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장 6개크기 복합공간 조성
종합물류ㆍIoTㆍ자율주행 등 접목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 전경. / 사진=현대엔지니어링 제공. |
[대한경제=전동훈 기자] “수만개의 부품이 보관된 거대한 자동화 창고는 AI(인공지능) 알고리즘을 통해 재고를 실시간으로 파악해 부품을 주문한다. 공장 내에 배치된 200여개의 로봇은 5G 통신으로 최단 경로를 파악해 생산 셀에 필요한 부품을 초당 1.8m 속도로 전달한다.”
이 같은 기술은 지난해 말 싱가포르 주롱에 준공된 현대차그룹의 도심형 마이크로 팩토리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에 적용됐다.
HMGICS는 스마트 제조공장과 기술 연구실, 고객 체험시설, 옥상 스카이트랙 등이 합쳐진 복합공간이다. 축구장 6개 크기의 4만3979㎡ 터에 지하 1층∼지상 7층, 연면적 9만2560㎡ 규모로 조성됐다.
종합물류, IoT(사물인터넷), 자율주행, 가상공간, 스마트팜 등 미래 핵심 신기술이 건축물에 대거 접목돼 현대차의 혁신 기지로도 손꼽힌다.
특히 하이테크 설계의 강자 AA아키그룹건축사사무소(이하 AA아키그룹)가 설계해 관심을 모았다.
AA아키그룹은 최근 ‘SK하이닉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생산시설’, ‘기아자동차 인도ㆍ멕시코 공장’ 등의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반도체, 완성차분야에서 경쟁력을 키워가고 있다.
HMGICS의 두드러진 차별점은 단연 공장 내부를 바삐 오가는 200여 대의 로봇이다. 이들 로봇은 각종 부품과 차체를 자동으로 운반하며 생산 과정을 효율화한다.
작업자와 로봇 ‘스팟’이 조립 품질을 점검하고 있다. / 사진=현대차그룹 제공. |
생산라인에서는 조립 로봇이 공정을 보조한다. 4족 보행이 가능한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로봇개 ‘스팟’은 AI기술을 활용해 품질 검수 업무를 도맡는다.
AA아키그룹은 생산성 향상을 목표로 물리적 공간과 첨단 기술을 유기적으로 통합하는 설계에 초점을 맞췄다. 건물의 레이아웃은 공정 흐름에 최적화했고, 각 공간은 자재와 작업자, 로봇의 동선을 고려해 계획했다.
모듈형 설계를 통해 유연성과 확장성도 확보했다.
단순 작업만을 반복하는 기존 컨베이어 방식 대신 도입한 소수 직원 위주의 소규모 작업장 ‘셀(Cell)’은 생산 차종이 바꾸거나 신기술을 도입하더라도 공간을 빠르게 재배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생산 라인 변화나 확장에도 별도 건물 구조 변경 없이 대응할 수 있다.
사용자 친화적 친환경 설계를 통해 고객사인 현대자동차의 비전 실현에도 기여했다는 평가다.
HMGICS는 우수한 작업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각국 공장 직원들의 설문조사를 거쳐 자연 채광을 극대화하는 창호 설계와 환기 시스템을 도입했다. 친환경 녹지 공간을 조성해 자연 휴식 공간도 마련했다.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건물 외부는 고성능 단열재와 에너지 절약형 유리로 구성했다. 지붕과 외벽에는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재생 에너지 생산 비율도 높였다.
HMGICS의 설계를 총괄한 김민수 이노테크1실장은 “HMGICS는 발주처, 시공사, 설계사 모두가 처음 시도하는 프로젝트였던 데다 공기 준수가 쉽지 않은 싱가포르의 지역 특성까지 겹쳐 험난한 과정의 연속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기후, 인허가, 지역사와의 협업 등에서 나타나는 여러 돌발 변수 속에서도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신뢰관계를 형성하고 리스크를 줄여나갔다”고 설명했다.
스마트 제조시설을 만드는 데 설계사인 AA아키그룹의 역할이 주효했다고도 덧붙였다.
김 실장은 “HMGICS는 공장 설계의 새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프로젝트로, AA아키그룹의 첨단 설계 기술과 지속 가능한 건축 철학이 집약된 결과물”이라며 “앞으로도 기술과 디자인의 경계를 허물며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가겠다”고 말했다.
전동훈 기자 jd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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