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김희용 기자] 올 2분기 국내 정유 4사(SK이노베이션, 에쓰-오일, HD현대오일뱅크, GS칼텍스)가 본업인 정유사업에서 크게 부진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유가 하락과 함께 수익성의 핵심 지표인 정제마진이 급락하며 수익성이 곤두박질친 것이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정유 4사는 올 2분기 영업이익이 1분기 대비 큰폭으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정유사 3곳의 영업이익이 2분기 들어 적자로 전환됐다.
에쓰-오일 정유사업은 1분기 2504억원에서 2분기 -950억원으로, HD현대오일뱅크 정유사업은 1분기 2192억원에서 2분기 -286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GS칼텍스 정유 부문도 1분기 3010억원에서 2분기 -264억원으로 집계됐다.
SK이노베이션의 석유사업 부문은 2분기 영업이익 1442억원을 기록하며 유일하게 흑자를 냈다. 하지만, 1분기 5911억원과 비교하면 이익이 4분의 1토막에 나는데 그쳤다.
일반적으로 2분기는 자동차 이동 수요가 늘어나는 ‘드라이빙 시즌’으로, 정유업계의 성수기에 해당한다. 휘발유 수요가 올라가는 만큼, 유가도 상승해 정유사의 실적 상승을 뒷받침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 2분기에는 정유사들의 수익성 지표인 정제마진이 큰 폭으로 떨어지며 수익에 도움을 주지 못했다. 정제마진은 석유제품 가격에서 유가와 각종 비용을 제하고 정유사가 얻는 순수익을 의미한다.
올해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올해 1분기 배럴당 7.3달러 수준에서 2분기 3.5달러로 절반 수준으로 곤두박질쳤다. 정유사들의 손익분기점이 배럴당 4∼5달러선인 점을 고려하면, 수입해온 원유를 정제해 석유 제품을 생산해봤자 남는 게 없는 셈이다.
이처럼 정제마진이 약세를 보인 배경으로는 미국 중심 휘발유 수요 부진 및 해상 운임 상승으로 유럽향 경유 수출이 제한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선 3분기 정제마진이 반등하길 기대하고 있지만, 중동 지역에서의 지정학적 위기가 고조되며 업황을 쉽사리 예측할 수 없는 상태다.
최근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벌어진 하마스 정치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 암살로 이란과 이스라엘 간 긴장감이 극대화됐다. 여기에 이란과 친이란 레바논 민병대 헤즈볼라가 24시간 내 이스라엘을 공격할 수 있다는 보도까지 나오는 등 확전의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중동 지역에서 군사적 충돌이 벌어질 경우, 원유 공급망이 불안해지면서 정제마진도 덩달아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유가가 오르면 정제마진도 같이 오르지만 유가 상승의 원인이 지정학적 리스크일 경우 오히려 수요를 위축시키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정유사들은 석유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지속가능항공연료(SAF) 등 신사업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에쓰오일 측은 최근 컨퍼런스콜에서 “탄소 배출 규제 강화에 따라 SAF가 새로운 수익 창출의 기회가 될 것”이라며 “SAF 생산을 위한 전용 공장 건설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HD현대오일뱅크는 최근 국내 최초로 SAF 수출에 나서기도 했다. 기존 정유 설비에 석유 기반 원료와 동ㆍ식물성 바이오 원료를 함께 투입하는 ‘코프로세싱’ 방식으로 SAF를 생산해 일본 트레이닝 회사 마루베니에 공급했다.
GS칼텍스는 작년 대한항공 화물기에 SAF를 급유해 3개월간 실증 운항을 진행했으며, SAF 원료 확보를 위해 인도네시아에서 공장을 건설 중이다.
SK이노베이션은 2026년 SAF 생산 목표로 울산콤플렉스(CLX) 내에 설비를 구축 중이다.
김희용 기자 hy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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