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신보훈 기자] 10년 전 RPS 제도 도입 당시 벤치마크 대상이었던 해외 선진국들은 이미 RPS 제도를 일몰하고 경매제를 운영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발전의 예측가능성을 높이고, 시장가격의 불안정을 해소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대표적인 국가가 영국이다. 영국은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가 전력 판매가격과 ROC(한국의 REC) 가격의 이중 불확실성에 노출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4년 하반기부터 경매제도를 시행 중이다. 대규모 태양광 사업자를 시작으로, 2017년까지 순차적으로 모든 발전원에 적용하면서 현재는 경매제를 통해 재생에너지를 공급하고 있다.
이탈리아는 이보다 빠른 2013년부터 경매제를 시행했다. 2012년부터 신규 REC 발급을 중지했고, RPS 의무비율을 순차적으로 감소시킨 뒤, 2015년 의무할당을 폐지했다. 이후 2016년에는 REC 시장을 완전 폐쇄했다. 일본 또한 2012년 RPS를 종료하고 FiT 제도를 도입한 바 있다. 2017년에는 2㎿ 이상 태양광부터 단계적으로 경매제를 도입해 현재 전면 실시 중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 관계자는 “경매제도의 적용은 시장의 복잡성과 가격의 불확실성을 줄이고, 결과적으로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에 효과적”이라며 “경매제를 도입하는 국가는 전 세계적으로도 증가 추세”라고 말했다.
재생에너지가 충분히 보급된 해외 선진국과 우리나라를 직접 비교하는 건 무리가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영국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이미 40%대 고지에 올라섰고, 일본만 해도 20%를 넘었다. 이제 8% 수준인 한국은 재생에너지 발전량 확대를 위해 REC 같은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시각이다.
전국태양광발전협회 관계자는 “경매제를 운영하는 다른 국가들은 이미 재생에너지 생태계가 구축된 환경이었다”며 “나라마다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과 제도가 달라서 단순 비교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전력이 전력 구매를 독점하는 시장 체제에서 경매 및 입찰제의 도입은 실질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영환 홍익대 교수는 “해외에서는 경쟁에 따라 입찰가가 정해지고 시장원리가 작동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전력 구매 독점 구조다 보니 온전한 경매제가 작동하기 어렵다”며 “시장 여건을 만들지 않은 상황에서 인센티브를 없애고, 가격을 정해서 들어오라는 제도 개편이 재생에너지 발전 확대에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모르겠다”고 설명했다.
신보훈 기자 b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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