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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선정산대출 중단… 큐텐 그룹 유동성 해결 불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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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4-07-24 15:02:42   폰트크기 변경      

23일부터 티몬에서 가전, 가구, 여행상품 등 주요 기업이 상품 판매를 중단했다. 판매 상품이 줄면 매출이 감소해 대금 정산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기 어려워지는 악순환에 빠진다. /사진: 티몬 앱 화면

[대한경제=문수아 기자] 티몬과 위메프 등 큐텐 계열 이커머스 기업들이 신뢰를 잃으면서 그룹 유동성 문제는 해결되기 더 어려워졌다. 이커머스는 판매자가 상품을 판매한 대금을 길게는 60일 이후 정산하는데, 정산 주기가 긴 대신 차질없이 지급하는 신뢰를 바탕으로 우량 판매자를 확보하는 것이 경쟁력을 좌우한다. 판매자가 많을수록 플랫폼이 상품 가격을 협상하는데서 힘을 발휘할 수 있고, 다양한 할인 수단을 동원해 판매량을 늘릴 수 있다. 고객과 매출이 늘어나면 다시 판매자가 증가하는 선순환 구조가 핵심인데, 큐텐 산하 이커머스 채널은 이 고리가 끊어진 셈이다.

가장 먼저 대금을 정산받지 못한 여행사와 홈쇼핑, 백화점 등 유통기업들이 상품 판매를 중단했다. 이커머스에서 가장 우량 판매자로 꼽히는 이들 기업이 이탈하자 개인 판매자들도 신규 상품 등록을 멈추고, 기존에 진행하기로 예정했던 할인 기획전 등에서 발을 뺐다.

이같은 상황이 확산되자 은행들도 선정산대출 취급을 중단했다. 선정산대출은 이커머스 판매자가 은행에서 판매대금을 먼저 지급받고, 정산일에 이커머스가 은행에 정산금을 대신 지급해 상환하는 방식이다. 상품 판매 후 정산까지 60여일 걸리는 기간동안 추가 상품 소싱에 필요한 자금을 선정산대출로 마련해 판매를 이어간다. 이커머스 기업이 해당 대금을 제 때 지급하지 못하면 은행은 대출금을 돌려받기 어려워지고 대출을 받은 판매자는 제2금융 등을 통해 상환 자금을 마련해야 한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정산금 지급 지연으로 인한 고객들의 추가 피해를 막고 자산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며 “이는 해당 마켓에만 국한된 조치로, 나머지 30여개 마켓의 선정산대출은 기존과 동일하게 이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로 그동안 과제로 꼽혔던 이커머스 대금 정산 주기를 손 볼지 관심이 모아진다. 대기업 유통사는 ‘대규모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에 따라 상품이 판매된 달 말일 기준 40∼60일 이내에 대금을 지급한다. 이커머스 대금 정산 주기에 대해서는 별도 규정이 없고 자율 운영에 맡겨 왔다. 네이버나 G마켓 등은 고객이 구매를 확정하면 다음날 바로 대금을 정산하지만, 티몬과 위메프는 최소 40일, 길게는 70일가량 뒤에 대금을 지급해왔다.

티몬과 위메프 판매 대금은 모기업인 큐텐이 사업을 확장하는데 쓰였을 가능성이 크다. 큐텐은 앞서 티몬과 위메프를 인수할 때는 지분교환 방식을 택했지만, 지난 2월 위시를 인수할 때는 현금 2300억원을 동원했다. 여러 이커머스 채널을 인수해 거래 규모를 키우고, 해당 물량을 큐텐 산하 큐익스프레스가 운송하면서 글로벌 물류 역량을 인정받아 나스닥에 상장하는 시나리오가 유력하다. 앞서 위메프의 대금 지급 지연 문제가 터졌을 때 큐텐이 밝힌 보상안 중에 기업공개 시 정산 지연금의 절반에 해당하는 주식 매수 권한을 주겠다고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2021년 발생한 ‘머지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금융당국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머지포인트는 소비자가 상품권을 사면 액면가보다 많은 머지머니를 충전해줬다. 이를 현금으로 전환해 사용할 수 있는데, 현금이 부족해지자 환불을 중단하면서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들이 발생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티몬과 위메프는 전자상거래법상 통신판매 중개업자이면서도 전자금융업자이기 때문에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라며 “관련 대응 조처를 고심 중”이라고 말했다.

문수아 기자 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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