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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보다 빛난 한국양궁 ‘맏언니’ 리더십…정의선 회장까지 격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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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4-08-04 15:15:38   폰트크기 변경      

서른 나이에 올림픽 첫 출전…10살 안팎 터울 동생들 배려
단체전ㆍ개인전 금메달 기여…정의선 회장, 감사의 뜻 전달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3일(현지시간) 양궁 여자 개인전 시상식 후 남수현(왼쪽), 전훈영(가운데), 임시현(오른쪽)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사진: 대한양궁협회 제공


[대한경제=강주현 기자] 금메달보다 값졌던 대한민국 여자양궁 대표팀 ‘맏언니’ 전훈영의 리더십이 주목받고 있다. 서른이라는 다소 늦은 나이에 처음 올림픽 무대를 밟은 전훈영은 대회기간 동생들을 살뜰히 챙기며 대표팀의 기록행진에 기여했다.

4일 대한양궁협회 등에 따르면 전훈영은 2014년 세계대학선수권대회 2관왕 이후 국제 대회 수상 이력이 없다가 올 4월 국가대표가 되며 ‘올림픽 출전’이라는 꿈을 이뤘다.

4년 전 도쿄 올림픽에 국가대표로 선발됐지만 코로나19로 경기가 1년 연기됐고, 재차 실시된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떨어지며 3년 뒤를 기약해야 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3일(현지시간) 파리 대회 여자 양궁 개인전 시상식 직후 남수현(왼쪽 첫째), 전훈영(오른쪽 둘째), 임시현(오른쪽 첫째) 등 국가대표 선수들을 만나 격려하고 있다./사진: 대한양궁협회 제공

1994년생인 전훈영은 2003년생 임시현, 2005년생 남수현 선수와 10살 안팎 터울이 나는 언니였지만, 언니로서 누릴 수 있는 특권을 스스로 포기하고 동생들부터 챙겼다.

대표적으로 그는 파리에서 선수단 숙소를 정할 때 손을 들고 “탁구 선수와 방을 함께 쓰겠다”고 했다. 숙소가 2인 1실 구성이라 한 명은 다른 종목 선수와 같은 방을 써야했는데, 동생들을 위해 먼저 나선 것이다.

코칭스태프 가운데 한 명이 “태릉 시절도 아니고 타 종목 선수와 열흘 넘게 있는 게 괜찮겠냐”고 묻자 전훈영은 “동생들이 편하게 지내면 나도 좋다”며 답하기도 했다.

경기장 안에서도 전훈영은 자신의 몫을 톡톡히 했다. 단체전에선 활을 빨리 쏴야하는 1번 주자로 나서 동생들의 부담을 덜었다.

양궁 단체전에선 세트당 120초가 주어지며 선수 3명이 120초안에 각 2발씩 총 6발을 쏴야 한다. 첫 주자가 빨리 활을 쏠수록 2번, 3번 주자는 시간 여유를 갖는다.

1번 주자 전훈영은 단체전 결승에서 5차례나 10점을 쐈고, 특히 연장 승부 결정전(슛오프)에서 10점을 쏴 금메달 획득에 크게 기여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3일(현지시간) 오전 파리 대회 여자 양궁 개인전 16강전에서 한국 선수들을 응원하고 있다./사진: 대한양궁협회 제공

유쾌하고 털털한 성격의 전훈영은 가끔 엉뚱한 농담을 던지며 동생들의 긴장도 풀어줬다. 개인전이 열린 3일 낮 전훈영은 임시현에게 장난을 걸며 앵발리드 경기장으로 함께 걸어갔다. 경기 결과에 따라 4강전에서 맞붙을 수 있는 상대였지만, 대표팀 동료이자 맏언니로서의 면모를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전훈영의 활약 덕분에 여자 양궁 대표팀은 단체전 10연패뿐 아니라 혼성전, 개인전까지 여자 선수들이 출전한 모든 종목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국가대표 3명 모두 올림픽 첫 출전이라서 큰 경기 경험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세간의 평가를 딛고 이뤄낸 쾌거다.

3일 경기가 끝난 직후에는 대한양궁협회장 겸 아시아양궁연맹 회장인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전훈영을 찾아와 격려했다. 비록 개인전 메달은 획득하지 못했지만, 대회 기간 내내 후배 선수들을 다독이고 이끈 전훈영에게 정 회장은 감사의 뜻을 전달했다.

전훈영은 이날 취재진과의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 인터뷰에서 “양궁 대표팀을 향한 많은 걱정과 우려가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전 종목에서 금메달 3개를 땄다”며 “부담이 컸는데 목표를 이뤄냈다. 팀으로 보면 너무 좋은 결과를 내 만족스럽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준비하는 동안 쉬지 않고 열심히 해서 후회는 없다. 후련한 마음이 제일 크다”고 덧붙였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3일(현지시간) 양궁 여자 개인전 시상식 후 김걸 현대차그룹 사장(오른쪽 둘째)과 양궁 국가대표 남수현ㆍ전훈영ㆍ임시현, 양창훈(오른쪽 첫째) 감독, 김문정(왼쪽 첫째) 코치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사진: 대한양궁협회 제공

강주현 기자 kangju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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