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이튼 관계자 횡령·배임 혐의
모빌리티 콜 몰아주기 의혹 ‘타깃’
[대한경제=이승윤 기자] 검찰이 23일 SM엔터테인먼트 주가조작 의혹의 ‘정점’으로 지목된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의 신병을 확보하면서 카카오 그룹 내 다른 사법리스크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카카오 창업자이자 그룹 내 최고 의사결정권자인 김 위원장이 구속된 만큼 그룹 내 계열사 전반에 걸쳐 있는 다른 검찰 수사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SM엔터테인먼트 시세 조종 의혹과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아온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22일 오후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
법조계에 따르면 현재 서울남부지검은 카카오의 SM엔터 시세조종 의혹을 비롯해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드라마 제작사 고가 인수 의혹 △카카오모빌리티의 콜 몰아주기 의혹 △김 위원장과 카카오 블록체인 플랫폼인 클레이튼 관계자들의 횡령ㆍ배임 혐의 등 모두 4건을 수사하고 있다.
남부지검은 금융ㆍ증권범죄중점청으로 지정돼 이른바 ‘여의도 저승사자’로 불린다.
우선 남부지검은 카카오엔터가 2020년 드라마 제작사인 바람픽쳐스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김성수 당시 카카오엔터 대표와 이준호 당시 투자전략부문장이 바람픽쳐스에 시세 차익을 몰아줄 목적으로 비싸게 매입ㆍ증자했다는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카카오는 당시 200억원에 바람픽쳐스를 사들였는데, 자본금 1억원에 수년째 영업 적자를 보던 회사를 시세보다 비싸게 매입하고 증자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바람픽쳐스는 이 부문장의 아내인 배우 윤정희씨가 대주주였다.
이 부문장이 바람픽쳐스에 이익을 몰아주기 위해 김 대표와 공모해 인수대금을 부풀리고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은 금융감독원에서 넘어온 카카오의 SM엔터 시세조종 혐의를 들여다보던 중 이 같은 배임 정황을 포착하고 직접 수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검찰은 택시 호출앱인 카카오T를 운영하는 카카오모빌리티가 알고리즘을 조작해 자사 가맹택시인 ‘카카오T 블루’ 기사들에게 승객 호출(콜)을 선점할 수 있도록 했다는 이른바 ‘콜 몰아주기’ 사건도 수사 중이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사건으로 카카오모빌리티에 270억여원의 과징금과 시정명령을 부과했고, 이후 중소벤처기업부의 요청에 따라 검찰에 고발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가맹택시를 늘리기 위한 수단으로 우대 배차를 활용했고, 그 결과 경쟁이 제한됐다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었다. 가맹택시가 많을수록 가맹 수수료 수익이 늘고, 승객에 대한 유료 호출 서비스도 확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검찰은 시민단체가 김 위원장과 클레이튼 관계사 임원들을 횡령ㆍ배임 등의 혐의로 고발한 사건도 들여다보고 있다.
앞서 지난해 9월 경제민주주의21은 김 위원장과 클레이튼 관계사 임원들을 특정경제범죄법 위반(횡령ㆍ배임) 및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단에 고발했다. 카카오 계열사인 그라운드X 임원들이 가상자산인 클레이를 발행한 뒤 상장 전 일부를 비공개로 판매해 1500억∼3000억원의 투자금을 모집했지만, 이를 관련 사업에 사용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유용했다는 이유였다. 그라운드X 임원들이 각종 명목으로 클레이를 받아 나눈 뒤 곧바로 현금화해 수천억원대 부당이득을 올렸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클레이튼은 2019년부터 그라운드X가 운영하다가 2022년 다른 계열사이자 싱가포르 법인인 크러스트로 모두 이관됐다.
이승윤 기자 lee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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