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 대법원은 건축공사도급계약이 중도에 해제된 경우 그 공사가 상당한 정도로 진척되어 원상회복이 중대한 사회적ㆍ경제적 손실을 초래하게 되고 완성된 부분이 도급인에게 이익이 되는 때에는 도급계약은 미완성 부분에 대해서만 실효되어 수급인은 해제된 상태 그대로 그 건물을 도급인에게 인도하고, 도급인은 그 건물의 기성고 등을 참작하여 인도받은 건물에 대하여 상당한 보수를 지급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고 하여(대법원 1997. 2. 25. 선고 96다43454 판결 등 참조), 건축공사도급계약의 경우 계약해제의 소급효를 제한하여 일의 완성을 하지 못한 수급인의 보수청구권을 인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건축공사도급계약 외에 설계용역계약 등 다른 도급계약의 경우에도 계약이 해제된 경우 수급인의 보수청구권이 인정될 수 있을까?
대법원은 A사가 주민제안 방식의 도시개발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B사와 조사설계업무에 관하여 도급계약을 체결한 후 계약금 명목으로 용역비 일부를 지급하였다가 B사의 주민제안서 관련 성과품 미제공 등을 이유로 계약을 해제하고 B사를 상대로 기지급한 용역비의 반환을 구한 사안에서, 도급계약에서 정한 일의 완성 이전에 계약이 해제된 경우 수급인으로서는 도급인에게 보수를 청구할 수 없음이 원칙이고, 다만 도급계약에 따라 수급인이 일부 미완성한 부분이 있더라도 계약해제를 이유로 이를 전부 원상회복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 등에 비추어 공평ㆍ타당하지 않다고 평가되는 특별한 경우라면 예외적으로 이미 완성된 부분에 대한 수급인의 보수청구권이 인정될 수 있고, 그와 같은 경우에 해당하는지는 도급인과 수급인의 관계, 당해 도급계약의 목적ㆍ유형ㆍ내용 및 성질, 수급인이 도급계약을 이행함에 있어 도급인의 관여 여부, 수급인이 도급계약에 따라 이행한 결과의 정도 및 그로 인해 도급인이 얻을 수 있는 실질적인 이익의 존부, 계약해제에 따른 원상회복 시 사회적ㆍ경제적 손실의 발생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보았다(대법원 2023. 3. 30. 선고 2022다289174 판결 참조).
즉, 대법원은 공사도급계약에 있어서 계약해제의 소급효를 제한하는 법리를 공사도급계약 외의 다른 도급계약에는 적용을 제한하면서, 계약해제를 이유로 전부 원상회복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 등에 비추어 공평ㆍ타당하지 않다고 평가되는 특별한 경우에 한하여 예외적으로 수급인의 보수청구권이 인정될 수 있다고 보고 있음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송종호 변호사(법무법인 정률)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