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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장애인고용정책, 패러다임 변화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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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4-08-12 18:10:54   폰트크기 변경      
김태양 서울장애인근로자지원센터장


김태양 서울장애인근로자지원센터장
우리나라는 1988년 올림픽대회를 개최하면서 국제적 위상을 높일 수 있는 큰 발판을 만들었고 그 당시 너무나 열악했던 우리나라의 장애인 고용문제도 올림픽대회와 함께 개최하는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국제대회를 치른 후 2년여간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수렴과 논의를 거쳐 1990년에 ‘장애인고용촉진 등에 관한 법률’(현행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이 제정되면서 새로운 출발점을 맞이하게 되었다.

장애인고용관련법이 시행된 1990년에 우리나라 의무고용사업체의 장애인 고용률은 0.34%로 고용여건이 너무나 열악한 상황이었고, ‘장애인복지법’에서 정하고 있는 장애 범주 역시 5개 유형(지체, 시각, 언어, 청각, 정신지체)에 불과하여 매우 소극적인 정책으로 출발하였다.

그러나 법 제정 이후 정부에서 끊임없이 과감한 정책을 개발하여 추진함으로써 매년 장애인고용률이 증가하였으며, 지난해 말 기준 우리나라 장애인 의무고용사업체의 장애인 고용률은 3.17%(공공부문 3.86%, 민간부문 2.99%)로 양적인 측면에서는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앞으로 중점을 두고 추진하여야 할 장애인고용 정책은 장애인 근로자들이 직업생활에 보다 만족할 수 있도록 고용의 질을 높이고 안정된 직업생활을 체계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판단된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2023년 기업체장애인고용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전체 190만4866개 기업체 중 장애인 1명 이상을 고용하고 있는 기업은 6만4115개소로 전체의 3.4% 불과한 실정이다.

아울러 장애인근로자의 직업을 살펴보면 단순노무 종사자의 비율이 41.2%로 전체근로자의 18.3% 대비 2배를 초과하고 있고, 사무직 종사자 역시 전체근로자는 25.2%인 반면에 장애인근로자는 19.0%에 불과하기 때문에 앞으로 장애인 고용의 질적 제고를 위한 노력이 매우 중요한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장애인고용의 질을 높이는데 많은 시간과 다양한 정책이 뒷받침되어야 하겠지만 무엇보다 효과성이 높은 것은 제도개선이므로 최근 들어 제도적 빈틈(?)을 악용하는 기업이 빈번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여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에서 인정하고 있는 단시간 근로자에 대한 의무고용인원 인정 요건(중증장애인은 월 16일 이상만 근무하면 됨) 등 장애인 고용의 질을 높이는데 걸림돌이 되고 있는 제도에 대해 반드시 손질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리고 고용노동부 발표에 의하면 2023년 직장 내 괴롭힘 신고건수가 1만28건으로 이는 전년 8961건 대비 12% 증가하고 5년 새 약 2배가 증가하여 매년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다.

또한, ‘직장갑질 119’에서 올해 2월 전국 만 19세 이상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직장인 10명 중 3명(30.5%)이 직장 내 괴롭힘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영세사업장이나 비정규직, 공공기관 종사자일수록 직장 내 괴롭힘에 취약한 것으로 파악되었고,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한 적이 있다고 답변한 응답자 305명 중 15.6%는 괴롭힘으로 인해 자해나 극단적 선택을 고민한 적이 있다고 답해 상당한 충격을 주고 있다.

괴롭힘 유형을 살펴보면 △모욕ㆍ명예훼손 17.5% △부당 지시 17.3% △업무외 강요 16.5% △폭행ㆍ폭언 15.5% △따돌림ㆍ차별 13.1%로 나타났고 괴롭힘을 겪었던 근로자 중 46.6%가 괴롭힘 수준이 심각하다고 답했다. 특히 극단적 선택까지 고민한 응답자 중 대부분이 신고를 하거나 치료받는 등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지 못하고 있었고 이들 중 절반이상(57.7%)은 스스로 참거나 모른척 했다고 답해 이에 대한 특별대책이 요구되고 있는 현실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고용노동부와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서 장애인근로자들이 직장에서 겪고 있는 고충문제를 해결하여 보다 안정적인 직업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발 빠르게 전국 6개소(서울ㆍ부산ㆍ광주ㆍ대구ㆍ대전ㆍ경기)에 장애인근로자지원센터를 설치하여 민간위탁 체제로 운영하고 있고 금년에 노사발전재단에서도 미조직근로자들의 권익보호와 이해를 대변하기 위해 서울 등 6개소에 ‘근로자이음센터’를 설치하여 시범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6개 장애인근로자지원센터에서 상담한 4128건 중 직업생활 부적응 등으로 인한 심리상담 12.2%, 직장 내 괴롭힘 4.8%, 직장 부적응 5.4%, 부당한 처우 4.7%, 업무스트레스 3.9%, 부당해고 2.5% 등으로 조사되었다. 동 조사를 통해 나타난 결과에서 알 수 있듯이 장애인근로자들이 직업생활을 하면서 겪고 있는 고충이 상당히 많을 뿐만 아니라 고충형태도 매우 다양하다는 사실은 우리사회에 또 다른 숙제를 던져주고 있는 메시지가 아닐까 생각된다.

현재 5년째 운영하고 있는 장애인근로자지원센터에서는 그간 의미있는 성과를 거두고 있고 매년 기능과 역할을 확대해 나가고 있지만 너무 열악한 조직운영, 처우조건으로 상당한 한계점이 있으므로 이에 대한 개선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결론적으로 살펴보면 정부에서 그간 양적 성장에 역점을 두고 추진했던 장애인 고용정책은 소기의 성과를 거두었으므로 앞으로는 시대의 욕구에 맞게 고용안정에 초점을 둘 수 있도록 장애인 고용정책의 과감한 변화가 필요한 시점에 이르렀다.

따라서, 이러한 정책을 선도해 나가기 위해 현재 운영 중인 6개 장애인근로자지원센터를 전국 조직으로 점차 확대하고 조직체계와 종사자들에 대한 근로조건도 획기적으로 개선하여 전문성 제고 및 역할 강화가 필요하다고 본다. 이를 통해 사업장에서 고충을 겪고 있는 많은 장애인근로자들이 근로자지원센터를 적극 활용하여 안정된 직업생활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기업의 생산성 제고에 크게 기여할 수 있는 세상이 펼쳐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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