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후반부터 시작된 전기차의 인기하락은 하이브리드차 등에 비해 가성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물론 원인은 높은 가격과 낮아지는 보조금, 아직은 부족한 충전 인프라, 그밖에 전기차 화재 등 부정적인 요소들이 모이면서 구입에 부담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일종의 숨고르기 기간인 ‘캐즘’은 약 3~4년 정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차의 활성화를 위해 이른바 ‘반값 전기차’를 내건 테슬라와 중국 전기차 제작사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으나 역시 이를 구현하기 위해 수년간은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한다는 점이다. 또 한가지 전기차의 활성화에 큰 영향을 주는 요소가 바로 충전 인프라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작은 국토면적 당 약 60여만대의 전기차, 약 30만기의 충전기가 보급되어 선진국 대비 높은 충전인프라를 구비하고 있으나 필요한 곳에 적재적소로 활용할 수 있는 급속충전기가 아직은 낮은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글로벌 선진 국가 중 충전인프라 환경 조건이 가장 까다로운 국가이다. 도심지의 약 70%가 아파트 등 집단거주지 특성이 강하고 연립주택이나 빌라 등을 고려하면 더욱 집중도는 높아진다. 특히 아파트의 경우 지하주차장이 차지하고 있고 충전기의 약 90%가 지하주차장에 위치하고 있어 전기차 화재 등 문제가 발생하면 폐쇄공간에 따른 공포감은 소방청 등에서 항상 지니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지하 충전소에서 강력한 화재 예방대책이 진행되는 부분도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강력한 모델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좁고 폐쇄된 공간에서 고정식 충전기의 한계는 더욱 어려운 상황이다. 이미 신축 아파트의 경우 5% 이상, 기축 아파트의 경우는 2% 이상 충전기 설치가 의무화되었으나 앞으로 늘어나는 전기차를 생각하면 아무 의미가 없는 조건이라 할 수 있다. 즉 아무 곳에 주차해도 누구나 쉽게 충전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가장 중요하다는 뜻이다.
물론 주차장에 있는 일반 콘센트를 활용할 수 있는 스마트 그리드형 콘센트도 필요하지만 가장 확실한 해결방법은 이동형 충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차 소유자와 일반 자동차 소유자간의 주차시설 문제도 해결하고 심지어 ‘충전 낭인’이라는 오명을 벗을 수 있는 계기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동형 충전기는 충전된 배터리를 이동해 전기에너지가 필요한 전기차에 간단하게 충전할 수 있는 것은 물론 배터리가 방전된 전기차에 비상 시의 충전도 가능한 모델이다. 특히 교통약자인 장애인이 용이하게 충전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가장 중요한 대상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장애인의 이동권이 매우 약하고 정부나 국회의 관심도 매우 적어 심각하게 왜곡된 제도를 지니고 있는 국가이다. 장애인은 이동권이 사라지면 ‘죽은 목숨’이라는 생각을 지니고 있어 적극적으로 제도적 보완과 노력이 요구된다. 이미 호주, 미국, 영국 등 우리가 참조할 만한 사례는 얼마든지 많은 상황에서 이러한 후진적이고 취약한 제도적 기반은 문제가 많다. 현대차와 기아차 등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제작사의 경우도 수십 년간 제대로된 장애인차 한 대가 없다는 것은 그만큼 심각하다는 뜻도 있다고 하겠다. 토요타 등 모범 사례는 많기 때문이다. 결국 ‘마이너에 대한 배려’가 선진국의 잣대라는 측면을 곰곰이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단면적이지만 장애인들에게 전기차는 ‘그림의 떡’이라 하겠다. 전기차를 구입하여도 현재 고정식 커스텀 충전기는 높이가 높아 휠체어 등에 앉아있는 장애인은 충전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동형 충전기는 크기도 조절할 수 있고 높이도 낮아서 쉽게 장애인이 직접 충전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사각지대를 매워주는 충전기라고 할 수 있다. 이동형 충전기는 자동로봇을 통해 충전할 수 있는 기술도 추가할 수 있어 활용도 측면에서 무궁무진하다고 하겠다.
국내 스타트업 중 이동형 충전기를 활용해 국내는 물론 해외 시장에서 각광을 받고 있는 기업체도 있다. 이미 다양하게 적용되면서 구석진 서민형 빌라나 연립주택 등의 경우는 전력 공급도 약하고 충전기 설치공간도 없는 상황에서 이동형 충전기가 충분히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다. 어려운 국내 충전 조건을 활용해 입증된 이동형 충전기 모델이 글로벌 시장에서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대되는 모델이라 하겠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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