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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산재 없는 세상을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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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4-07-16 05:00:12   폰트크기 변경      

채희찬 건설산업부장

아버지는 지천명(知天命)에 드물다는 화약류관리기술사 자격을 취득하셔 정년이 지나도 자식들 도움이 없어도 노년을 여유있게 보내실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8년 전 발생한 산업재해 사고로 산산히 쪼개졌다.

아버지는 충남 보령의 석산 개발 현장에서 발파 작업 중 날아든 토석을 머리에 맞는 외상성 뇌출혈로 전두엽의 3분의 1 가량을 제거하는 대수술을 천안의 대학병원에서 받아야 했다.

기술사라 위험한 일은 하지 않으실거라 생각했는데 아버지가 일하시던 그곳은 삶과 죽음이 오가는 곳이었다.

아버지는 6시간에 걸친 긴 수술 끝에 천만다행으로 사선에서 돌아와 대학병원에서 6개월 간 치료받으시다 인근 재활전문병원으로 옮겨 본격적인 재활에 들어갔다.

그러나 부상 부위가 운동 기능을 관장하는 곳이고 재활 의지도 떨어 뜨려 가족들이 기대했던 일상으로 복귀는 쉽지 않았다. 수술을 집도한 주치의가 부작용으로 예고한대로 적극적이고 활발하던 아버지의 성향은 소극적이고 조용하게 변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재활보다는 병상에 누워 있는 시간이 늘고 기억력도 약해져 치매 증상까지 나타났다.

재활병원에서는 재활 치료 유효기간(2년)을 경과하자 전원이나 퇴원을 요구해 아버지는 보령아산병원을 잠시 거쳐 본가로 돌아 오시고, 그로부터 2개월 뒤인 2020년 3월 산재도 종결됐다.

이후 아버지는 본가에서 어머니의 간병을 받으며 요양생활을 하시다 올 초 뇌전증을 겪으신 뒤 증상이 악화돼 결국 지난 5월 서천의 노인요양병원에 입원하시고 2개월도 채 안 돼 곁을 떠나셨다.

올해 우리나라는 최초의 사회보임인 산재보험을 도입한 지 60년을 맞았다.

아버지 사고도 산재로 인정받아 막대한 수술비와 병원비에 대한 큰 부담을 덜 수 있었다.

하지만 산재보험의 사각지대는 여전히 많다.

산재 인정률은 지난 2019년 64.6%에서 2023년 59.5%로 지속적으로 하락해 본인이나 가족에게 의료비가 부담하는 문제가 있다.

또 갈수록 증가하는 산재 처리 기간도 고질적인 문제로 지난해 전체 질병의 처리기간은 214.5일, 근골격계 질환은 146일, 정신질병은 205일, 직업성 암은 289일, 난청은 333일 등으로 갈수록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기자도 아버지의 산재를 처리하면서 근로복지공단의 보다 적극적인 행정이 없는 점이 아쉬웠다.

특히 아버지처럼 산재장해등급이 낮은 산재장해인의 재활을 돕는 근로복지공단 병원은 없어 본인의 건강보험에 의존해야 하는 실정이다.

주요 권역별로 이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공 의료시설을 확충하거나 지원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그러나 지극히 따분하고 원론적이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근로자 모두 안전을 최우선으로 여겨 중대재해 발생을 예방하는 활동과 안전 수칙을 준수해 산재가 발생하지 않도록 방지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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