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임성엽 기자] 1970년대부터 시작된 서울 지하철 건설의 역사를 생생하게 담은 구술집이 나왔다. 1호선 착공부터 2기 지하철 건설까지, 반세기에 이르는 서울 지하철의 발전 역사를 당시 현장에서 일했던 공무원의 생생한 목소리로 담았다.
서울역사편찬원(원장 이상배)은 서울 지하철 건설에 참여한 공무원 8명의 구술을 담은 서울역사구술자료집 제18권 ‘지하철 우리 자본과 기술로’를 발간했다고 8일 밝혔다.
△우명규 시장 △김병린 도시계획국장 △이수복 지하철공사 개발이사 △박계병 지하철건설본부 설계감리실장 △백영현 지하철건설본부 설계감리실장 △김대성 정보통신담당관 △배민호 도시기반본부 설비차장 △김효수 주택본부장 등 8인의 전직 서울시 공무원이 구술에 참여했다. 이들은 지하철 건설계획 수립부터 설계, 감리, 현장 감독 등 다양한 역할을 담당했다. 증언을 통해 당시에 직면했던 기술적 도전, 재원 조달과정, 안전문제 등 지하철 건설과정의 다양한 측면을 엿볼 수 있다.
자료집은 한국 지하철 기술의 발전 과정도 잘 보여준다. 초기엔 외국 기술에 의존했지만, 점차 국산화를 이뤄 현재는 세계적 수준의 기술력을 갖추게 된 과정이 상세히 기록됐다.
첫번째 이야기는 서울시 지하철본부장과 서울시 부시장 등을 지낸 우명규 전 서울시장의 회상이다. 2호선 건설 시작 당시의 구호는 ‘우리 자본, 우리 기술, 우리 지하철’이었다. 공사비 조달을 위해 중앙정부의 저금리 재정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했던 일화도 말하고 있다.
김병린 전 서울시 도시계획국장은 지하철 건설을 위해 일본에서 참고할만한 기술 서적과 잡지들을 들여왔다고 회상했다. 이를 바탕으로 우리 토목 기술로도 지하철 건설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당시에는 자재와 장비가 부족해 재사용이 빈번했고, 안전시설도 미비했다고 떠올렸다.
이수복 전 서울시 지하철공사 개발이사는 서울시 지하철본부 공사계장을 비롯해 지하철공사 공사부장을 역임했다. 그는 지하철 공사를 ‘흙과 물을 다스리는 싸움’으로 정의했다. 1호선 건설 당시 동아일보사 구간 공사 시 진동문제 해결을 위해 고군분투했던 일화를 이야기했다.
박계병 전 서울시 지하철건설본부 설계감리실장은 서울시 지하철본부 건설계장을 비롯해 서울시 도시계획과장을 역임했다. 그는 공사 당시 어려웠던 점으로 강남과 강북의 토질 차이를 지적했다. 특히 이대역 구간이 고개 마루터기로 인해 특히 어려웠던 구간이라고 회상했다.
백영현 전 서울시 지하철건설본부 설계감리실장은 서울시 지하철본부 안전점검반장을 비롯해 서울시 종합건설본부 공사3과장을 역임했다. 그는 종합운동장역 확장과 강남역 지하상가 건설에 관한 일화를 소개했다. 당시 정책결정자들의 의도가 지하철 건설에 반영되었던 사례들을 소개했다.
김대성 전 서울시 정보통신담당관은 서울시 지하철건설본부 통신과장과 서울시 전산정보관리소 정보통신과장을 역임했다. 지하철 통신이 초기에는 일본의 기술과 장비에 의존했으나 2호선 건설부터 본격적으로 국산화를 추진했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는 현대 한국의 지하철 기술이 세계적 수준에 도달했다고 강조한다.
배민호 전 서울시 도시기반본부 설비차장은 서울시 지하철건설본부 차량과장과 설비부장 등을 역임했다. 그는 2기 지하철 건설 시, 일본의 차관 제공에 담긴 의도를 간파하고 대응 전략을 수립했다. 국내 업체들의 경쟁 유도와 미국, 유럽 업체와의 협력을 통해 기술 국산화의 기반을 마련했다.
김효수 전 서울시 주택본부장은 서울시 지하철건설본부 건설계장과 서울시 도시계획국 주택국장을 거쳤다. 2기 지하철 건설 당시 정거장의 골격을 키워 규모를 확대하고, 이용자 편의성을 높였던 일화를 회상했다. 그는 설계와 건축 기술의 발전, IT 기술의 성장으로 인한 자동화, 무인화가 이를 가능케 했다고 분석한다.
서울역사구술자료집 제18권 ‘지하철 우리 자본과 기술로’는 서울 주요 공공도서관에서 열람할 수 있다.
이상배 서울역사편찬원장은 “이번 ‘지하철 우리 자본과 기술로’를 통해 시민들이 서울 지하철 역사와 그 뒤에 숨겨진 이야기들을 생생하게 접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도 다양한 주제의 구술자료집을 발간해 서울의 역사를 더욱 풍성하게 기록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임성엽 기자 starlea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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