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서용원 기자]국내 2위 레미콘 제조사로 꼽히는 삼표산업이 과징금 폭탄을 맞고 검찰에 고발당했다.
8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삼표그룹 계열사 삼표산업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116억2000만원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한다고 밝혔다.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의 아들 정대현 대표가 지분 70%가량을 보유하고 있는 ‘에스피네이처’로부터 레미콘 원자재를 시세보다 비싸게 구매하는 방식으로 부당 이익을 몰아줬다는 이유에서다.
에스피네이처는 레미콘 제조에 사용되는 물질인 ‘분체’를 공급하는 회사로, 국내 시장점유율 1위 업체다.
공정위는 삼표산업이 에스피네이처의 분체 판매를 ‘캐시카우’로 만들어, 에스피네이처의 안정적 수익을 확보하고,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키워 경영권 승계 기반으로 삼으려 했다고 보고 있다.
삼표산업은 2016년 1월부터 2019년 12월까지 에스피네이처에서 분체를 구매하면서 에스피네이처에 유리한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했다.
구체적으로는 양측은 연간 일정한 공급단가로 분체를 거래하되, 비계열사에 대한 평균 공급 단가와의 차이가 4% 이상 발생하면 ‘4%를 초과하는 금액’에 대해 추후 정산하기로 했다.
이후 삼표산업과 에스피네이처는 연간 공급 단가를 평균보다 높은 수준에서 결정해 모든 분체 거래에서 단가 차이가 발생하도록 하고, 4%를 공제한 나머지 초과분만을 정산했다. 이 탓에 에스피네이처는 사실상 모든 거래에서 시세 대비 4%의 ‘공짜 이득’을 챙겼다.
삼표산업은 건설경기 부진으로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감소하고, 분체 수요 감소에 따라 공급 과잉이 발생한 상황에서도 에스피네이처와의 거래 조건을 그대로 유지했다.
이를 통해 에스피네이처는 총 74억9600만원 상당의 추가 이윤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이러한 행위는 에스피네이처가 국내 분체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유지할 수 있는 배경이 됐다.
부당 지원을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삼표 및 삼표산업의 유상 증자에 참여, 지분율을 늘리고 정 부회장에게 311억원가량의 배당금을 지급하기도 했다.
공정위는 이 같은 거래 행위가 경영권 승계 기반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동일인 2세 소유 회사에 과다한 경제상 이익을 제공한 부당 지원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고 제재 및 고발을 결정했다.
다만, 고발 대상에서는 정도원 회장과 정대현 부회장 등을 제외했다.
유성욱 공정위 기업집단감시국장은 “개인을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고발하려면 고의를 가지고 범행에 가담했다는 증거가 필요하다”며 “이번 사건에서는 특정 개인에 형사적 책임을 물을 수 있을 만한 증거가 발견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번 제재는 부당 지원 관련 정상가격을 추정하는 과정에서 경제 분석을 활용한 최초의 사례”라고 덧붙였다.
서용원 기자 an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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