨겼다가 높이를 10∼70m까지 조정할 수 있는 가변형 게양대다. / 사진 : 서울시 제공 



서울시는 이를 위해 시 홈페이지 등에 의견 수렴 창구를 따로 만들어 국가상징조형물의 형태ㆍ높이ㆍ기념할 역사적 사건과 인물을 비롯해 모든 부문에서 시민 의견을 한 달간 모을 예정이다.

또 시민단체와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자문기구를 활용해 국가상징공간 관련 조형물의 규모와 디자인을 논의하기로 했다.

의견 수렴 기간이 더해졌지만, 추진 일정은 오히려 빨라진다. 오 시장은 차기 대통령선거를 고려한다는 비판을 의식해 조성 시점도 앞당겼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런 오해를 받지 않기 위해 선거와 되도록 멀리 떨어진 이른 시일 내에 완성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발표에서는 상징물 조성을 2026년까지 완공하겠다고 했지만, 이번 발표에서는 준공 목표를 2025년 12월로 잡았다. 서울시는 시민 의견을 수렴한 뒤, 오는 8~11월 설계 공모를 진행하고, 내년 5월 착공에 들어갈 계획이다.

박호수 기자 lake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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