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는 관광지는 세부다. 해변에 늘어선 고급 리조트에서의 게으름, 해양레포츠에 필리핀 서민들의 꾸밈없는 생활모습까지 볼 수 있어 좋다. 세부에서 배로 1시간30분 거리에 있는 보홀도 세부 못지 않는 여행지다. 세부의 유명세에 가려있지만 그 독특한 자연만큼은 어디에 내놔도 빠지지 않는다.
보홀의 해변 사진=미다스북스 |
필리핀의 '숨은 진주' 보홀이 포토에세이로 돌아왔다. 엄마 박효천 씨가 아들 윤지후와 함께 생애 처음 단둘이 보홀로 여행하며 한 달이라는 시간을 담은 책이다. 모자가 함께 쓴 에세이 ‘한달이라도 좋아, 보홀이라면!(미다스북스)’은 출발전 짐을 싸는 설렘부터 낯선 곳을 향하는 두려움, 타지에 덩그러니 놓인 생경함, 그럼에도 못내 숨겨지지 않는 떨림까지 무엇하나 빼놓지 않는다.
모자가 가끔은 티격태격하면서도 서로에게 전하는 사랑과 애정을 명장면과 명대사로 치환해 리얼하게 잡아냈다. 하루하루 변화하는 감정과 생각을 문학적 상상력과 시각적 에너지로 응축한게 흥미롭다. 달빛 아래 일렁이는 해변 일로나 비치, 섬들이 꼬리르 무는 풍경, 찬란한 별들이 깜박이는 밤하늘, 하낙다난 동굴과 나팔링 등이 보는 이로 하여금 아스라한 기억의 편린들을 떠올리게 한다.
박효천씨는 “아들과의 이번 여행은 정치·사회적으로 혼탁하고, 경제적으로 부대끼는 삶에서 ‘행복 바이러스’를 퍼뜨리기 위한 시도”라고 했다.
사진=미다스 북스 제공 |
실제로 저자는 보홀 여행 과정에서 ‘행복의 두레박’을 건져올리는 ‘마술사’ 역할을 자처했다. 시원한 해변, 낭만적인 분위기, 넓게 퍼져 있는 생동감 등을 골라 책 깊숙이 채워넣기 때문이다. 물질 만능주의과 치열한 경쟁 사회 속에서 황폐해져가는 자신과 아들의 감성을 치유하듯 일종의 자가 처방전을 담아내려 했다.
“일도 충실하고 아이도 잘 크기를 바라는 보통의 직장 엄마가 아들과 있는 시간
뿐만아니라 함께한 좋은 기억과 추억을 선물해주고 싶었어요”
오로지 펜끝을 ‘행복 미학’의 극점으로 몰아붙이는 이 저자는 도대체 어떻게 이런 에세이를 구상했을까.
저자는 “평범한 일상에서 빛을 품은 새벽, 평화로움과 고요함, 삶의 역동성과 분주함을 담았다”며 “나만의 독특한 글쓰기를 통해 기존의 정형화된 이미지에서 벗어나 생경한 경험들이 마술처럼 번지는 짜릿한 지점을 잡아냈다”고 했다.
여름 휴가철 어디로든 떠나고픈 심정이라면, 또 파란 바다와 푸른 하늘이 그리워진다면 그 갈증을 풀어 줄 이 책 속으로 빠져들어보면 어떨까.
김경갑 기자 kkk10@
모달라 비치 황혼과 무지개 사진=미다스북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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